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뉴웨이브’? 그전에 ‘뉴웨이브’는 뭐지? 2020 요즘비평포럼 ‘리와인드, 요즘 이 비평’
‘포스트 뉴웨이브’? 그전에 ‘뉴웨이브’는 뭐지? 2020 요즘비평포럼 ‘리와인드, 요즘 이 비평’
  • 배용진 기자
  • 승인 2020.11.30 18:25
  • 댓글 0
  • 조회수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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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요즘비평포럼 ‘리와인드,요즘 이 비평' 행사 현장 [사진 = 배용진 기자]
2020 요즘비평포럼 ‘리와인드,요즘 이 비평' 행사 현장 [사진 = 배용진 기자]

지난 26일 요즘비평포럼이 ‘리와인드, 요즘 이 비평’라는 이름으로 2020년 마지막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 요즘비평포럼은 올해 발표된 비평, 기획 중 흥미로웠던 글 네 편을 골라 필자들을 초청했다. 김요섭 문학평론가(이하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고, 임지훈, 박동억, 이지은, 장은정 평론가가 패널로 참석했다. 대담 주제는 ‘글쓰기/노동’과 ‘포스트 뉴웨이브’였다. 그중 ‘포스트 뉴웨이브’에 집중해 이야기를 정리했다.

‘뉴웨이브’란 2000년대 시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흐름’과 당시 그런 시를 쓴 ‘시인’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과거 신형철 평론가는 뉴웨이브의 핵심이 “‘나’에 대한 발본적 반성”이라며 뉴웨이브 시인들이 “문장의 주어인 ‘나’와 그 문장을 쓰는 ‘나’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그 틈을 힘껏 벌려놓”는다고 말했다. 신형철 평론가에 따르면 뉴웨이브는 “다수가 전복적이라고 믿고 있는 그 전복의 관념 자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복을 전복하는 전복”이었다.

임지훈 문학평론가 [사진 = 배용진 기자]
임지훈 문학평론가 [사진 = 배용진 기자]

그러나 임지훈 평론가는 당시 ‘뉴웨이브’가 정말 새로운 흐름이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00년대에 나타난 어떤 문학적 흐름을 ‘뉴웨이브’라고 말한 건, 이전 세대의 감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관점으로 판단한 새로움이 과연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새로움은 당대에 섣부르게 규정하기 어렵다. 후대에 소급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그는 “도대체 언제까지 새로운 세대는 타자에 의해 규정됨으로써 출현해야 하나”라며 “스스로 새로운 세대라고 먼저 주장하는 세대가 정말 새로운 세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를 예로 들었다. 키라라는 항상 “우리는 이쁘고 강합니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라고 말한 뒤 공연을 시작한다. 임지훈 평론가는 “자신은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너희는 이걸 하라고 요구하는 감각이, 문학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새로운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감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평가로서 절대 ‘저들이 새로운 세대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라며 스스로 경계했다.

임지훈 평론가는 “평론가는 작품에 대해서 메타적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라며 “누구도 메타적 위치를 자처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책이 객관적으로 좋고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보인다”라면서 “책을 읽고 갖게 된 질문과 생각, 변화한 자기 모습 등을 보여주는 자기 고백적 리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장은정 문학평론가 [사진 = 배용진 기자]

한편 장은정 평론가는 ‘뉴웨이브’가 2000년대 용어인데 2020년에 ‘포스트 뉴웨이브’를 말하는 건 2010년대를 잘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물으며 직접 김승일 시인을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김승일 시인은 2009년 “현대문학”에서 데뷔해 2012년 첫 시집 “에듀케이션”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포스트 미래파’로 불리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파’는 권혁웅 평론가가 1990년대와 비교해 새로운 특징을 보이는 2000년대 시와 시인들을 칭한 단어이다. 그러나 영상 속에서 김승일 시인은 “지금 생각하면 ‘포스트 미래파’라는 말은 어처구니없다”라며 “‘포스트 미래파’가 무슨 뜻인지 사실 이해가 안 된다. 일단 ‘미래파’라는 용어도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론가들이 자신들의 비평적 견해를 밝히는 데 용이하려고 어떻게든 시인들을 포섭해서 ‘미래파’라는 말을 썼다”라며 “내가 왜 주목받아야 하고, 문학사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이야기하느라 정작 내 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장은정 평론가는 자신을 포함한 “2010년대 평론가들은 ‘미래파’와 ‘뉴웨이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데뷔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인들은 묶어서 부르지 마라’. ‘2000년대식으로 시를 읽지 마라’고 선배 평론가들과 많이 논쟁했다”라며 “우리는 시인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읽으려고 했고, 여럿의 공통점을 모으더라도 차이점으로 다시 나누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장은정 평론가는 “2010년대에도 많은 시인이 있었고 좋은 시도 많았지만, 개별적으로 호명했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았다”라며 “누구도 이 지형도를 그리지 않는다. 지금 나오는 작가들을 주목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2020 요즘비평포럼 ‘리와인드,요즘 이 비평' 행사 현장 [사진 = 배용진 기자]

장은정 평론가 자신은 “작가 대신 작품을 주어로 사용해 그 작품에 관해서만 비평했다”라며 “그것이 내 비평의 윤리”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작가가 특정 세계관을 가진다고 명명하는 순간 그 작가는 고정된다. 하지만 작가는 세계관이 바뀔 수 있는 유연하고 변화하는 존재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장은정 평론가는 앞으로 메타 비평만 하겠다고 선언하며 작품론을 2020년대 비평가의 몫으로 두었다. 그는 “2020년대 비평가로서 무엇을 할지는 각자 결정하는 거다”라면서도 “하나의 메커니즘에 둘러싸여 경쟁하지 않고 내가 여러분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다양하게 행동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외에도 이날 포럼에서 이지은 평론가는 ‘글쓰기-노동이라는 문제 설정, 그 이상의 논의를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글쓰기를 단순히 노동으로 치부할 때 작품은 상품으로 한정되는 문제 등을 짚었고, 박동억 평론가는 ‘피부로서의 자아’라는 제목으로 이소연·채길우·이다희 시인의 시를 통해 젊은 시인들이 세상을 한눈에 조망하는 대신 피부로 타자를 만지고 사유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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