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획 03]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울루그벡 함다모프- “곧 해가 뜨리라”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획 03]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울루그벡 함다모프- “곧 해가 뜨리라”
  • 울루그벡 함다모프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 승인 2020.10.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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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처음에는 중국 우한시에서 박쥐와 뱀을 먹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대해 다들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매스컴에서는 단순히 “병의 희생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그저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린 것이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그 전염병이 번졌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이 너무나도 중요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궁극적으로 치명적인 병이라 해도 아주 먼 곳에서 퍼지고 있는 거니까 우리한테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일어난 즉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인간의 본성에 없는 일이다.

인류는 물론 오랜 재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세기만 해도 수많은 전염병-스페인 독감, 에이즈, 에볼라, 조류 독감, 돼지 독감 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모두 특정 지역에 한정돼 발생했고 예방 조치들을 통해 박멸되었다. 인간은 곧 상황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산불 같은 기세로 번지고 있다.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석 달 만에 전세계적 유행병이 되었다. 왜냐? 지구화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날 전세계의 어느 곳이든 24시간이면 갈 수 있다. 소비재들의 수출과 수입의 규모는 생각하기도 불가능할 수준이다. 그리고 사람이나 재화가 다 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뉴스 프로그램들은 점차 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척 감염력이 높아서 계속 더 많은 나라로 퍼지고 있다고 쉬지 않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은 주요 미디어 이벤트가 되었다. “격리가 강제되었다”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제대로 깨닫게 된 건 나중이었다. 모스크바나 이스탄불처럼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 우한이 마지막 안식처처럼 보이게 되었다. 고층 건물들과 큰 길들은 텅 비어 방금 파낸 묘지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보고된 수천 건의 사례들은 조난 신호였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단기간에 공동묘지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결국 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적 유행병이 되었다. “우리의 지구는 우리 모두의 조국이다”라는 말은 무의미한 슬로건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도 공중누각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이 위기 상황 속에서 그 말들은 다시 제 가치를 되찾기 시작했다-인종이나 국적, 종교, 성별에 무관하게.

모두들 인정해야 하는 진실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전에 우리들의 삶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었다. 모두들 자아의 밖에서 만족을 얻는 데만 주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따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현대 사상가」라는 서사시에서 나는 모두들 자신의 심장을 집안에 두고 지구화라는 사이렌의 노래 소리에 매혹되어 나다니는 모습을 그렸다. 이제 운명의 손은 우리가 집안에 머무르도록 강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유행병을 신의 의지가 내려 보내신 역병이며 인류에 대한 처벌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 주요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생물학적 무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든 우리들이 견뎌내야 하는 재난의 경험-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면에서는 같다.

언젠가는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세계적인 유행병을 유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만큼은 이것이야말로 세계 무대 위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운명의 손 때문이든 수수께끼 같은 생물학적 무기이든 지금은 큰 재앙이다. 오늘 모두는 이 상황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가 지나치게 자아의 외부에서 살았기 때문에 문명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진정한 고국, 가슴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유한하며, 삶의 본질은 너그러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이다. 세계 인구의 십 분의 일이라도 이런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균형을 통한 치유가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지구적인 규모의 트라우마 경험을 가져왔다. 비행기는 반쯤 비었고, 배는 유기되었고, 길에 다니는 차의 숫자는 적어졌다. 그리고 위대한 지배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왕좌 뒤의 권력은 집에 머물러 있다. 음악회와 학술회의와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 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활동이 완전히 멈추었다. 모든 사람들이 깊은 사유를 하기를 요구하는 이런 상황이 일찍이 경험된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단지 판타지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이 경험, 이 엄청난 교훈은 물론 고열에 시달리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수십만 명의 목숨값에 비할 수는 없다. 그들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처럼 소중한 경험을 제대로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고 보기는 정말 힘들다.

우리가 이 대재앙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들을 요약해 보자.

•크고 작은 행복한 순간들-일을 하러 가거나 공부를 하러 가거나 가족과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기거나, 다른 사람을 환대하는 순간들-에 감사하라.
•서로를 향해 다정하게 인사하고, 집에 있을 때 자식이나 손자, 친척들을 안아주고 입맞춰주는 것은 소중한 선물임을 알라.
•타인들에게 두려움 없이 인사하는 것은 행운이다.
•신의 은혜의 본질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마스크의 보호 없이 신선한 공기를 숨 쉬고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갈 수 있는 것임을 이해하라.

요즈음 이것들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이며 그들의 진실된 느낌이다. 우리는 모두 인류 전체에 속해 있다. 하지만, 유행병을 구실로 본인이 할 일을 포기하거나 바꾸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미래에 또 다른 불행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도 내 할 일을 해야 한다-어제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야기: 전쟁 중에 한 대장장이가 모든 말의 발굽에 못을 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못이 모자라서 마지막 발굽에는 네 개만 사용했다. 하필이면 그게 지휘관의 말 발굽이었다. 그 결과 지휘관의 말은 전투 중에 쓰러졌고 지휘관은 죽었다. 지도자의 부재로 전쟁에서도 패배했다. 단 하나의 못 때문에 나라는 적의 수중에 떨어졌고 딱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라도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삶의 모든 영역에 예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수백만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만일 우리가 그간 해왔던 활동 중의 어떤 것은 이제 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면 우리도 그 대장장이와 그의 나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실화: 마을의 채소 값은 해마다 변했다. 한 해에는 너무 싸고 다음 해에는 너무 비쌌다. 하지만 농부들은 항상 그 해의 가격을 기준으로 농사를 지었다. 만일 감자 값이 비싸면 모두들 감자를 심었고, 그러면 다음 해에는 감자 값이 형편없이 싸졌다. 그러면 아무도 감자를 심지 않아서 다음 해엔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

루미1의 이야기: 어느 문법학자가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배에 탔다. 그는 사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법을 배운 적이 있나요?” 사공이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문법학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절반을 낭비하셨군요.” 사공은 너무 슬프고 심란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강풍이 불어와 배가 소용돌이 속으로 떠밀려 갔다. 사공이 문법학자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수영할 줄 아세요?” 문법학자가 대답했다, “아니요, 못 배웠소!” 사공이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럼 인생을 완전히 낭비하셨네요!”

이 세 이야기를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도 사회에게도 항상 인간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세계적인 유행병이 돈다고 해서 우리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부분은 과소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또다시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미디어의 보도를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생물학, 화학, 유전학, 의학, 바이러스학과 약학 같은 분야에 자본과 노력을 쏟아 부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을 보면서 우리는 인류가 그동안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우주 탐험에 터무니없는 투자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물론 엄청나게 많은 돈이 서로를 위협하는 폭탄과 로켓에 소비되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사실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다 충분히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미지의 소행성과 충돌 직전에 있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학에서 이루어지는 위대한 업적은 그런 위기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들을 두루 고려해 본다면 전체 인류가 삶의 모든 영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하나 있다. 내가 드디어 대학생이 된다는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 타슈켄트 행 기차를 탔을 때였다. 밤이 와서 난 기차 속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 있었다. 기차를 내려 알레이 바자 쪽으로 가는 전차를 탔다.

내가 살 아파트를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전차를 내려야 했다. 그래서 먼저 전차 삯을 지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주머니가 텅 비어 있었고, 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비백산해서 그 상황을 버스 차장에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는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당장 내리라고 했다. 아직 어렸던 나는 정말 속이 상했고, 내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아주 늦은 저녁이었다. 그때 난 생각했다.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형사나 검사가 될 거라고.

다음날 아침에야 마침내 혼란된 감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오던 대학에 응시했다. 하지만 내가 그때 홧김에 법학을 전공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난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우리들의 의무다. 위기를 겪는 동안 그 영향으로 다른 분야는 과소평가하고 특정 영역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또 다른 재난으로 인도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모두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고 이 세상 최고의 통치자다”라고 주장해 왔다. 참말이지, 모두들 그 말을 사실이라고 믿으며 한 번씩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보니 어떤가?

전문은 아시아문학패스티벌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울루그벡 함다모프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울루그벡 함다모프는 1968년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2003년 이후 우즈베키스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언어문학대학 현대문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반란과순종』, 『사보와 사난다(Sabo and Sanandar)』, 『딜루나 거리에서(Dilnura from the Distance)』, 시 모음집 『당신을 기다렸습니다(Waited for you)』, 『장미』 등이 있다.


번역 전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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