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당일 “편집자의 밤” 성료! 1년차, 10년차, 30년차 편집자들의 시선 담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당일 “편집자의 밤” 성료! 1년차, 10년차, 30년차 편집자들의 시선 담아
  • 송진아 기자
  • 승인 2020.10.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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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 얽힘’을 주제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책 축제 펼쳐져
서울국제도서전 “편집자의 밤, 나는 편집자다!”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편집자의 밤, 나는 편집자다!”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16일 국내 최대 도서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2020년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행사는 ‘XYZ: 얽힘’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동시에 개최된다. 매해 코엑스에서 열리던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을 기점으로 사전 예약제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전시를 진행하며 이외에도 동네책방과 협업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중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당일을 장식한 “편집자의 밤, 나는 편집자다!” 코너에서는 각기 다른 업무 경험이 있는 편집자들을 초대하고 편집자의 삶과 책을 만드는 이유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의 밤” 코너는 오프라인 사전 예약과 온라인 생중계로 폭넓은 독자들을 만났다.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사회를 맡은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자는 “이번 도서전의 주제에서 중요한 것은 ‘얽힘’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책을 만드는 일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1년, 10년, 20년차 편집자를 모시고 편집자의 삶과 책의 의미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는 말로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현장에는 1년차 이해인 창비 편집자, 10년차 배윤미 한빛미디어 편집자, 34년차 한필훈 편집자가 참석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독자들을 만나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편집자로서의 고민을 나누거나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구상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해인 창비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이해인 창비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편집자의 밤, 나는 편집자다!” 첫 순서로는 마케팅 부서에서 편집 부서로 이동한 1년차 이해인 창비 편집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줄곧 편집 일을 동경해왔다는 그는 우연한 계기로 도서 홍보 마케팅 일을 시작했다. 이해인 편집자는 “3년 정도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이 일을 좋아하면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회사에서도 좋은 제안과 기회를 줘서 편집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해인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이유는 ‘멈춤’에 있다. 그는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만들고 싶은 이유가 같다.”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 문장에 멈추게 되고 ‘내가 여기에 멈추려고 책을 계속 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한 지점에서 숨 한 번 고르면서 ‘내가 이거 좋아했었지.’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책을 읽고 만드는 듯하다.”는 말로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막 편집 일에 발을 디딘 그에게 어떤 편집, 어떤 책이 좋은 것인지를 묻는 것은 조금 이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창비의 “문학3”을 담당하는 이해인 편집자는 마케팅 경험을 살려 편집 업무에 적용하기도 하고 동료와 의견을 나누기도 하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앞선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지금 하는 일을 잘 하자.”라는 명쾌한 한 마디다.

배윤미 한빛미디어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배윤미 한빛미디어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그렇다면 10년 차 베테랑 편집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빛미디어에서 컴퓨터·IT분야 활용서를 출간하는 배윤미 편집자는 “10년을 해도 어렵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출간하는 도서는 엑셀, 워드, 한글, 어도비 포토샵, 영상편집, 오토 캐드 등의 프로그램을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게 돕는 책들이다. 

“요즘의 트렌드는 유튜브, 영상편집, 프리미어 프로와 같은 분야”라고 소개한 배윤미 편집자는 “이제 책의 경쟁자는 인터넷, 블로그, 카페, 유튜브 등”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가 많지 않아 책을 통해 공부했던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배윤미 편집자는 “책이 가진 강점은 체계화되고 정제된 콘텐츠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독자분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서에 가까운 IT 활용서를 편집하는 그는 ‘학습하기 쉬운 구성, 구체적인 지식 전달, 오류 없는 명확한 정보, 실습하며 익힐 수 있는 예제 수록’을 신경 쓴다. 모호한 제목보다는 명료한 제목으로 눈에 띄는 표지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배윤미 편집자는 “지난 10년은 격동의 IT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의 컴퓨터활용능력이 향상되며 세세한 부분이 제거돼 책이 더 얇고 가벼워지기도 했다.”며 “궁금하고 배우고 싶고 알아야만 하는 IT 기술에 관한 지식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한필훈 길벗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필훈 길벗 편집자 [사진 = 김보관 기자]

34년차 한필훈 길벗 편집자의 책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논어 학이편의 ‘너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찾아서 배우고 익혀라.’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처음 출판사에 들어와서 책을 만드는데 일이 너무 재밌었다. 그렇게 배우고 익히다 보니 깊이 빠져서 아직도 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1987년 출판사에 입사한 한필훈 편집자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출판·편집인의 역할에 집중하며 출판의 다양한 영역, 그중에서도 교육 콘텐츠에 관심을 두었다. 한필훈 편집자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크게 10년 단위로 나누어 정리했다. 그의 편집 경력 속에는 지난 30여 년의 세월 속 출판 시장의 변화 역시 담겨있었다.

그에 따르면, 첫 10년을 보낸 90년대는 ‘저자, 편집자, 생산자 중심의 출판 시장’이었다. 한필훈 편집자는 “당시에는 좋은 책을 내면 그 책을 읽을 독자들이 준비돼있었다.”며 “해당 시기에는 젊은 소장파 철학 연구자와 만든 철학서, 1세대 여성학 연구자와 함께한 학술서와 교양서, 중고교 선생님과 작업한 청소년 교양 시리즈 등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독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그는 독자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함께 책을 기획하기 위해 먼저 자신이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독자 그룹을 선택했다. 이 시기 한필훈 편집자가 마주한 독자층은 청소년과 같이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는 “10년간 학습실용서와 각종 시리즈물을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책은 대부분 ‘지식’과 관련이 있다. 이때의 ‘지식’은 “사람이 살면서 생애 주기별로 부딪히는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지식”을 의미한다. 한필훈 편집자는 “그런 절실한 문제는 대개 아주 신뢰감 높은 콘텐츠가 아니면 쉽게 믿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책이 할 수 있는 핵심 영역이다.”라고 단언했다. 평생학습 시대에 대중적인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가 그간 만들어왔고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까지 맞닿아있는 그의 세 번째 10년은 직접 책을 만드는 일이 아닌 ‘책을 만드는 이들의 성장을 돕는 일’로 채워지고 있다. 한필훈 편집자는 이를 “편집자를 편집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각 팀의 편집자들과 중장기 계획을 논의하거나 편집자들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출판사 모델을 만드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자식에게 ‘그 출판사 괜찮으니 다녀봐.’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세 명의 편집자가 차례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후에는 후배 편집자의 고충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거나 편집자로서 소소한 어려움과 즐거움을 나누었다. 각각의 경험치가 다른 이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예비 편집자들은 물론이고 ‘편집’이 낯선 독자들도 책을 기획하는 만드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국제도서전 코너 중 하나인 “편집자의 밤, 나는 편집자다!”는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으며 오는 25일까지 다양한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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