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늘의문예비평 30주년, 비평을 되돌아보다
[인터뷰] 오늘의문예비평 30주년, 비평을 되돌아보다
  • 전세은
  • 승인 2021.04.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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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1991년, 부산에서 문학평론가 7명이 모여 비평계간지의 창간호를 출간했다. 주로 시와 소설을 다루는 문예지들 사이에서 비평으로만 꾸려진 오늘의문예비평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서울 중심의 문단 구조를 벗어나 지역을 기반으로 평론가들의 목소리를 담으며 국내에 몇 없는 비평전문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1일 120호로 30주년을 맞은 오늘의문예비평은 ‘돌봄의 가치’, ‘적대사회’ 등 다양한 특집호를 구성하여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져왔다. 또한 각 지역의 연구자들이 사회에 개입하는 네트워크로서 비평의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발언권을 위해 힘쓰고 있다.

뉴스페이퍼는 오늘의문예비평 30주년을 맞아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회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오늘의문예비평이 2021년 봄호인 120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희 역시 30년이라는 시간이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매 계절 잡지를 만들다 보면 한 해 한 해가 금방 지나가서 시간 자체를 헤아릴 기회가 없거든요. 엊그제 30년 봄호 기획 회의를 한 것 같은데 며칠 전 가을호 기획 회의를 또 했으니까요. (웃음) 이런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느덧 30년이 되었다는 게 참 놀라우면서 그만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잡지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누적된 굳은살의 힘을 믿으며 뚝심 있게 새살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2. 이번 호에서는 여타 문예지처럼 오늘의문예비평 또한 휴간과 폐간에 대한 고민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셨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오늘의문예비평을 30년간 결호 없이 계속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오늘의문예비평(이하 오문비) 30년 특집 봄호에서 선배 편집위원들에게 오문비의 원동력을 물었을 때 다양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문학과 비평에 대한 구성원의 열정. 부산이라는 위치 감각에서 얻을 수 있는 비평적 시각. 오문비의 노력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비평 정신 그 자체의 힘 등등. 
저 대답들이 보여주듯이 오문비가 지금까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하나로 추리기는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많은 분들과의 ‘연결’이 없었다면 오문비가 지금까지 나오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120호라는 숫자가 누적될 수 있었던 데에는 편집위원들의 노력과 좋은 원고를 보내주신 필자들, 그리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런 의미에서 오문비는 ‘비평’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관계(사적인 관계로 보자면 헐겁지만 공적 비평의 장에서 보자면 서로 간의 신뢰로 단단하게 엮여 있으므로)를 맺는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3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서울이라는 중심지에서 벗어나 부산에서 시작한 비평계간지로서의 어려움, 지역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지역에서 자력으로 문예지를 출간하는 게 녹록지 않은 사정인지라, 많은 분들께 당부의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잡지를 출간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져나가거나 기획 및 편집으로 맛볼 수 있는 희열이나 성취감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역에서 문예지 출간은 정말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이는 단지 지역이라는 요인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이중, 삼중의 구조적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는 게 지역의 현실입니다). 매번 저희가 겪어온 고질적인 문제는 재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주를 중심으로 한 출판시장의 생리와 비교할 때 지역의 출판문화라는 기반 자체가 점점 노후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남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전에는 대학원 등의 과정을 통해 후속세대들이 다수 존재했고, 그 덕분에 비평도시 부산이라는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그런 사정 또한 많이 변해서 함께 잡지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서울 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거나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몸소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혹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정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무언가를 도모할 때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현재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으면서 잡지 출간에 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오문비의 갱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부산 지역의 많은 관심과 후의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오문비의 자유로운 비평적 목소리가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매체에 촉진제 역할을 담당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역 문화(인)들이 버티다가 지쳐 사라져버리거나 잠깐 반짝하고 마는 것에 그치지 않게, 이들의 발화에 귀 기울이는 일을 자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4. 비평 잡지라는 특성상 재정적 어려움을 제외하고 시장의 취향과 학술적 목표라는 두 가지의 목표에서 중심을 잡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오늘의문예비평이 특별하게 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장의 취향과 학술적 목표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해주셨는데 오문비의 방향성은 그 두 가지와는 조금 다른 결이 존재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평전문지라는 수식어 때문에 전문성이나 학술성과 관련을 짓게 되는데요. 이는 비평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제법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인 듯합니다. 통권 120호에 30주년 기념으로 실은 전 편집위원, 독자들의 설문을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방식으로 잡지를 규정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위원회 내부적으로도 비평을 정의내리는 방식 역시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로 압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잡지의 체제를 통해 오문비의 지향을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비평적 시선을 기본 축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가령 <비평공간>이라는 코너에 ‘에세의 창’이라는 꼭지를, 에세이 형태의 글을 <특집>에도 한 꼭지씩 넣어서 구성하려는 이유는, 비평이라는 어휘가 갖고 있는 학술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라는 고정관념을 조금씩 깨트려가기 위함입니다. 오문비에서는 비평이 비평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형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적 실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 일상과 비평이 분리되지 않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지는 않더라도 이들 글을 통해 오문비의 독자, 정기후원자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는 그 독자들이 또 다른 생산자로도 참여 가능한 방식을 고민해나가고자 합니다. 기획을 하고 필진을 찾는 일에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역량을 발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틀이나 제도-문단이라는 장의 역학 관계라든가 출판시장의 논리 속에서 이러한 지향점을 드러내고 지속해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5. 안정적인 물적기반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요구에서 벗어나 지속의 큰 요인이 되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발언권 또한 오늘의문예비평만의 참신한 기획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역사를 겪어온 오늘의문예비평이 생각하시기에 한국의 비평계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질문 속에 이미 답을 주고 계신 게 아닌가 합니다. 비평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권력으로부터, 제도로부터, 때로는 작가들과의 인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비평적 담론을 생산하고 작품에 대한 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데 불필요한 요소들이 개입하게 되면 올곧은 비평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오문비는 스스로 변방을 자처합니다. 변죽을 울리는 비평을 자부합니다. 그러나 변방에서 외치는 변죽의 소리가 되레 지금까지 논의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제기하고 핵심에 가닿는 때가 있습니다. 비평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긴장감 있게 유지할 수 있어야 울림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오문비는 흔히 말하는 비평의 권력도, 정교한 시스템도, 특정 작가나 단체와도 결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말들을 기획 속에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평 정신이 오문비의 저력이 아닌가 합니다. 

6. 비평을 포함한 인문학 분야가 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사람들이 길고 분석적인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것도 큰 요인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문예비평이 이러한 추세에 대응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희 또한 편집회의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문비에는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 글들만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비평적 글쓰기의 본질은 유지하되 어떻게 시대나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글쓰기 방식을 궁구해낼 것인가를 화두로 삼는 것이 ‘오문비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저희는 그와 같은 고민의 결과물들을 꼭지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러 문학 매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E-mail 대담’을 비롯하여 ‘릴레이비평’, ‘문화비평’, ‘오문비 아카이브’, ‘에세의 창’ 등이 그와 같은 꼭지들입니다. 올 여름호부터 선보일 ‘시대공감’ 꼭지도 그러하고요. 비평적 시선은 지니되 에세이 형식의 글을 두루 포섭하여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한 호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는 정론적 성격의 글들, 그러니까 오문비이기 때문에 실릴 수 있는 글들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장편연재비평>의 경우 다른 코너의 글들에 비해 분량도 많은 데다가 연속성을 지니고 이어져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글인데요. 짧은 호흡의 글이 담지 못하는 내용들을 긴 호흡을 가지고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소신 있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신 <장편연재비평>에 담는 비평적 의제를 이전에는 철학사, 예술사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면 지금은 일상의 철학을 담는 등 변화를 주고 있고요.  
글들의 균형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떠한 기획을 만들어낼 것이냐와 필진을 누구로 삼을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기획이 좋아도 필진이 따라가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또 아무리 좋은 필진이라도 기획이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면 생각했던 만큼의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려운 글인가 쉬운 글인가를 나누기보다 좋은 글인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저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기획과 좋은 필자가 만나 좋은 글을 독자들께 선보이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오문비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걸어왔던 길이자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7. 필자와 독자 설문조사에서 영화 비평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 영화사를 다룬 비평과 비디오 게임에 대한 비평이 있었는데, 문학 외의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 대한 비평을 다루는 비평란을 추가로 마련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언급하신 대로 봄호에서는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연구자 마샤 샐라즈키나(Masha Salazkina)의 「방법으로서 세계영화」를 번역해서 실었으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통해 게임이 하나의 비평적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봄호에만 일회적으로 선보인 기획은 아닙니다. 편집위원들은 비평의 확장성을 위해 매호 대중매체와 접목할 수 있는 비평 주제를 찾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120호에서 <구해줘, 홈즈>와 <신박한 정리>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채움과 비움, 즉 소유의 욕망과 미니멀리즘의 욕망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지난 겨울호(119호)에서는 대중매체에서 인기 있는 ‘부캐 놀이’를 자크 데리다와 아즈마 히로키의 이론을 경유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또한 웹툰 <마음의 소리>를 통해 우리 시대의 욕망과 세계관을 살피기도 했고요. 이는 대중문화(매체)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비평이 대중과 만나는 (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지요. 기계적으로 대중매체 관련 비평란을 개설해서 글을 채우기보다는 그때그때 꼭 필요한 목소리가 있다면 지금처럼 <비평공간> 코너 등을 활용하여 대중매체 관련 비평을 만날 수 있게끔 기획을 꾸려나갈 생각입니다. 

8. 비평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코너마다 할당된 필진의 민주주의화된 구조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비평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오늘의문예비평이 택한 방식, 또는 계획 중인 방식이 궁금합니다.

물론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설문조사 답변을 별도의 수정 없이 싣는 방법도 그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잡지 내부의 형식 이외에도 편집위원들 간의 민주주의적 소통이 바로 오문비만의 특색이라고 자부합니다. 위계질서 없이 자유롭게 토의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통해 편집회의를 진행합니다. 편집위원 모두가 동의하는 기획을 찾으려다 보니 편집회의를 몇 차례나 하는 수고로움도 있습니다. (웃음) 필진들의 경우도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공부를 진행하는 신진연구자, 활동가, 직장인, 독립연구자 등의 글을 게재함으로써 비평의 위치, 비평적 글쓰기를 좀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왔습니다. 이렇듯 오문비는 비평적 목소리를 내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매체입니다. 오문비 편집위원회는 앞으로도 ‘비평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적인 고민들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9. 마지막으로 오늘의문예비평과 함께 한 독자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오문비는 지역-세계가 가진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비평적 시선으로 응시하며 그 해결책을 모색해왔습니다. 오문비의 독자분들은 이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오문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온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오문비와 함께 사유하고 또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지면을 통해 오문비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 인터뷰 내용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저희 잡지에 담겨 있으니 꼭 한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문예비평은 인터뷰 말미에 오는 8월 20일, 부산 영광도서에서 오문비 30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상세한 내용은 추후 오문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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