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획 04] 김용국 시인 - “마음방역의 미소”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획 04] 김용국 시인 - “마음방역의 미소”
  • 김용국 시인
  • 승인 2020.10.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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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올 7월 중순에 완도에서 완도문협 주관의 문학 행사가 있었다. 공무원들이 섬 입구에서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재고 통과시켰다. 예전엔 누구나 반겼던 섬의 어르신들이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외부인들이 섬으로 들어오는 것을 많이 꺼린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섬은 교통이 불편하고, 병원이 아주 멀다. 완도문협 회장님은 행사 장소를 바닷가의 한적한 공원으로 정했다. 회원들 열댓 분이 오셨다. 모두 그 지역 분들이지만 마스크 쓰기, 손 소독,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시 공부가 여느 때보다 매우 진지했다. 발표하는 강사도 듣는 회원도 열중했고, 바닷물결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특별한 결의로 모인 자리라 질의응답도 진중했다. 점심은 도시락을 배달해서 먹었다. 나는 행사 후 나흘간을 집에만 머물면서 건강 상태를 살폈다. 참석자들은 모두 안전했다. 이것을 본받아서 전남 문협 이사회를 보성군 서재필기념공원 야외에서 했다. 방역담당자를 지정해서 방역 수칙을 잘 지켰다. 보성군청과 문덕면 담당 공무원이 방문하여 격려해 주었다. 참석률도 높았고, 회의도 알차고 진지하게 추진되었다. 나는 그 후 2주일간 참석자들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모두 무사했다. 지혜와 용기로 성
공한 이사회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였다. 6월 5일, 새로 개관한 보성문화예술회관에서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 주최로 제1회 보성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했다. 나는 행복학교 교장으로서 인사말을 할 때 세월호를 상기시켰다. 메르스가 번지고 있으나 보성은 기가 강한 곳이고, 군민들이 녹차를 많이 마시니 별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이상이 있으면 즉시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메르스 13번 환자와 직접 접촉했으니, 전화 받은 즉시 보건소로 오라는 것이다. 감염되었다면 격리되고, 죽을 수도 있었다. 세면도구, 여벌 옷, 일기장, 책을 한 권 챙긴 다음에 아내를 불렀다. 상황을 전하고 유언 3가지를 남겼다. 아내는 몹시 당황하면서 안색이 변했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김 계장님이 활짝 웃으면서 맞아 주었다. 체온을 쟀다. 정상이니 즉시 집으로 돌아가서 2주일간 자가격리하란다. 늦은 밤인데 부군수님이 시찰 오셨다가 무사하기를 빌며 격려를 해주셨다. 마음이 한결 놓였다. 죄인 같은 심정으로 자가격리 이틀을 보내다, 궁금해서 식당을 하면서 지방신문 기자를 하는 막냇동생에게 상황을 물었다. 거리에 사람들 통행이 뜸하고, 식당도 휴업한단다. 보성문인들에게 문학으로 군민을 격려하고 위로하라고 권했다. 메르스 13번 확진자의 친구는 그를 위로하는 시를 써서 보냈다. 나는 ‘아자 보성’이라는 시를 써서 김 부회장에게 주고 동영상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유튜브에서 ‘아자 보성’ 동영상을 시청한 군민과 출향 향우들이 전화로 고맙다면서 보성의 안부를 물었다. 그 뒤에 보성체육회 등 여러 사회단체에서 ‘우리는 군민과 함께 합니다’ 등 응원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아자 보성’이다.

쓰러질 만큼 햇볕 화살이 쏠 때/낙타는 오히려 태양을 향한다//쏟아지는 화살을/화살보다 더 똑똑하게 보는 눈엔/살 희망이 있다.//으짜끄나 당황하면 낭떠러지나/으짜끄나 궁리하면 길이 보인다.//아자아자 3보향 식구들 머리를 맞대고/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자.//득량에서 식량을 모아 명량에 보내고/군머리에서 머리를 바쳐 왜적을 막으셨던/선조들의 용기와 힘의 뿌리가 깊다./오늘 그 기운과 따뜻한 녹차로/불은 싹 물리쳐 내고/중동감기 화살을 막아주는 분들/잠 못 자며 고생하는 분들/입장 바꾸어 공손히 손을 잡고/보성아리랑 힘차게 둥글게 둥글게 강강술래를 하며/새봄 아침 철쭉꽃으로 웃자.//철쭉 동산 기운 받은 사람마다/발걸음 새로이 씩씩하게/희망의 햇살 담아 사랑의 효시를 쏘자.//아자아자 보성.
철쭉은 보성군화이다.

청어출판사가 코로나19 시대의 요청에 발맞추어서 ‘코로나? 코리아!’를 기획했고, 한국문인협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진 감염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드리고, 불철주야 땀 흘리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국민이 엄중한 위기를 희망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기폭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내 시 ‘지화자 知和者 마스크’도 실려 있다. 코로나19로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경계를 한다.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서로 불편하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움찔 놀란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자신이 고생하는 것도 괴롭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더 고통스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번지는,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는 초대형 감염병 산불이다. 큰 산불을 제압하는 방법은 맞불을 놓는 것이다. 그 맞불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나서 연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사람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감염자, 치료 중인 자, 완치자, 완치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자, 사망자이다. 감염된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경원시 된다. 가족에게도 큰 짐이 된다. 그러나
나는 물론 그 누구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나병 환자가 마을에 종종 나타났다. 모든 나병 환자가 소록도에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흉측한 얼굴에 허름한 옷을 입고 구걸을 했다. 우리는 문둥이라고 부르는 그가 아이를 잡아먹기도 한다는 소문에 아무도 그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가 마을에 들어오면 문둥병에 걸릴까 봐 집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심지어 그를 내쫓아 버리려고 돌팔매질을 하는 개구쟁이들도 있었다.

나병은 피로만 전염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병 환자도 다 같은 사람이며, 나도 또 누구도 문둥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을 때, 한없이 순한 눈의 그 나병 환자에게 미안했다. 나병 환자인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알고 나서는 청보리가 물결치는 보리밭을 볼 때마다 순하디순한 눈의 그 나병 환자가 생각나고, 가득 고인 눈물 속에 슬프디슬픈 보리피리 소리가 필릴리- 들리는 것 같았다.

전문은 아시아문학패스티벌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김용국 시인

전남 보성군 보성읍에서 태어났다. 2018년 전남문인협회의 제19대 회장으로 취임하였으며, 전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보성향토사연구소장으로 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2015년 한림에서 출간한 『차 숲에서 지화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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