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언어로 던져진 희망의 불씨, 코로나 19블루 -한국 의사 시인회 제 8집
의사의 언어로 던져진 희망의 불씨, 코로나 19블루 -한국 의사 시인회 제 8집
  • 이주희
  • 승인 2020.09.23 21:13
  • 댓글 0
  • 조회수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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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이주희 에디터]2020년의 최대 이슈는 단연컨대 코로나일 것이다. 올해 초에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야외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했으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삶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이들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직업인들이다.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코로나 종식에 있어 바이러스의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꾸준하게 시와 소설, 수필로 탄생하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 중 8번째 시집을 퍼낸 한국 의사 시인회의 <코로나 19 블루>를 빼먹을 수는 없다.

총 18명의 의사 시인의 각 세 편씩, 자신을 담은 작들이 모여 있다. 나는 여기서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야 할지, 의사라고 불러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들의 생각이 때로는 처방이 되고 때로는 문학이 되어 전해지고 있다. 병명에 대한 진단 없이 ‘처방받은 글’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 어디든 녹여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의사시인만이 제시할 수 있는 ‘문학적 처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나19블루>의 18명의 시인의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뉜다. 현 시점을 배경삼아 시인의 눈으로 맞이한 현실에 대한 사고와 감정에 대한 관찰. 몸 담고 있는 현실에서 만들어 내는 그들만의 변환점. 

애들이 아빠가 들어오면 방으로 들어가 말도 안해요. 근데 내가 무슨 지랄병이라고 나를 여기로 끌고 왔어요. 선생님 내가 무슨 정신병이지요. 궁금한 게 있는데, 하루 종일 이런 얘기 다 들으시고 어떻게 푸세요

나도 미궁에 빠질 때가 있다
하늘에 청진기를 댄다

김승기 『진료실에서 길을 잃다』 부분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꽁꽁 숨기는 비밀을 터져버린 물풍선처럼 쏟아내는 순간. 그 순간이 모여 시인에게 전달된다. 방향을 정해주는 그들은, 정작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다. 정해진 숫자와 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의사시인들. 말하지 못하는 내면의 소리가 시 안에서 감정이자 상징으로 그대로 보여진다. 

잠깐 스쳤다 사라져버린 꿈과
오래토록 나를 옭아맸던 신념과
영원히 내 곁에 있으리라 믿고 싶은 사랑

내가 집이라고 굳게 믿고 들락거렸던

김연종 『동거』 부분
젊은 의사 양반 뭐라고 좀 해봐유
한숨을 아무리 내쉬어도/노래를 크게 불러 제껴도
가래처럼 박혀있는 이 답답함은 사라지질 않네유
평생 나는 혼자였고
마스크를 쓰면 또 소외되는 것 아닐까 불안해유

김호준 『응급실5』 부분

자꾸만 환자에게 알려줄 길을 잃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잃은 채로 현재를 마주하는 하는 시간. ‘의료진’ 이라는 테두리 밖, ‘코로나’ 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차라리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존재가 등장해준다면.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짊어진 마음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현재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원래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함이다. 위 시인들은 이러한 일상과 일상을 잃은 시간 속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늙은 몽춘기의 나도
홍역의 뇌 후유증으로 넋두리하듯
꽃물 몽정을 요 위에 쏟아내어
구름에 얼룩지 붉은 달을 그린다.

김세영 『춘인』 부분

설핏 희망을 품어도 되는가

바람은 아직 차지만 여린 햇살에

너덜겅 바위들도 쌓인 눈을 털어낸다

서리서리 너와 나의 가슴에도

오래 참은 봄, 기꺼이 불러낼 수 있겠다

김완 『언 땅이 풀릴 때』 부분

달은 밤마다 오지만
그 모습 매일 환하다 할 수 있을까
때론 수줍게 부르는 그리움 있는데
뭐 그리 매일
두리둥실 비춰야만 하는가
서화 『달 변주곡』 부분

총 54편의 시 모두 아름다운 언어로 말하겠다는 목적을 담은 시가 아니다. 이들 모두 우리만큼이나 지금 이 시간이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시 안에 그려진 달과 봄과 새롭게 깨어나는 새순들이 기특해 보인다. 마치 모든 역경을 원동력삼아-우리에게 보란듯이 먼저 피어버린-새롭게 태어난 ‘희망의 불씨’ 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매일을 환자와 마주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코로나는 무엇을 의미할까. 응급실을 향해 뛰어가고, 죽어가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감정이 오가는 순간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코로나 19는 시인에게 들려오는 ‘코드 블루’ 와 같은 시간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코드 블루란, 심정지환자의 응급상황을 알리는 신호를 말한다. 사실상 자유롭게 숨쉬고 움직일 시간을 빼앗긴 우리와 안전과 일상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에게(의료진) 있어, 지금이 정지상태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애초에 의료직이란 것이 생명의 극과 극을 마주하는 직업임을 알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최선을 다해 매달림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코드 블루’ 의 상태는 겨우 지켜내던 마음의 여유를 지워버리는 시간일 것이다. 

파랑은 우울한 감정을 상징하기도 하며 하늘, 끝없는 희망을 상징하는 양면적인 색깔이다. 2020년도의 모든 고단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내고 있을 그들에게 ‘코드 블루’의 시간이 희망의 불씨의 움틈으로 작용되길 바란다. 동시에 시집을 접한 독자들이 시인의 언어를 통해 조금이나마 의료진들의 일상을 느끼며,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언젠가를 위해 잘 버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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