도서정가제 논란 모두가 잊은 시작, 도서정가제는 왜 갑자기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되었을까?
도서정가제 논란 모두가 잊은 시작, 도서정가제는 왜 갑자기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되었을까?
  • 이민우
  • 승인 2020.08.24 23:55
  • 댓글 0
  • 조회수 22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도서정가제 시작은  "저작물의 정가 유지에 관한 법률안"(1999년 7월)이다.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 했지만 이 당시에도 정가 유지 법률은 독자들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 법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경쟁을 제한해 독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생각해 법안 상정을 무산시킨 것만을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지역 서점을 지켜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와 출판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출판계의 목소리로 인해 2001년 '간행물 정가 유지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독자들의 불만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지만, 어느 정도 출판계와 국민들 사이에 '불안정한' 합의가 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눌러 놓았던 국민들의 불만이 작년 2월 재점화되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웹 소설 전자출판문 정가표시 의무화 안내"를  웹 소설 웹툰 업체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안내 내용에는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포탈사를 포함한 웹 소설 업체에서 판매되는 전자출판물(웹툰 포함)은 반드시 매 편에  서지정보와 함께 정가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정가를 미표기할 경우 유통사와 출판사에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민적 공분은 여기서 생겨났다.  독자의  도서출판계의 도서정가제 합의 범위가 웹소설과 웹툰계에도 넘어온 것이다. 웹소설 웹툰  정가표시 의무화 안내는 "출판계가 웹 소설계와 웹툰계를 공격해 혜택을 줄이고 무료 웹툰을 없앤다"라는 말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들의 문화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웹 콘텐츠의 근간이 공격받은 것이기에 독자들의 분노는 그간 눌려있던 종이책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이어졌다. 출판계가 웹콘텐츠 시장에서 마저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분노가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퍼져나갔다. 이와 관련된 게시물마다 각각 천명에서 수만 단위까지 반응이 있을 정도로 도서정가제는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몇몇 출판계 관계자와 언론사에서는 '무료 웹툰' 혹은 '무료 웹 소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웹툰, 웹 소설계의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이해에서 나온 잘못된 설명이었기에 오히려  더 큰 공분을 사고 말았다.

현재 웹 소설과 웹툰은 책 장편 한 편 분량의 내용을 5천 자 단위의 아티클로  수십에서 수백 편으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다. 이 수십~수백 편을 하나하나 ISBN을 받으라는  것 자체에 과도한 행정력을 요구하기에 그 자체로도 논란이 돼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이다. 웹툰과 웹 소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돼버린 이 시스템은 유료였던 아티클이 며칠에서 1주일 등 특정 날짜 후에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보낸 문서대로 웹툰과 웹 소설이 서지정보에 등록하고 정가표시를 하게 되면  도서정가제로 인해 웹툰과 웹소설이 발행 후 18개월 이후에나 정가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말인즉슨 처음 유료로 올라온 웹툰과 웹 소설이 무료로 바뀌는 것이 며칠에서 한 주 사이에 일어나야 하나 도서정가제 때문에 18개월이 지나야 하므로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기다리면 무료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존의 웹툰, 웹 소설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축이 사라진단 이야기다. 당연히 지금 시스템의 무료 웹툰, 웹 소설에도 큰 문제가 된다. 이런 와중 출판계와 몇몇 언론인들은 처음부터 웹 소설과 웹툰을 무료로 등록하면 된다며 도서정가제 속에서도 웹툰과 웹 소설이 유료화되는 일이 없다고 말했으니 독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츨판계가 보여준 것은 명백히 웹툰 생태계에 무관심과 무지에서 나오는 태도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국민의 분노를 사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 기다리면 무료 생태계 내 웹툰 웹소설 소비는 이제 국민들의 주요 문화생활 중 하나가 된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TF나 회의에서도 논란의 첫 단추였던 웹 소설, 웹툰 논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고 있다. 몇몇 출판계 인들은 종이책만 도서정가제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종이책을 그대로 웹으로 옮긴 '전자책'과 그와 다른 형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웹 소설'은 행정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웹 소설을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하면 전자책 역시 제외된다. 현재도 전자책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이 일정한 금액을 내면 한 달간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보게 해주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수백 년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대규모 할인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현행도서정가제나 종이책만 포함한 도서정가제는  풍선효과를 일으킨다.  책의 할인을 막아버린 압박이 오프라인 시장을 위축시키고 할인이 가능한 웹 매체 위주의 시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역 서점을 살린다는 도서정가제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전자책과 웹 소설 모두 도서정가제에 밀어 넣는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출판계는 전자책 도서정가제 논란 이전까지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전 도서정가제를 요청해왔다. 이는 기존의 도서정가제가 한계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일부 출판계는 도서정가제를 사수하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신화화하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성과로  출판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 근거는 출판사 숫자가 늘어난 것 이다. 하지만 출판계 전반의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출판사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출판사와 지역 서점과 독립서점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출판계 모두가 아는 사실을 굳이 왜곡하여 아닌 척 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존 가능한 생태계를 고민할 차례다. 숫자가 아니라 질을 따지자는 거다.

뉴스페이퍼는 전국의 서점을([독립서점 기획] 독립서점의 낭만과 현실) 돌아다니며 서점들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독립서점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지속가능한 서점을 찾을 수 없었다. 서점들은 그저 버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단순히 할인율 문제로  바라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독립서점이 왜 할인을 못 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형서점이 돈이 많아 적자를 보면서 할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서점과 대형서점이 서로 다른 금액으로 책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독립서점은 유통망을 통해서 책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대형서점에서 책을 사 와서 파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유통사가 책을 단권으로 서점들에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서점과 대형서점간 책의 공급 가격이  25%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책’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났고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기존의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기존의  것을 지키냐 아니냐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효과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이야기할 때이다. 공급률을 고정하지 않으면 결국 출판사도 작가도 서점도 모두 어려워진다.

독자를 외면한 상태에서 반복되는 밀실 합의와  변하고 있는 시장과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는 출판계를 이득 집단이나 생태계 변화에 무심한 보수적 단체로 오해하게 한다.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도서정가제 논의 일몰 기간 동안 한계가 명백했던 지금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느냐 안 하느냐를 토론하기보다는,  어떤 것을 실행하고 어떤 것을 바꾸어야 할지에 관한 생산적인 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도서정가제의 찬성과 반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