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코로나 특집 01] 류휘석 시인 고난을 증명하라 증명은 이제 그만했으면
[문학인 코로나 특집 01] 류휘석 시인 고난을 증명하라 증명은 이제 그만했으면
  • 이민우
  • 승인 2021.04.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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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문학의 추상성을 사랑하는 것처럼 굴더니, 고난을 증명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흉터를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류휘석 시인이 코로나로 인해 문학계가 받은 피해의 산출이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며 토로한 고민이다. 코로나는 문학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켰을까?

지난해부터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행사와 전시는 취소를 거듭했다. 이처럼 코로나 19는 문화예술 분야에 상정할 수 없는 피해를 안겼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부터 각종 문화재단은 코로나 19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 증명을 위해서는 집합금지로 행사와 관련된 계약이 취소된 것에 대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학보다 공연 및 연극 분야에서의 지원이 집중되어 있다.

문학 분야에서의 피해는 금액을 환산할 수 있는 가시적인 형태가 아니며, 오히려 코로나 19로 책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다른 분야보다 타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는 편견도 존재한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코로나 19로 문학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하고 지원 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코로나 특집 기획을 마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휘석 시인은 2019 서울신문에서 데뷔하고 현재 웹진 ‘아는사람’의 팀원으로 활동 중인 신인 시인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전에 데뷔를 마친 시인에게 코로나가 문학 활동에 미친 가장 큰 제약은 낭독회와 기획 전시와 같은 몇 없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류 시인은 막 발표를 시작했을 때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제 프로니까 잘해야 해” 하며 등 떠밀렸고 더 배우기 위해서 문학 행사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신인 작가들과 더 보고 배우려는 여러 작가들이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의 취소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류 시인은 ‘공간이 주는 힘’을 언급하며 참여형 문학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용한 공간, 집중하는 사람들, 낭독자의 호흡과 톤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정보들 등 대면으로만 전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각을 포기해야 하는 온라인 행사는 안타까운 소식이기만 하다.

이러한 행사의 취소와 연기는 코로나 블루로 이어졌다. 류휘석 시인이 코로나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코로나 블루를 꼽을 정도로 문학인이 겪는 코로나 블루는 우리의 예상보다 영향력이 컸다. 시인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제한은 시를 구상할 때의 모든 것을 좁아지게 만들었다.

수많은 문예지들은 작년부터 코로나와 팬데믹을 주제로 특집과 기고를 발표하고, 앞다투어 코로나 시대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 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류 시인에게 자주 듣고 보는 언어가 제한되는 것은 생각 또한 갇히는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는 “다른 공간으로 나를 잠시 환기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점점 다른 경험, 생각에도 소극적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뉴스페이퍼 db
사진= 뉴스페이퍼 db

코로나 지원기금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거리 두기와 집합 금지령으로 인한 피해의 증빙이다. 예술계의 경우 공연 및 전시의 대관 취소에 대한 사실확인서와 계약서를 제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문학계의 피해는 어떻게 증빙할 수 있을까?

류휘석 시인은 앞서 언급했던 행사들의 취소가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문학 행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을 들었다. 제출할 수 있는 증명은 ‘진행 예정인 행사의 기획서 제출’ 정도이며, 이로써는 추정 피해 금액과 관객과 독자를 상정하는 것이 어려워 피해를 증명하기 까다로운 것이다. 그는 “지원금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 더 주기 어렵다면 공연 및 예술 쪽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초점이 ‘증명’에 맞춰져 있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간한 책의 인세로 생활을 영위하는 작가는 매우 드물기에 문학인에 대한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류 시인은 첫 책 지원사업 등의 지원사업을 언급하며 매해 인원과 규모가 감소하고, 조건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부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의 지원대상은 전년도 대비 10명 감소했고, 2021년 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 공모사업의 지원 예산은 전년도 대비 51% 감소했다.

류휘석 시인은 문학계에 필요한 것은 지원보다는 개선임을 강조했다. 그는 “문예지 고료가 2만 원에서 3만 원을 웃돌고, 고료를 기재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하는 곳은 10%로 채 되지 않는다”며 문예지의 속사정을 언급했다.

“2-3만 원 짜리 청탁도 거절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공들여 쓴 작품이 치킨 한 마리 값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2018년 발표된 ‘문예지 지원사업 평가와 미래 전략 연구’에 따르면 문예지발간지원사업에 선정된 문예지 33종 기준 시의 편당 원고료는 평균 67,586원, 소설의 경우 원고지 1매당 평균 8,679원이며 최저 원고료와 최고 원고료는 8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700여 개의 문예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지, 원고료의 최저 액수 이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리할 방법은 부재하다.

직장을 구할 때 월급을 기재하는 란에 ‘소정의 월급’이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연히 납득할 수 없는, 수직적 고용관계를 이용한 부당행위다. 하지만 문학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원고료를 기재하지 않거나 ‘소정의 원고료’라고 표기한 모집은 문학인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원고료와 관련된 문제는 액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고 계약서에 기재된 지급일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뉴스페이퍼에서 2020년에 진행한 문학계 불공정 관행 특집에서 원고료를 받지 못한 비율이 35.8%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문학계, 특히 청탁이 오가는 영역은 매우 좁기 때문에 얼마 없는 지면조차 사라질 수 있는 문학인의 사정을 이용한 고질적인 관행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와 부당한 계약들로 어려움을 겪었던 류휘석 시인이 문학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힘은 주변에서 응원과 용기를 건네주는 친구들과 또래 작가들의 멋진 행보에서 나온다. 그의 작품에 대한 칭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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