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트라우마와 질병, 죽음과 상실 그리고 ‘치유’를 다뤄온 시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트라우마와 질병, 죽음과 상실 그리고 ‘치유’를 다뤄온 시인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10.09 17:47
  • 댓글 0
  • 조회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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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글릭 [사진 출처 = The Santa Fe New Mexican]
루이스 글릭 [사진 출처 = The Santa Fe New Mexican]

지난 8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수상자는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으로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화하는 뚜렷한 시적 목소리”라는 찬사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루이즈 글릭 시인은 1993년 시집 “야생 붓꽃 The Wild Iris”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볼링겐상, 전미도서상, 네셔널북어워드 등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68년 시집 “맏이 First born”로 데뷔한 시인 겸 수필가 루이즈 글릭은 그간 트라우마와 질병, 자연 등의 주제에 천착하며 죽음과 상실, 치유와 회복 등에 관한 작품들로 특히 주목받아왔다. 그중 루이즈 글릭의 시집 “10월 October”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고통, 치유 등의 내용을 그리스 신화와 함께 풀어낸 작품집이다.

그렇기에 올해 수상자로 루이즈 글릭이 선정된 것은 코로나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문학적 사유와도 연관해 해석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루이즈 글릭의 시는 단 두 편으로 모두 류시화 시인이 번역했다. 그중 ‘눈풀꽃 Snowdrops’에서 짧게나마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그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 살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루이즈 글릭의 나머지 한 작품은 류시화 시인의 “시로 납치하다”에 실린 ‘애도 Lament’로 죽음 이후와 삶의 의미에 대해 그려냈다. 아쉽게도 루이즈 글릭의 시집 중 국내에 번역된 도서는 없어 향후 출판 동향이 주목된다. 이번 노벨문학상에서 “하데스에 붙잡힌 페르세포네 신화를 몽환적이고 능숙하게 해석한 대작”으로 찬사를 받은 시집 “아베르노 Averno” 역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림원의 올슨 위원장은 루이즈 글릭에 대해 “신화와 고전적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어 개인의 이야기를 보편적 가치로 환원했다.”며 “그의 시는 명징함으로 특징지어진다. 어린 시절과 가족, 부모와 형제와의 긴밀한 관계는 그의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주제다.”라는 평을 전했다.

더불어 “루이스 글릭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자전적 배경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를 자기고백적 시인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루이스 글릭이 추구하는 인류의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편, 루이즈 글릭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16번째 여성으로 올해 노벨문학상은 비유럽권 혹은 여성이 수상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도 적중했다. 한림원은 최근 3년 연속 유럽 작가를 선정했으며 역대 수상자 117명 중 대부분이 남성 작가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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