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수원시 인문학 콘서트” 학교폭력 근절 운동에 대해 김승일 시인과 이야기 나눠
“제2회 수원시 인문학 콘서트” 학교폭력 근절 운동에 대해 김승일 시인과 이야기 나눠
  • 박연주
  • 승인 2020.12.18 16:10
  • 댓글 0
  • 조회수 7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세기에도 여전히 되물림 되고있는 학교폭력의 심각성 야기하며,

시 쓰기 행위를 통해 같은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 확장 효과 기대

사진 = 유투브

 

지난 12월 9일, 수원시가 주최한 “제2회 인문학 콘서트”에 시인 김승일이 출연하였다. 이하 인문콘은 매주 소설가와 시인들을 수원 인벤션센터에 초청하는 온라인 강연 프로그램이다. 김승일은 시인은 2007년 서정시 신인상으로 등단 한 바 있다. 학교폭력근절 운동가로도 직접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 낭독회인 “우리 동네” , “이웃사촌” 등을 열어 폭넓은 독자층과 직접 소통해나가고 있다. 이날 진행자였던 강미정 아나운서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저항 시인이 되기까지”라는 주제를 소개하며 프로그램의 서막을 열었다.

​김승일 시인은 유년 시절 자신이 겪었던 상처를 진솔하게 꺼내놓기에 앞서, 2016년도 발간된 시집 프로메테우스에 실린 “종이배”라는 시를 먼저 소개하였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학교폭력의 부조리 속에서 한 번도 저항하지 못했던 어린 나 자신을 목도 하게 돼요. 종이배는 비바람이나 물의 장력에 의해 찣겨질 수 있는 아주 연약한 존재잖아요. 유년 시절 학교폭력에 의해 상처받았던 나 자신을 종이배라는 소재를 통해 구현해보고자 했어요.”라고 말하며 시인은 천천히 “종이배”를 낭독했다.

​종이배 / 김승일

이건 멀리 가는 배가 아니에요

집 벽에 머릴 쿡 찧으면

오후 내내 햇빛으로 마르는 배예요

책가방과 보온 도시락만 들어가거든요

친구가 발 한쪽만 넣어도 바들바들 찢어지는 종이배예요

자꾸 코를 문지르며 소매를 뒤집어 올리지만

배를 반듯하게 접을 수는 없어요

맑은 콧물이 내려오면 퍼다 버립니다

골똘하면 옆구리에 나뭇잎들이 붙는다는 걸 알아요

이런 날은 담장에 자주 기대게 돼요

하나하나 백지를 펼쳐 보이고 싶어도

그때뿐이에요 속삭여서 생기는 물살로

다른 걸 접을 수는 없어요

안타까운 예감이 이야기를 끌고 오는 거래요

약간의 바람을 얻어 가는 비밀의 수로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멀리서 보면 몽돌 같은 악동들

종이배를 가라앉게 하려고 징검돌을 건너오기도 하니까요

까맣게 깎은 까까머리들이 자꾸 종이배 옆에서 머릴 감죠

이 배는 작은 여치나 풀벌레도 세울 수 있다는 걸

어제 알았어요

더듬이에 걸리고 사마귀 발톱에 박혀 한 사나흘

겹눈의 방 얻어야 수문이 열린답니다

바닥을 좀 말리고 가도 돼요 뒤집히면

낮잠을 잡니다 흰 모자인 줄 알고

바람이 멀리 쓰고 가기도 해요

그럴 땐 신작로를 구경하지요 키를 잡고 돛도 펴요

눈썹을 치켜올린 메뚜기 떼가 하굣길 진풍경이랍니다

이 배는 멀리 가는 배가 아니지만 가 볼 데는 다 가봤습니다

창틀에 앉아 볕을 쪼일 때는 별생각이 다 나는 것이겠지요

하루가 갔어요 개울을 건너 놓고

끔찍했어요 건너온 개울이 냄새나고 더럽습니다

보세요 따뜻하고 더러운 개울이 흘러넘쳐요 자꾸 방 안으로 방 안으로

​김승일, 『프로메테우스』, 파란, 2016, 14~15쪽

사진 = 유투브
사진 = 유투브

 

낭독을 마친 후, 시인 김승일은 “이런 슬픔 들이 얼마나 누적되어 해소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에 그 분노가 결국 자기 자신으로 향하게 되었겠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폭력의 한 단면이지만 쉽사리 넘기지 못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유년 시절 트라우마의 지점을 지속해서 되뇌임으로써, 그 지점을 계속해서 의미화하며 함께 성장을 해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보면 결국 종이배는 폭력에 맞서 싸울 수 없는 한 존재의 슬픔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 종이배를 머리에 쓰면 마치 모자 같잖아요.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폭력이 없는 세계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시적 전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하며 시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했다.

​이날 김승일 시인은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폭력이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학교폭력의 원인은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학교폭력이라는 가해 놀이로 여기게 되면서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는 데 있어요. 실제로 이로 인해 육체적, 심적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구요. 더 큰 문제는 피해자 입장에서 내면적 진술을 토해내도 가해자 측에서는 정작 관심조차 없다는 데 있어요.” 라는 소신 발언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인간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주 보는 존재잖아요. 공포감 조성을 위해 계속해서 관계적인 위협을 가한다는 점도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사람의 눈을 쳐다본다는 것이 이리 고통스러운 일임을 그때 처음 경험하게 되었어요. 부탁을 명령으로 변화시킨 지점에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스며있죠. 그 당시 목도 한 친구의 얼굴은 저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최초의 사건이 되었고, 그 끔찍한 방관의 현장을 반복적으로 목도 하면서 가슴속에는 점점 저항의 목소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시를 쓸 때도 바로 그 지점을 그려내고자 했어요. 폭력의 피해자로서 어떻게 해야 더욱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물음 앞에 자율성과 주체성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고, 그 고민은 결국 오랫동안 폭력에 대한 고민 앞에 저 자신을 놓여지게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최초의 지점이 바로 저 자신을 오늘날 시인으로 이끌게 만든 것 같구요.” 라고 대답했다. 결국 시인은 자신이 시 쓰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 현실에서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학교폭력 근절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같은 상처를 지닌 학생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픔은 아픔과 만나게 된다. 라는 명제를 깨닫게 되었죠.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지 않도록 절대 방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요. 그 친구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또한 제 몫이죠. 저는 시인이지만 시 쓰기에서 더 나아가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나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결국 우리가 처한 현실을 조금씩이나마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시인은 대답했다.

현장에서 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시 창작 교육은 현장감을 불러일으키며, 학생들의 마음속에 접근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저에게 개인의 경험사 적인 지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공감해 나가다 보면 즉각적인 효력이 발생해요. 여기서 바로 소통의 지점이 생겨나는 것이죠. 또 이를 통해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들도 긍정적 관심을 보이며, 시 교육의 활성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하시더라구요.” 결국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라고 김승일 시인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 쓰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시인은 이런 말을 꺼내놓았다. “오늘날 일반적인 시 쓰기라는 것은 분명 한계점을 지니고 있어요. 물론 지면 위에 활자가 우리의 내면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하지만 ”지면”을 뜻하는 “종이 지” 자가 “땅 지” 자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그것이 곧 실천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기본적인 지점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꺼내놓기 어려운 지점에 대해 저에게 선뜻 꺼내놓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올 때면 제 역할에 더 큰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시 쓰기를 통해 상처들이 회복되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직접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더욱더 확신에 가까워져 가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요즘은 학교 뿐만이 아닌 동네 책방에 가서 일반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며 앞으로의 활동들에 대한 당찬 포부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