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에서 멀어짐으로써 만나는 또 다른 세계, 한연희 시인의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정답에서 멀어짐으로써 만나는 또 다른 세계, 한연희 시인의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 전세은
  • 승인 2021.03.24 17:37
  • 댓글 0
  • 조회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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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가? 만약 자신이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는 전체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인가? 

한연희 시인의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새로운 답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연희 시인은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하고 첫 시집을 발간했다. 

이성애와 조신한 몸가짐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시인은 ‘잘못 태어났다’는 기분을 느낀다. 하나의 성을 부여하는 사회에서 양성적 성향을 가진 것에 대한 고민 끝에 시인이 선택한 방식은 시집 전체에 녹아있다. 화자는 “신은 늘 불완전함을 꿈꿔왔다구요 / 신은 우리 같은 존재를 원했다구요”라는 시구를 통해 특별한 자신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러한 양성적인 이미지는 ‘콧수염’이라는 오브제로 표현된다. ‘전격 X 작전’에서 “남자의 콧수염을 떼어내 내 코밑에 붙인” 화자는 ‘콧수염 로맨스’에서 “지나가는 신사의 빨간 보타이”를 매고 “난 바로 당신의 성숙한 콧수염숙녀랍니다”라고 말하며 멋 부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콧수염이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기에 더 넓은 세계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분법에서 벗어난 화자에게 열린 세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시인의 세상은 편견의 울타리로 둘러싸여 학살과 전쟁을 일삼는다. 하지만 화자는 “실수로 태어난 게 아니라 뿌리를 가질 수 있는” 자신들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뿌리가 되어주자"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을 모르는 세상에서 사랑을 찾기 위해서 “폭력을 일삼는 것들과 맞서 싸울 거”라고 하는 화자의 작전은 세계가 요구하는 정답이 아니기에 더욱 값지다.
 
박상수 시인은 발문을 통해 “시를 쓰는 힘은 ‘삶이 이것으로 전부여서는 안된다’는 마음에서 나오며, 한연희 시인의 시는 이러한 마음으로 애를 썼던 긴 시간의 지층이 퇴적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답을 알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인간임을 한연희 시인의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에서 되짚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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