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세계사』: 인간과 개의 이토록 지독한 역사
『독한 세계사』: 인간과 개의 이토록 지독한 역사
  • 알량한(필명) 에디터
  • 승인 2020.09.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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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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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은행나무]

[뉴스페이퍼 = 알량한(필명) 에디터] 반려견 인구가 천만 시대를 맞이했다. 5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규모라고 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며 개를 더 잘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동시에 개는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상스러운 욕설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아직도 개고기 논란이 이어지고, 유기견 처리로 사회가 골머리를 앓는다. 개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기에 이토록 온도차가 큰 대우를 받는 것일까. 『독한 세계사』는 인류사의 다양한 사례 속에서 개가 겪어온 일들을 되짚어본다.

개가 겪어온 양면적인 대우는 역사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이 어찌나 일관적인지, 개란 존재는 언제나 극과 극 사이에 존재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승과 저승, 천국과 지옥, 신과 인간, 실내와 실외, 인간과 짐승, 그리고 서양과 동양까지(이 책은 서양편과 동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들은 때때로 신으로 섬겨지는가 하면, 제물로 바쳐지기도 한다. 길한 존재로 여겨져 보호받는가 하면, 불길한 존재로 여겨져 몰살당하기도 한다. 신화 속에서 개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활약한다. 평상시에 사람을 지키는 개 특유의 역할 때문에 망자를 저승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부여받기도 한다. 덕분에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개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라는 이미지는 동양이나 서양이 마찬가지이다. (204-205쪽)

경계에 서 있는 개. 그것은 사실 개가 지닌 양면성이 아니라, 개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이 지닌 양면성이다. 오히려 개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인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인류사 속에서 개의 역사를 보는 것은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인간사가 급변할 때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사람들의 세계관이 바뀔 때마다, 그 사이에는 언제나 개가 있었고, 매번 개들은 그렇게 급변하는 인간들의 태도를 견뎌내야만 했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고양이는 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수많은 고초를 겪어왔다. 책 속에서도 고양이의 사례가 개의 사례와 나란히 실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는 개에 비하면 꽤나 평온한 역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개가 가진 것만큼의 유별난 공격성과 충성심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금 이상한 결론을 맺어본다면, 이게 다 개들이 인간을 너무 좋아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개들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인간들은 개를 지나치게 ‘만만하게’ 생각하게 됐다. 개체 수가 적어 희귀한 것도 아니고, 길들이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인간의 힘으로 이기지 못할 존재도 아니다. 심지어 식량난이 극심할 때는 식량으로 쓸 수도 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가 가장 속된 욕설에서조차 쉽게 개를 집어넣는 것이나, 요즘 젊은이들이 강조의 의미로 접두사에 ‘개’를 넣는 것도 다 그런 만만함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사람만 있을 뿐.

독한 세계사는 독하게 개들을 괴롭혀온 인간의 세계사다. 책 속에서 인간은 때때로 고마움을 모르는 짐승처럼 보인다. 개들의 독한 역사는 이제 그만 끝을 맺고 행복한 역사만이 남아있기를 꿈꿔본다. 19세기 미국 작가 조쉬 빌링스의 말처럼 ‘개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동물이다.’(34쪽)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개들의 사랑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이 개에게 보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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