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특집 인터뷰 05] 부산의 대표적인 비평전문잡지 "오늘의문예비평"! 김필남 차기 편집주간을 만나다
[문예지 특집 인터뷰 05] 부산의 대표적인 비평전문잡지 "오늘의문예비평"! 김필남 차기 편집주간을 만나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9.30 21:22
  • 댓글 0
  • 조회수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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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수백여종의 문예지 중에서는 각자의 지역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곳들이 있다. 흔히 수도권으로 집중되기 쉬운 문화예술계 특성에도 불구히고 각 지역의 문학생태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을까?

뉴스페이퍼는 문예지 특집 인터뷰를 기획하며 부산 지역에서 단 한 호의 결호없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오늘의문예비평"을 만나보았다. 지역지와 더불아 비평지라는 특별한 색깔을 띄고 있는 "오늘의문예비평" 김필남 차기 편집주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필남 차기 편집주간
김필남 차기 편집주간

1. “오늘의문예비평”은 부산에서 발간되는 비평전문계간지로 1991년 창간 이후 결호 없이 쭉 이어져 온 ‘최장수 비평전문지’이기도 합니다. 꾸준한 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년으로 오늘의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출간된 지 30년째입니다.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지역에서 118호까지 잡지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자님께서 꾸준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 편집위원들은 잡지 한 권이 발간될 때마다, 농담처럼 다음에는 책이 나올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것 같아요. 재정난으로 상황이 심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잡지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지역을 토대로 활동하는 비평가들이 매 시기 담론을 생산해내려고 시도했던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단절되지 않고 계승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금 더 개인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잡지 발간에 도움을 주시는 전망출판사와 호밀밭 출판사 대표님들, 그리고 많지 않은 원고료에도 오문비의 방향성을 지지해주는 의미에서 흔쾌히 글을 주시는 필자들, 좋은 잡지를 만들자는 뜻 하나로 수고를 마다치 않는 편집위원들과 오문비에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오문비 전 편집위원 선배들, 거기에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분들 덕분에 최장수 비평잡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오늘의문예비평”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비평을 다룬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간 시와 소설 등 다른 장르와 달리 비평을 발표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는데요. 다른 장르도 아닌 비평전문지를 꾸리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오문비의 초창기 시절(16호-24호까지)을 보면 시와 소설을 몇 작품씩 수록하기도 했는데요. 이 시기 또한 수록된 작품에 대한 비평도 함께 게재하는 등 오문비가 가진 비평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평만 발표하는 잡지는 저희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평전문지를 꾸리게 된 계기는 1991년 창간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평정신이란 가치지향의식이기에 올곧은 비평정신이 살아 있지 못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제 갈길을 향해 진전하지 못하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각 영역마다 살아 있는 비평정신에 기초한 비평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의문예비평" 창간호 서문 중에서

저는 아직도, 여전히 선배 평론가들이 작성한 이 창간호에 적힌 내용이 오문비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나 소설이 수록되지 않는, 딱딱한 평론(비평)이 수록된 잡지이다 보니, 일반 독자들이 오문비 읽기를 어려워하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저희 편집위에서도 하고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일반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평론을 위한 기획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기도 합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회의 현장 [사진 제공 = 오문비]

3. 재정 또는 독자 구축 등 비평전문계간지를 운영하며 특히 어려운 점이나 고충이 있으신가요?

네, 사실 이 문제는 가장 앞선 질문에서도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유명 문학잡지가 아니고서야 많은 문학잡지가 겪고 있는 문제가 바로 재정과 관련된 것이 분명할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거나 후원 등을 통해 잡지를 운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저희 잡지가 대중적이기보다는 이론적이고 학술적이다 보니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입니다. 독자들께 오문비를 알리기 위해서 ‘작가와의 이메일 대담’이나 ‘대중문화평론’과 같이 독자들이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들을 게재하는 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한데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잡지를 만들면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어느 때는 편집위원들이 사비를 모아 원고료를 충당한 시기도 있었고요. 한때는 블랙리스트로 찍혀 잡지 발간 기금에서 누락되기도 했으며, 자금이 원활하지 않아 지역 출판사에서 잡지 발간이 어렵겠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서…. 저희 편집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출판사를 만들었고, 책 인쇄와 발간은 전망출판사 서정원 대표님이 도움을 주셔서 당시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겨냈다는 표현을 했지만, 여전히 재정 문제는 매번 부딪히는 난간이고 한계죠…

4. 문예지 발간 기금은 어떤 방식을 통해 마련되나요?

매년 아르코와 부산문화재단에 잡지 발간 사업과 관련해 신청을 하는데, 그 기금을 받아 문예지를 발간하고 원고료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5. “오늘의문예비평”은 지역 기반 문예지이기도 한데요. 수도권에 활동 거점을 둔 문예지와는 어떤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편인가요?

수도권에 활동 거점을 둔 문예지들을 보면 대체로 출판사에서 시와 소설집(작품집)을 발간하면서 문예지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들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가, 작가의 작품들을 먼저 평론으로 쓰거나 그 작품을 홍보하는 부분도 없지 않은데요. 저희 잡지에서는 시와 소설집, 작가, 평론가와 관련된 서적을 출판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문예지는 출판사와의 연계에서 오는 재정적 안정과 유명 작가-평론가 등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면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 강점을 지니고 있지요. 하지만 이는 소위 ‘문단 권력’으로 작동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수도권 문예지에 비해 조금은 더 자율적인 방식으로 잡지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매수인 리뷰 한 편의 텍스트를 정할 때도, 비록 문단에서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꼭 다루어야 하는 책을 중심으로 택하지요. 그리니까 우리가 꼭 다루지 않아도 주목받는 몇몇 작품집들은 분기마다 있는데요. 그런 작품집보다 지역에서 나온 출판사의 작품이나 신인작가들의 작품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평을 실으려고 노력하죠.  

필자들도 수도권에서 나오는 잡지들과 달리 이미 명성이 있거나 이름이 알려진 필자보다는 신인평론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젊은 평론가분들에게 지면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비평지보다 문예지가 많은 상황에서 평론가들의 지면은 더 적은 편이기도 하고, 그 적은 지면 역시 편중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능력 있고 글도 잘 쓰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나 젊은 평론가는 설 자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점은 저희가 부산에서 잡지를 발간하고 있기에 더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또 이 지점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후속 평론가들이 꾸준히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필자분들을 고민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투여합니다.

그리고 저희 기획 중에 ‘글로컬의 경계’나 ‘이후의 기억’이 있는데요. 이 기획에서는 국가주의의 바깥 혹은 틈새를 가리키는 것들을 살피거나, 국가와 자본에 의해 폭력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복기하는 글들을 싣고 있습니다. 지역의 경제, 문화, 정치 문제, 기억해야 하는 담론을 아카이빙하는 등 수도권에서 발행하는 문예지와는 다른 사고를 촉발하는 글들, 다른 방향을 상상하게 하는 글들을 기획하기 위해 매 호 분투 중이라고 저희는 믿고 있죠.  

예전에 글을 써주신 필자분 중에 오문비에 꾸준히 연락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과 여러 생각을 공유하며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기획에 도움을 받기도 하구요. 그분들에게 오문비라면 이런 글들에, 혹은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요. 이처럼 저희가 지닌 차별점은 오문비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누구보다 잘 알아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의문예비평" 118호 [사진 제공 = 오문비]

6. 반대로 좋은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 법도 합니다. 관련해 해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러고 보니 힘든 점만 잔뜩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필자를 찾을 때 정말 많이 애를 쓰거든요. 학력, 인지도 등이 아닌 필자의 글을 가장 중요하게 보다 보니, 기획 및 섭외에 시간과 공이 많이 듭니다. 유명하지는 않아도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애쓰시는 분들,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창을 열어주시는 분들, 이제 막 비평 분야에 발을 들여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가려 하시는 분들…. 그렇게 ‘글’로 연을 맺은 여러 지역의 분들이 부산에 오실 일이 있으면 오문비 편집위원들을 찾아주실 때가 있어요. 모두가 한 지역의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만남들이 너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 별 감흥이 없었을 텐데, 저희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기쁜 만남들입니다.  

또 오문비에서는 ‘비평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 사진 비평 강연회를 진행합니다. 비평을 사랑하는 분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비평에 대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이 강연회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아카데미에 와서 굉장히 열정적으로 질문을 하고 꼼꼼히 강의를 듣던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계속 문학 공부를 하면서, 만남이 이어지고 내년부터는 오문비 편집장으로 수고를 해주시기로 했고요.

 7. 어떤 형식의 문예지인지와 무관하게 여러 곳에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는 일을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문예비평”이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진행 중인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금방 말씀드린, <여름비평아카데미>와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작가와의 이메일대담’과 ‘작가산문’이 실린 책 <불가능한 대화들>을 통해 독자와 간접적이나마 만나려고 하는데요.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지면, 좀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잡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해요. 어떤 활동이 될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오늘의문예비평" 편집회의 현장 [사진 제공 = 오문비]

8. 일각에서는 종이 문예지의 역할과 수명에 대한 회의가 오가기도 합니다. 과거 문예지가 해온 역할과 현재 겪고 있는 한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저 또한 온라인으로 책을 많이 보는 편이기도 하고, 저희 편집위에서도 이제 웹진 형식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중들이 원하고, 글이 읽힌다면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종이 문예지의 수명, 한계를 논하는 건 이르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문예지라는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요.  

과거 문예지의 역할은 분명 지금보다 더 정치적이고, 대중에게 더 빨리 어필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너무 많은 매체와 글들, 비슷한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예지들도 활로를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평의 경우 짧은 글의 읽기가 아니라 (온라인의 글 읽기가 눈으로 훑는 읽기라면) 종이는 눈이 아니라 좀 더 정독 할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 담론을 확장시켜 나가기도 하고요. 이 질문은 정답을 알 길이 없어서,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저희 오문비 편집위에서 계속 안고 가야하는 숙제 같은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9. 이외에 해주실 말씀이 있으면 편히 부탁드립니다.

오문비의 30년 역사를 제가 감히 다 알지도 못하고, 이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싶어 이 질문지가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제대로 된 답변보다는 두서없이 말하고, 어느 때는 또 길을 잃었던 것 같은데요. 이 인터뷰가 오문비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기회,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뉴스페이퍼와 맺은 이 만남이 오문비에게는 참 감사한 일인데요. 저희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문예지가 어려움 속에서 책을 내고 있을 텐데, 이런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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