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평의 바람이 불까? 서울리뷰오브북스 서평지 출간
다시 서평의 바람이 불까? 서울리뷰오브북스 서평지 출간
  • 남원희
  • 승인 2021.01.20 20:57
  • 댓글 0
  • 조회수 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남원희
사진 =남원희

 

잘 알려진 현대인의 질병 중 하나는 일명 ’긴 텍스트 공포증‘이다. 이는 5분 교양, 10분 철학과 같이 요점만 짚는 간결한 콘텐츠의 범람으로 인해 더 이상 긴 글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이 긴 텍스트에 갖는 공포와 두려움을 의미한다. 한편 글이 쓰이던 대나무 조각의 묶음을 본 딴 한자가 책冊인 만큼, 책은 글의 묶음이요, 집합체이다. 오늘날 책 판매율은 줄었고,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줄었으며 대소한 담론의 장도 줄었다. 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서평계가 침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우리는 한때 서평가였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주는 독후감 쓰기 과제라던지, 종종 열리는 독후감 경진 대회가 서평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썼던 것 이후에도 서평과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거대한 나무인 책을 읽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그에게서 나온 가지까지 본다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그러나 상기해야 할 것은 서평이 내내 가지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떨어진 가지를 잘라 옮겨 심으면 또 다른 나무로 뿌리내리고 성장하듯이, 콘텐츠에 대한 서평은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서평가로서의 경험을 배경 삼아 떠올려보자.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던 좋은 독후감이란 책 내용은 될 수 있으면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길게 적은 것이다. 이 감상에는 단순 느낀 점을 적어도 되고 책에 관한 아쉬운 점과 비판할 거리를 적어도 좋지만, 보통은 “재미있었다.”든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자기 성찰에서 끝난다. 그러나 서평가가 쓴 서평에서 우리는 다루고 있는 책이 열어 준 새로운 지평과 한계를 발견한다. 이야기를 짓는 작가처럼, 서평가는 책을 소재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서평이 가진 가치는 뉴욕 서평전문지인 “뉴욕리뷰오브북스”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그 속에 실린 서평들로 인해 동력을 얻은 책들은 때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했고 역사를 만들어 갔으며 활발한 서평 문화를 만들었다. 반면 현재 한국 서평계는 신문에 실린 짧은 서평과 어려운 학술지에 국한되어있어서 일반 독자들의 접근을 저해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 산발적으로 기재된 까닭에 양질의 서평을 찾는 독자들은 정착하지 못한 채 여러 신문과 학술지를 직접 배회해야만 했다.

​이에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한국 서평지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펀딩을 통해 특집기획호를 펴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요즘 누가 서평을 읽냐는 편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약 870명의 첫 독자를 발굴하였다. 비록 이들의 항해가 예고된 순항은 아니었으나 0호의 좋은 출발은 오는 3월 발간될 “서울리뷰오브북스 1호”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의 구성은 크게 서평을 다루는 ‘ISSUE RE-VIEW“와 ”REVIEW“와 짧은 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하는 별책 형식의 ”LITERATURE“로 나뉜다. 서평집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넣은 것이 신선하다. 잡지를 가득 메운 서평, 그리고 또 다른 서평 거리를 양산해내는 소설까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자체로 텍스트의 순환을 야기한다. 이는 책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탄식에 당당히 내미는 도전장이다.

​”좋은 서평의 부재라는 문제 속에서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창간의 돛을 올립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중요한 주장과 해석을 담았지만 널리 주목받지 못한 책을 발굴해서 제대로 평가할 것입니다. 본 잡지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과장과 허풍이 심한 책에 대해서 비판의 칼을 들이댈 것입니다. 또한 좋은 책이 담고 있는 의미 있는 주장과 해석을 쉬운 언어로 소개할 것입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 편집장의 말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