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특집 인터뷰 03] 한국작가회의 기관지 “내일을여는작가” 박수연 편집주간과의 대화
[문예지 특집 인터뷰 03] 한국작가회의 기관지 “내일을여는작가” 박수연 편집주간과의 대화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8.31 21:00
  • 댓글 0
  • 조회수 10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을여는작가” 2020 상반기 76호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내일을여는작가”는 한국작가회의에서 발행하는 종합문예지로 2000년 가을부터 꾸준히 발간되고 있는 기관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거쳐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한국작가회의는 한국 사회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국내 최대 문학 단체 중 하나다.

뉴스페이퍼는 문예지 기획의 한 순서로 출판사에 소속되지 않은 기관지의 특성과 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내일을여는작가” 편집주간 박수연 평론가를 만나보았다. 박수연 평론가는 최근 “내일을여는작가”에 ‘한국문학은 헤어지자’를 발표하는 등 그간의 한국문학과는 다른 ‘이 시대의 문학’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사유를 이어나가고 있다.

규정하고 선언하는 것은 그러므로 곧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또 다른 말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여기에 변하지 않는 이념 같은 것을 찾고, 정당한 삶의 지평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종종 우리가 빠져 허우적대곤 하는 한국문학의 이념 같은 것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한국문학의 고정점은 시시각각 존재해왔지만 그것은 또한 시시각각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그곳에 오래된 문학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된 대상을 바라보는 현재의 문학이 있을 뿐이다. 한국문학이 자신으로부터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해서이다. 오래된 세계에 머물러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박수연 평론가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문예지와 한국작가회의 기관지 “내일을여는작가”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문학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문예지의 과거와 현재를 훑어보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해보았다.

박수연 평론가

- 안녕하세요. 조금 무거운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최근 등단제도 및 청탁 시스템과 관련해 기존 문예지의 권력화 논쟁이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한 기존 문예지 시스템의 한계가 있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문예지의 권력화 문제는 필연적입니다. 그 권력이 과연 권력인가의 문제를 따져보면, 실제로는 가소로운 권력이지만, 문학장 내부에서는 또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권력을 해소해가는 플랫폼이 최근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잡지에서 다음호에 그걸 논의해보려고 하는데요, 이때 비평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지금도 비평은 가능한가의 문제입니다. 문예지 시스템은 결국 창작과 비평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게 최근 대대적으로 변모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결국 현재 한국문학의 논의를 총괄할 수 있는 문학장은 가능한가의 문제이지요. 우리 기관지 다음호를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 기성의 권력이나 권위를 탈피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젊은 문학이 우리의 내부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권위로부터의 탈피는 불가능합니다. 노쇠로부터의 탈피도 불가능하지요. 한국작가회의가 젊은 문인들에 의해 선택되는 기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제 생각으로는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것은 중심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소멸과 신생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마치 한국문학에서 영생할 수 있는 존재들처럼 행동하는 것을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심지어는 한국문학 선배들의 오랜 투쟁의 역사가 만들어준 열매를 거의 날로 먹다시피 하는 우리에게 부여해준 문학적 희생자로의 자세까지도 버릴 줄 알아야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한국문학은 우리 작가회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문인까지 포함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호해주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는 희생자가 아닙니다. 희생자연하는 귄위적 자세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처럼 젊은 문학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는 “내일을여는작가”의 다음 호 특집은 최근 김봉곤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문학의 상황을 짚어보는 좌담과 비평을 포함한다. 더불어 다음 기획은 ‘한국문학의 주변화 과정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지역의 젊은 문학이 보여주는 가능성과 특징’을 살펴볼 예정이다. 

문예지 기획 선정과 관련해 박수연 평론가는 ‘현재 한국의 현실에 얼마나 의미 있는 기획인가’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말로 그 기준을 설명했다. 현재 반연간지로 발간되는 “내일을여는작가”가 선택한 2020 하반기 이슈는 ‘김봉곤 사태’와 ‘젊은 문학의 가능성’인 것이다.

한편, 여타 문예지들과 달리 한국작가회의의 기관지로서 가지는 “내일을여는작가”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편집주간 박수연 평론가는 “잘 팔리는 잡지여야 한다는 혹은 잘 팔릴 작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상업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점을 우선으로 언급했다. 이외에도 ‘기관지’로서의 고충과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다.

박수연 평론가

- 근래 여러 문예지들이 자본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관지의 경우에는 어떠한가요?

우리는 자본적 어려움을 이미 오래전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경험한 바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 시절인데, 정부의(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이 그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극복한 것은, 당시 우리 회원들로부터 비난받았던 모 출판사가, 그리고 개인이, 회원들의 비난과는 무관하게 한국문학의 미래를 위해 작가회의 기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행했던 희생적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원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문학은 그런 것입니다. 물론 회원들의 회비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기관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 “내일을여는작가”는 한국작가회의의 반연간 기관지로 내부 회원들의 발표 지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적지 않은데요. 원고 청탁은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나요?

회원들의 뜻으로 발행되는 기관지이지만, 동시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뜻이 회원들의 발표 지면을 확보한다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회원들의 뜻이 가닿는 곳은 한국문학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문예지를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 기관지가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여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치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우리 잡지는 본원적 축적의 혜택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문학적 기본소득은 회원들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삶에 주어져야 합니다. 요컨대 우리 기관지는 회원들만을 위한 배타적인 잡지가 아니라 한국의 문학을 위한 포괄적 잡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우리 회원들만을 위한 청탁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은 들어오지 말라는 배외주의적 파시스트들의 주장과 같습니다. 외부를 받아들일 때 우리 문학은 더 깊고 넓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청탁의 기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균등한 지면 배분의 문제를 제기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마련된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있으신지요?

균등한 지면 배분이 기계적인 청탁 배분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문학의 진실을 외면하는 일입니다. 예술에서의 균등은 예술적 목적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 목적과 성취를 무시한 균등 배분이야말로 문학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의 가이드라인은 얼마나 그 작품이 현재의 한국문학을 넓고 깊게 만들어줄 수 있느냐여야 합니다. 타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혹은 타자의 삶을 위한 언어구성체라는 전제 아래에서, 창작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가이드라인이어야지 외부에서 강제되는 가이드라인은 온당치 않은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문학인이 스스로 납득할 수없는 것을 요구할 때 바로 내적 외적 검열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수연 평론가의 답변에서는 비단 단체 내 회원들만이 읽고 쓰는 책에 그치지 않고 문학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품은 문예지로 존재하기 위한 “내일의여는작가”의 비전이 돋보였다. 쏟아지는 사회적 문제와 불가항력적 재난 속에서 ‘문학’과 작가들이 그려나갈 ‘내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각자 다른 특성을 지닌 채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고자 애쓰고 있는 문예지들에서 우리는 그 힌트를 찾아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