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 결과는? 문학단체·협회에 소속된 작가일수록 불공정 관행 더 많이 경험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 결과는? 문학단체·협회에 소속된 작가일수록 불공정 관행 더 많이 경험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10.15 16:29
  • 댓글 0
  • 조회수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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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연령대, 남성, 문학단체·협회에 소속된 작가일수록 불공정 관행 더 많이 경험해
- 전송권과 2차 저작권 관련 제도 및 교육 마련 시급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약 세 달간 진행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의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한 실태조사에는 공병훈 협성대학교 교수와 조정미 스토리미디어랩 대표,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상문학상 사태로 촉발된 문학계 불공정 관행 개선 요구와 변화하는 문학생태계를 반영한 이번 조사는 문헌 분석은 물론이고 창작가 12명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심층면접, 유효표본 1,532명의 응답을 수집한 문학창작자 설문조사, 9개 문예지가 참여한 문학 출판 관련자 심층 면접으로 구성됐다.

이중 전문가 심층면접과 창작자 설문조사로 파악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문예지 원고 게재, 문학 도서 출판, 전송권과 2차 저작권, 공모전과 문학상, 불공정 관행에 대한 창작자 인식이 그것이다. 

문예지 원고 게재의 경우 청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관행이 가장 두드러졌다. 전체 응답자 중 그간 구두 청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56.6%로 절반을 넘겼으며 25.1%가 구두 청탁 때문에 발표 시기 놓친 경험이 있었다. 이와 함께 편집위원의 인맥에 의존하는 청탁 시스템에 대한 한계와 비합리성, 원고청탁서에서 원고료액수 및 지급일 미기재 등이 지적됐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35.8%는 원고료를 못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72.6%는 원고료를 못 받아도 추후 청탁이 끊길까 염려되어 문예지에 요청하지 못했다. 원고료를 현금이 아닌 다른 물건으로 받거나 기금납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과 문예지 작품 게재를 명목으로 문예지 구입 등 강요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은 각각 68.6%, 25.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문학생태계 속에서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관행에 머물러 있는 출판계 일각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마땅히 작성되어야 할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는가 하면 합당한 방법으로 지급되어야 할 원고료가 실물 등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한 개선안으로는 원고청탁서와 관련한 캠페인 진행, 원고청탁서 내 원고료와 지급기일 필수 기재, 표준 원고청탁서 양식 추가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인맥에 의존하는 청탁 방식 개선을 위한 작가 DB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사진 출처 = 공병훈 교수]

이러한 불공정 관행은 문학 단행본 출간 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12.1%는 구두로만 계약한 사실이 있었으며 11.2%가 강압과 강요 경험이 있었지만, 전체의 61.1%는 계약서의 불공정 항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정을 요구하지 못했다. 

원고료와 마찬가지로 인세 또한 제대로 지급과 판매량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전체의 53%가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인세를 현금이 아닌 기타 물건으로 받은 경험도 36.5%에 달했다. 이밖에 무리한 집필 일정 강요(24.1%), 출판사 임의로 원고 내용 수정(15.2%), 차기 작품 조건(11.2%), 자신의 책 다량 구매(15.9%) 등의 불공정 사례가 수집되었다.

해당 대목에서 공병훈 협성대 교수는 ‘출판과정 불공정 관행 사례를 유형화하고 방지대책 매뉴얼화’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신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출판계약 불공정 관행 방지 교육을 진행하자는 현장의 의견도 다수 있었다. 

전송권과 2차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는 다소 복잡했다. 전체의 61.1%가 전자책 웹진 등의 디지털 형태의 전송 경험이 있지만, 이중 아무 계약도 맺지 않았거나(22.9%) 출판계약서나 원고청탁서에 포함된 계약을 맺은 경우(50.1%),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생각하는 경우(40.1%)가 빈번했다. 

더욱이 불공정 관행이 발생했을 경우 조정 프로세스나 작가들의 권리를 대변해 주는 단체가 부재함은 물론이고 도움이나 컨설팅을 받을 만한 공적 지원, 저작권 계약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 해결이 쉽지 않았다.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종속된 지위’를 가진 작가들의 부진한 권리의식 역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출판계약이나 원고 청탁과 분리된 별도 계약, 내용 세부화 및 구체화, 판매량 보고개선 요구도도 높았다. 공병훈 교수는 “문학작품이 2차 저작물을 통해 전 산업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선도할 수 있는 저작권 신탁 단체”와 “작가들이 저작권 문제를 상담할 변호사 혹은 법적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함을 직시했다. 

[사진 출처 = 공병훈 교수]

공모전과 문학상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수상자 선정기준과 심사위원과 수상자의 관련성 등 수상 과정 자체에 대한 부분과 상금을 출판 선인세로 적용하는 관례 등 수상 작품집 계약에 대한 부분이 도드라졌다. 특히 상금을 수상 작품집의 선인세 형태로 지급하는 사례는 웹소설 업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문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불공정 관행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렇기에 “문학상 수상과 출판을 별도 사안으로 분리하고 수상은 상금, 출판은 인세로 각각 보상해야 한다”는 세부 응답이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사전에 선인세로 고지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수상결정권이 없거나 사전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상금의 선인세화’가 치명적인 창작자 권익 침탈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불확실한 수상 상금 지급 시기 등이 지적되었으며 전체 창작자들의 5.2%가 문학상·창작기금 심의를 미끼로 금품요구나 의무 없는 일을 강요당했고 수상자 중 17.5%는 상금을 행사비나 뒤풀이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받아 부당한 사례를 겪었다.

[사진 출처 = 공병훈 교수]

아울러 불공정 관행에 대한 창작자 인상 항목에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응답자의 64.9%가 작가는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작가의 사회적 지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68.8%가 ‘민간영역의 문예지와 문학출판에서 특정한 작가를 배제하거나 특혜를 준다’고 생각했다.

이는 최근의 코로나 사태에 들어서며 생긴 각종 지원 제도의 활용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프리랜서에 가까운 작가들의 특성상 소득 감소를 증빙하기 힘들거나 명확한 범주에 들어가기 힘든 경우도 잦았다.

개선방법으로는 출판사와 문예지의 개선 의지 및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가장 크게 언급되었으며 권리에 대한 작가 인식 개선과 작가 대상 교육 및 출판 컨설팅, 작가들의 이익단체 활동, 저작권 신탁 단체 설립 등의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일련의 답변에 따르면 창작자의 작품창작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및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등록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한 원천징수된 원고료 환급 방법 등을 교육하거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문학창작자 대상 상담창구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출처 = 공병훈 교수]

전반적인 연구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높은 연령대, 남성, 문학단체 또는 협회에 소속된 작가일수록 더 많은 불공정 관행을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공병훈 교수는 이를 두고 “여성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 아동문학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고 기술하는 동시에 “이들의 열망과 의지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민우 대표는 “높은 연령대, 남성, 문학단체 소속 작가의 경우 ‘불공정 관행’을 불공정 관행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첨언했다.

기존의 문학 단체들이 가지는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부분 문학단체는 작가들의 권익 보호보다는 작가들 간 친목 또는 문학 혹은 사회적 가치 참여에 더 많은 목적을 두고 있었다. 더불어 불공정 관행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 아동문학작가의 경우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라는 단체에서 관련 교육 및 변호사 자문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그 시사점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를 남긴 이번 연구는 창작자들의 경험과 인식에 대한 첫 실태조사라는 데에 의미가 크다. 그간 공공연한 비밀과 같이 치부되었던 문학생태계의 문제점에 대한 창작자의 시각과 요구를 담은 자료가 추후 관련 정책 개발의 근거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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