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안주철 시인, 자기 안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 밖을 바라보는 새 시집 '해피랜드''느낌은 멈추지 않는다' 출간
김해자·안주철 시인, 자기 안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 밖을 바라보는 새 시집 '해피랜드''느낌은 멈추지 않는다' 출간
  • 배용진 기자
  • 승인 2020.11.03 19:32
  • 댓글 0
  • 조회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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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집을 발표하며 기자간담회를 연 김해자 시인(좌)과 안주철 시인(우) [사진 = 배용진 기자]
새 시집을 발표하며 기자간담회를 연 김해자 시인(좌)과 안주철 시인(우) [사진 = 배용진 기자]

 

김해자 시인과 안주철 시인이 각각 새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 제목은 <해피랜드>와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다. 두 시인은 2일 서울 종로구 설가온에서 신간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자 시집을 소개하고 소감을 전했다.

시집 제목 ‘해피랜드’는 김해자 시인이 EBS 다큐프라임 <천국의 아이들>의 2부 ‘웰컴 투 해피랜드’를 보고 지었다. 필리핀 톤도에 있는 ‘해피랜드’는 쓰레기를 주워서 사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 붙은 이름이다. 김해자 시인은 “이 다큐멘터리를 여러 번 돌려보며 많이 울었다. 어른들이 산 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는구나 싶었다. 제목으로 촌스럽지만 그곳 지명을 그대로 살렸다”라고 설명했다.

 

김해자 시인 [사진 = 배용진 기자]
김해자 시인 [사진 = 배용진 기자]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암에 걸리고 투병하는 과정에서 써낸 시들이 실려있다. 김해자 시인은 “2018년 시집을 발표한 뒤 써 놓은 시가 서른 편 정도 있는데, 모두 빼고 최근 6개월간 쓴 시를 넣었다”라고 밝혔다. 뚜껑 닫은 관속에 들어간 기분을 느끼는 등 시인은 고통받지만, 이웃에게 받은 배려와 사랑을 잊지 않고 시 안에 담아냈다. 또 그는 자기 고통 안에 머무르지 않고 바깥을 봤다. ‘둘 다 휘딱 갔다’에서 시인은 택배 노동자와 배달 노동자 사이에 사고가 나지만 말없이 각자 ‘휘딱’ 떠나는 모습을 그렸다.

 

현대아파트로 치킨 배달 가는디 트럭이 한 25톤쯤 되나, (…) 웬걸, 앞으로 갈 트럭이 뒤로 오는겨, 나한티로, (…) 어쩌긴 어쩌, 트럭 밑으로 들어가 버렸지 머, 오토바이랑 같이 넘어져서.

(…)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보고 황급히 제지를 하니께 그제서야 서더니 휘딱 가버리더라고, 미안하단 소리도 안 하고 휘딱, (…) 아 빨랑 치킨 갖다줘야지, (…) 어쩌긴, 나도 휘딱 갔지 머.

‘둘 다 휘딱 갔다’ 중 일부

<해피랜드>의 해설을 쓴 노지양 평론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픔을 겪으면 자의식 과잉 속에서 개인적 고통의 발화 정도로 끝나기 쉬운데, 김해자 시인은 통증으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알렸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해자 시인은 “출간 기회를 얻은 덕에 공포에 질려 납작 엎드려만 있지 않고 고통에 파묻혀 언어화되지 못한 것들을 메모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시집에 있는 ‘시인노트’에서 김해자 시인은 말한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서라도 신음처럼 모음만 새어 나온다 할지라도, 지구라는 방주에 탄 해피랜드의 오늘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안주철 시인 [사진 = 배용진 기자]
안주철 시인 [사진 = 배용진 기자]

 

한편 안주철 시인은 시집을 낸 지 세 달 만에 새 시집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을 출간했다. 그가 이렇게 빠르게 시집을 낼 수 있던 건 “우리의 일상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그의 새 시집에는 한 번도 귀하게 생각하지 못한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인간의 내면이 새겨 있다.

​김도연 소설가는 시집의 ‘해설’에 “‘기억으로부터 달아나려고 무척 많은 힘을 낭비한 게 어리석었다’는 토로와 ‘나쁜 기억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 좋은 것만 갖고 싶어 했다’는 시인의 고백이 잊어버린 인간의 도리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적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안주철 시인은 “누구나 감각을 통해 행복·슬픔·고통·괴로움 등을 느끼기 마련이고, 느끼는 순간 자신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받는다. 그것이 이 세상을 살게 하는 것 같다”라며 “나이 들어가면서 타인에게 더 관심 가지게 됐다. 나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내 힘을 보태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두 시인의 새 시집 <해피랜드>와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는 영문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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