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정 시인이 운영하는 미룸갤러리! 서점, 카페와 함께 대전의 문화예술공간 역할
[인터뷰] 김희정 시인이 운영하는 미룸갤러리! 서점, 카페와 함께 대전의 문화예술공간 역할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10.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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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룸갤러리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미룸갤러리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역 문화예술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경우 작가 초빙은 물론이고 마땅한 장소의 마련이나 관객의 모집이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곳곳의 문화예술이 축소되는 지금,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고 지속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곤 한다. 

그중 올해 세 번째 시집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를 재발간하는 등 작가로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희정 시인이 대전에 ‘미룸갤러리’를 오픈했다. 미룸갤러리는 1층의 서점과 카페, 2층의 갤러리, 그리고 문화모임이 가능한 지하 공간을 한데 모은 복합공간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김희정 시인. 우리는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미룸갤러리와 김희정 시인을 만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미룸갤러리는 ‘잠시 미루고 돌아보자’는 의미를 지닌 곳으로 지역의 작가와 시민들이 방문해 편히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김희정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김희정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Q. 안녕하세요, 선생님. 1층에는 서점, 2층에는 갤러리로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 인상 깊습니다. 원래부터 갤러리를 운영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언제부터였나요?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았던 미룸갤러리는 2016년 8월 오픈했으니 올해로 4년째입니다. 여기서는 지난 8월 11일에 1층 카페와 서점을 열고 9월 1일에 2층 갤러리를 오픈했어요.

저는 모든 예술의 뿌리가 문학이고, 문학의 뿌리는 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시 외에도 음악, 영화, 미술도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원래 그림을 좋아해 오랫동안 미술관, 갤러리들을 다니다가 ‘아, 직접 욕심 한 번 부려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Q. 말씀을 듣고 보니 이곳으로 이동하시며 서점과 갤러리를 함께 오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6년에 오픈한 갤러리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갤러리가 갤러리에서 끝나지 않고 문화복합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점도 있고 공연, 영화, 음악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그러다가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실은 이사를 겪으며 잠시 책을 옮겨둘 데가 필요했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창고로 이곳을 추천하셨어요. 이곳에 와서 직접 보자마자 ‘문화복합공간이지 창고로 해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팔리지 않는 폐가였죠. 주변에 추천도 해보았지만, 엄두가 안 난다는 반응이 많아서 제가 맡게 되었어요. 기존의 갤러리를 아침에 내놓고 오후에 나가고 그다음에 이곳을 계약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1층에 마련된 서점 공간에서는 차를 마시거나 비치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사진 = 김보관 기자]
1층에 마련된 서점 공간에서는 차를 마시거나 비치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사진 = 김보관 기자]
2층의 갤러리 공간 [사진 = 김보관 기자]
2층의 갤러리 공간 [사진 = 김보관 기자]

Q. 그렇다면 이곳 미룸갤러리에서는 주로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나요?

50대 이하 대전 지역 작가님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돼요. 이전의 갤러리에서는 대관전을 하지 않고 대전에서 보지 못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초대전 형식으로 진행했는데요.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대관전도 저렴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분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는 만큼 50% 정도로 가격을 줄여서 하고 있어요.

대관전이 가진 장단점이 있는데요. 대관전만 진행하게 되면 갤러리도 작가도 모두 어려울 수 있어요. 초대전을 해서 전시가 시작되면 작품을 가져다주는 것까지 모두 갤러리가 책임집니다. 하지만 작품이 잘 안 팔리다 보니 초대전을 거의 못 하는 편이고요. 초대전 진행 시 갤러리도 비용을 내야 하니 빌려주는 형식의 대관전이 자주 진행되는데, 이 경우 작가들이 모든 부담을 끌어안게 돼요. 그래서 ‘잘 팔리는 작가는 초대전을 한다.’는 인식도 있지요.

그래서 저희는 대관전을 지양하고 갤러리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용문제 등의 부분을 다시 구성해 최대한 서로 공생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출품료 지급과 계약서 작성을 철저히 하고 도록에 ISBN 코드를 발급받아 젊은 작가분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찾을 수 있게끔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사진 = 김보관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사진 = 김보관 기자]

Q. 잠깐 언급해주셨듯 지역의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식으로 교류하시고 어떠한 기준에 의해 작품을 전시하시나요?

이번 전시는 과거 지역신문인 금강일보에 게재했던 기획 칼럼 기사의 연장선입니다. 당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소개하고 짤막하게 글을 써 약 1년간 연재했어요. ‘아침을 여는 시’라는 코너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시가 아니라 그림을 소개해보자.’라고 생각했죠. 그 작가들이 대전 계룡문고에 ‘시각시각 갤러리’를 만들었고 15일씩 전시해 이윤을 배분했습니다만, 계룡문고의 사정상 이곳 미룸갤러리에서 총 46명 중 39분이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총 4부로 나뉘고 10월 1일부터 3부 전시가 시작됐어요.

작가 선정과 관련해서는 첫 분만 아는 작가를 선택했어요. 이후 릴레이 추천의 형식으로 작가님들이 다른 작가님을 추천했습니다. 그림 칼럼을 쓸 때 원래 알던 작가는 단 세 분이었어요. 나머지 마흔세 분은 작가님들이 서로서로 추천한 것이지요. 여기 와서 작품 입고하면서 처음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젊은 작가님들로 구성한 데에는 50세 이상 작가분들은 이미 대전에 뿌리도 내려져 있고 힘도 있고 어느 정도 중견작가라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편이에요. 하지만 80년대 후반, 90년생 작가들은 그게 아니죠. 그래서 이들을 소개하고 전시함으로써 다른 갤러리들이 보게 되고 하나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책방 한켠에 비치된 문예지와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책방 한켠에 비치된 문예지와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김희정 시인의 시집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사진 = 김보관 기자]

본업인 시인 외에도 관심 분야의 지역 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신경 쓰고 있는 김희정 시인에게 우리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현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에 있는 그가 직접 실감하는 상황은 어떠할까?

Q. 지역의 문화예술계 상황은 좀 어떤가요?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에 집중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많은 이들이 틈만 나면 서울로 가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지역 문화라는 것이 거의 공멸하다시피 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전의 문화예술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예요. 열심히 하는 작가들도 조명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저도 오래전에 ‘서울 해바라기’ 시절이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어느 순간 ‘이게 아니구나.’,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진정한 중심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여 년 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죠. 

대전의 문화예술계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것조차 안 될 것입니다. 누군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노력하면 미약하지만, 또 다른 출발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 생각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대전에서 활동해왔습니다.

Q.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밖에 또 다른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변 지인이 제게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어요. “갤러리, 카페, 서점을 한다니 어떻게 망할 거 세 개를 하냐. 빨리 망할 작전을 다 세웠냐.” 하고요. 하지만 반대로 그런 부분이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봐요.

지금 서점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판 자체가 흔들리고 아사 직전의 상태에 있어요. 카페도 오늘 생기고 내일 망하는 상황이고요. 갤러리도 두말할 것 없습니다. 예전엔 많던 갤러리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았으니까요. 

그러나 누군가는 그 공간을 유지해야 합니다. 문화예술은 인간 정신의 기본 바탕과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경제 논리에서 바라볼 부분이 아니라고 봐요.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을 모을 수 없고 함께하기 어려워 더욱 힘들긴 하지만, 조금씩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에요.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씩 발걸음을 떼어가며 코로나19로 인해 닥쳐온 상황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지요.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사진 = 김보관 기자]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미룸갤러리는 다음 걸음을 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창 진행 중인 ‘시각시각’ 전시 외에도 소장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모임을 예정 중이다.

Q. 앞으로 예정된 일정이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4부 전시 이후 대관전 문의가 들어왔어요. 차질 없이 성사되면 할 거고 안 되면 소장 작품으로 상설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대관전이나 초대전이 없을 때는 서양화, 판화전 등 다양한 전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해요.

원래는 지하의 공간을 활용해 소설 모임, 시창작 모임, 글쓰기 모임, 책으로 수다 떨기 모임 등을 요일제로 돌아가며 기획해 놨어요. 지금은 운영할 수 없어 잠시 멈추어진 상태지만요. 소규모로 7명 안쪽의 모임을 진행할 계획이 있어요. 차 마시며 수다 떨고 합평하는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Q.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미룸갤러리’라는 이름 아래 서점, 카페, 갤러리가 있어요. 여전히 출판계는 어렵고 서점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게 저여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많이 배우기도 해요. 이곳을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즐겁고요. 세상에는 말을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은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 공간이 마음껏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미룸갤러리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미룸갤러리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그의 바람처럼 캘리그라피 작가들이 쓰고 간 작품들과 시인의 글씨, 문화예술인들이 왔다 간 흔적들로 가득한 미룸 갤러리. 이곳의 서점 한켠에는 자유로이 읽을 수 있는 지역 기관지가 구비되어 있고 이따금 동네 학생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김희정 시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미룸갤러리가 그려갈 길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보는 한편, 멀고도 험난할 길에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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