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김점용 시인 8일 오전 별세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김점용 시인 8일 오전 별세
  • 한송희 기자
  • 승인 2021.03.09 16:06
  • 댓글 0
  • 조회수 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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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8일 오전 9시 40분 경 김점용 시인이 향년 5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점용 시인은 2017년 오른쪽 뇌종양으로 첫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약 3년간 아주대학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길고 치열했던 투병 끝에 김 시인은 다시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통영에서 태어난 김점용 시인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7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여 데뷔했다.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메롱메롱 은주” 등을 펴냈으며 평론집 “슬픔을 긍정하기까지”를 발표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였다. 또한, 계간 “문예바다”의 편집위원을 맡아 대중에게 문학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김점용 시인은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에도 시를 썼고, 그리하여 지난 11월 출판사 걷는사람과 함께 펴낸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는 시인의 유작이 되었다. 2017년 처음 병을 발견한 이후 쓴 시와 이전의 미발표 시 등 48편을 모아서 묶은 이 시집은 김점용 시인이 지나온 삶과 죽음에 대한 관조를 차분하게 담았다. 시집에 수록된 시 “스위스행 비행기”에서 시인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안락사가 인정되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나는 지금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안전벨트도 없고 기내식도 없고 예쁜 스튜어디스도 없지만
존엄사가 인정되는 삶과 죽음의 중립국
스위스행 비행기 안에 있다
높고 아득한 공중을 날고 있다

아스트로싸이토마?
내 머릿속에 박힌 무수한 죽음의 별들이
날아가는 내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

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수록 시 “스위스행 비행기” 중

깊어진 병으로 더 이상 펜을 쥐지 못했던 시인은 지인에게 보낸 시집 50부에 사인 대신 오른손 네 손가락을 찍어 보냈다. 그것은 김점용 시인이 세상에 남긴 손자국이자 지인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김점용 시인의 빈소는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되어 있다. 발인은 오는 10일 오전 5시 예정이며 장지는 거제 청강수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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