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이 만든 시작하는 시인들의 시집, ‘시작하는 사전’
문학3이 만든 시작하는 시인들의 시집, ‘시작하는 사전’
  • 전세은
  • 승인 2020.12.17 13:50
  • 댓글 0
  • 조회수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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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문학 3’ 웹페이지에서 선보였던 시 연재 ‘시작하는 사전’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연재 당시 첫 시집을 내지 않은 신인 시인 스물네명이 신작시 두편과 함께 각 시의 키워드가 된 단어를 꼽고 그 단어를 시인만의 신선한 시각으로 다시 정의 내린 기획이다. 한권의 ‘사전’으로 연재를 다시 묶으며 단어를 중심으로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시인들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 단어 대부분은 우리가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해온 것들이다. ‘별’은 ‘수많은 입이 삼키지 못해 뱉어놓은 슬픔의 이석(耳石)들.’(정은영)이 된다. 조금도 새로울 것 없는 단어들이 시인들의 손에서 새롭게 정의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단어와 마주한다.
 
이 책은 사전 외에도 ‘작가 소개’와 단어 ‘찾아보기’ 등 독특한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소개’는 참여 시인들이 ‘시작했다’로 끝나는 한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등단 연도나 지면 대신 시를 쓰게 된 계기나 시점, 요즘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을 소개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수록 시와 단어의 뜻을 대상으로 한 ‘찾아보기’가 수록되어 있다. ‘찾아보기’에서 흥미로운 단어를 골라 본문으로 돌아가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갓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들이 참여한 이 기획은 가장 새로운 개성과 생각을 담고 있다. 앤솔러지 시집인 만큼 24명의 각기 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어 속의 뜻을 파헤치는 문장들에 감탄하며 예년의 책들과 다른 매력을 느꼈다. ‘공’이라는 동그란 물체는 시인의 손에서 ‘제 속의 희망을 합주한다. 그것은 울음을 터뜨리며 웃는다.’(유이우)라는 새로움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가 알던 개념은 낯설어지는 이 순간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황인찬 시인의 추천사를 인용하자면 “이 놀라운 사전과 함께라면, 우리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신기한 사전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독자들은 아마 지구본을 돌리며 ‘멈추면 도착하는 만나본 적 없는 이름들’(정재율)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이제 곧 내릴 첫눈을 기다리며 눈사람이 ‘미친 도시 속, 차가운 정상인이 품은 한조각 미친 마음.’(심민아)이라는 것을 상기할 것이다. 그렇게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단어는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것이다.
 
사전에서 출발하는 시, 이 세계를 다시 읽고자 할 때 더없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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