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파주북소리 책 더 책' 은유 작가 강연, '글쓰기는 자기 구원이 될 수 있을까'
'2020 파주북소리 책 더 책' 은유 작가 강연, '글쓰기는 자기 구원이 될 수 있을까'
  • 배용진 기자
  • 승인 2020.11.26 15:53
  • 댓글 0
  • 조회수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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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스스로 구원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하는 은유 작가 [ 사진 = 배용진 기자]
'글쓰기는 자기 구원이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하는 은유 작가 [ 사진 = 배용진 기자]

 

글을 쓰면 스스로 구원할 수 있을까? 은유 작가는 질문에 긍정하며 말했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데 전부 달라진다.”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지혜의숲'에서 은유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파주시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한 ‘2020 파주북소리 책 더 책’의 일환인 행사다. 개그맨 고명환이 사회를 맡았고, 시인 김현이 패널로 참석했다.

은유 작가는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인터뷰집 "폭력과 존엄 사이" 등을 펴낸 르포 작가다. 그는 글쓰기 강사이기도 하다. 글쓰기 에세이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을 지었고, 여러 곳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김현 시인은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여기저기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다”라고 은유 작가를 소개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글쓰기는 자기 구원이 될 수 있을까’였고, 주제 도서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는 김동준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특성화고 학생이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간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술·담배를 강요당하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는 춤과 노래를 강요당한다. 일이 서툴다며 폭행당한 뒤 폭행 사실을 말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당한다. 동준 씨는 학교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사실을 말하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어른들은 그의 마음을 살펴보지 못하고 말한다. “원래 직장 생활은 힘들어,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쉽니.” 동준 씨는 그 말에 되돌려 줄 말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 은유 작가는 약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자기 언어’를 가지려면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한다. 그는 “‘아니 자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막상 글을 써보니 나를 모르겠더라”라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외부의 강요로 나 자신이 채워져 있었다”라고 밝혔다.

 

'2020 파주북소리 책 더 책' 행사에 참여한 은유 작가 [ 사진 = 배용진 기자]
'2020 파주북소리 책 더 책' 행사에 참여한 은유 작가 [ 사진 = 배용진 기자]

 

은유 작가는 글쓰기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 쓰지 않으면 ‘나 힘들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그냥 힘들어’ 이렇게 생각하다가 말게 된다”라면서 “글쓰기는 생각을 강제한다. 글을 쓰려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집요하게 붙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글쓰기로 자기 인식에 이르기 위해선 커다란 이야기가 아닌 일상을 써야 한다고 은유 작가는 말했다. 그는 “일상은 무수히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소한 건 사소하지 않다.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고, 작은 일로 무너지는 게 사람이다. 사소한 것들을 글로 잘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행복한 일보다는 슬프고 속상한 일, 억울하고 불쾌한 일 중심으로 글을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가 슬픈 이유는 잘 설명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자기 자신을 점차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감정을 쓰기보다는 행위를 쓰고,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글쓰기를 하라고 첨언했다.

은유 작가는 “예전에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했는데 글을 쓰며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세상에 오롯한 ‘나’라는 건 없다. 여러 관계 속에 있는 ‘나’이기 때문에 나와 관련한 상대 입장에 서야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다”라며 “구원은 거창한 게 아니다. 가까운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게 일상적인 구원이다”라고 말했다.

은유 작가는 작년 출간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해 어른의 언어로 짓눌렸던 청소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제 그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목소리를 듣는다. 부모가 미등록 체류자이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 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도 성인이 되는 순간 가본 적 없는 부모의 나라로 추방당한다. 은유 작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내년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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