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작가 논란 막전막후] ‘아우팅’ 논란 재점화…요동치는 문학계
[김세희 작가 논란 막전막후] ‘아우팅’ 논란 재점화…요동치는 문학계
  • 정두현
  • 승인 2021.04.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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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H’ “나의 삶, 소설 속 드라마 도구로 무단 차용”

“18년간 친구였던 나는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 소설 때문에 원치 않는 방식으로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을 해야했고, 차마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별이, H, 칼머리’라는 트위터 계정에는 자신이 김세희 작가의 장편 소설 <항구의 사랑(민음사), 2019>에서 ‘인희’이자 ‘H’이며, 인물과 단편 소설 <대답을 듣고 싶어(문학동네), 2019>의 ‘별이’라는 작중 인물로 묘사됐다고 주장하는 글이 게시됐다.  

항구의 사랑 책표지
항구의 사랑 책표지

트위터에서 그는 “독자들은 해당 소설이 당연히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작중 인희와 H는 실존 인물”이라 밝히며 “실제 인물의 외형적 특징과 에피소드를 동의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세희 소설가와 18년간 친구였던 저는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며 “‘대답을 듣고 싶어’에는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사적 대화 및 에피소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실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친을 여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의 직업과 투병 과정, 죽음, 장례 등 일련의 과정을 어떠한 동의 절차 없이 지면으로 접해야 했다”며 “제 어머니의 죽음은 드라마를 극적으로 몰아가는 주요 도구로 쓰였다”고 일갈했다. 

특히 해당 게시글에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중 캐릭터로 등장하게 되면서, 3가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는 ▲소설을 읽은 주변인들의 성 정체성에 대한 사적 질문 공세 ▲책을 접한 가족들의 정서적 혼란 ▲고립된 인간관계 등의 피해 사례를 적시하며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김 작가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알린 후 김세희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너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네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은 두려웠다’, ‘네가 이 글을 읽게될지 몰랐다’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꾸어가며 변명했지만,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저에 대한 과거를 무단으로 가져다 쓴 일 외에 타인의 에피소드 역시 동의 없이 그대로 사용한 점, 다른 작품에서도 동일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김세희 “소설은 허구의 서사(敍事)...법적 강경 대응도 검토” 

[김세희 작가, 사진 제공 = 민음사]
[김세희 작가, 사진 제공 = 민음사]

“소설 속 인물과 에피소드는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낸 허구의 서사다. 현실에 기반했더라도 실존 인물이 아니다. 픽션이다. 특별한 개성이 아닌 보편적인 정형성을 드러내는 요소를 골라,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

김세희 작가는 아우팅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H(트위터 계정에 따라 H라 지칭)’의 주장을 트위터에서 이같이 정면 반박했다. 

이후 김 작가는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항구의 사랑’과 ‘대답을 듣고 싶어’는 모두 소설이며 작중 인물들과 에피소드는 모두 작가의 창작물”이라며 “소설 속 묘사만으로 아우팅을 주장하는 이를 연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작가의 법률대리 측은 “‘항구의 사랑’ 소설 내 작가의 말에서 ‘작중 캐릭터를 허구의 인물로 바꾸면서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명시돼 있다”고 전제하면서 “자전소설이라 해도 ‘허구’라는 근본이 달라지지는 않으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지인으로 특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평 측 입장문에 따르면 김 작가가 H와 18년지기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H가 주장하는 바들을 수긍하기 어려웠음에도 수차례 사과했다. 이후 사과와 위로를 거듭할수록 H는 ‘작품을 수정하고 회수하라’며 강요하고 출판사에 일방적인 주장과 비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해 공식 사과와 후속 조치를 재차 요구해 창작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김 작가의 변론이다.      

이에 김 작가 측은 “분신과 같은 작품에 대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공격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며 대처하고자 한다”면서 “진실이 아닌 허위에 기댄 위법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조치도 취하고자 한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박성철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법적 대응 계획과 관련, “지난해 아우팅 논란이 있었던 김봉곤 작가의 경우와 같이 상대 측 소송이 들어오면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은 고려하고 있다”면서 “H 씨 측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선제적 법적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0대 여학생들의 동성애를 그린 김세희 작가의 장편 <항구의 사랑>은 남성 동성애가 주를 이뤘던 퀴어 소설계에서 여성의 동성애 스토리를 묘사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는 화자가 친구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김세희 작가는 지난 2015년 등단해 2018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2019년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했다.

 

도마 위 아우팅 논란, 출판사·퀴어문학계의 반응은

H 씨의 주장으로 불거진 김세희 작가의 ‘아우팅’ 논란에 대해 <항구의 사랑> 출판사인 민음사 측은 지난 25일 트위터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H가 받았을 심적 고통에 대해 더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도 “작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H와 작가 사이 입장 차이가 확연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음사는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 시점에서 출간된 작품에 대한 판단이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차례에 걸친 피해 내용증명을 받은 후 김 작가에게서 법률 위반 여부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설명을 받아 H에게 회신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페이퍼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민음사 측은 현재로선 <항구의 사랑> 저서에 대한 출판·판매 조치 결정을 유보한 상황으로, 내부적으로 이번 논란의 경과에 따라 추후 대응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음사 편집부 관계자는 “SNS상으로 해당 입장문을 낸 상황이고, 현재까지도 해당 논란에 대한 본사의 대응 기조는 입장문과 맥락이 같다”며 “아직 양 측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조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편 소설 <대답을 듣고 싶어>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번 아우팅 주장이 제기된 후 <대답을 듣고 싶어>가 수록된 계간지 2019년 여름호에 대한 전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 편집부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세희 작가의 ‘대답을 듣고 싶어’가 수록된 2019년호 여름호는 잠정적으로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며 “현재로선 해당 논란과 관련해 추가적인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퀴어문학 종합 플랫폼인 ‘무지개책갈피’는 이번 아우팅 논란과 관련, 김세희 작가과 출판사 측을 적극 규탄하는 입장이다. 

무지개책갈피 측은 지난 26일 트위터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항구의 사랑>과 <대답을 듣고 싶어>에서의 사생활 침해 폭력과 출판사 측의 미비한 대응을 규탄한다”며 “피해 당사자 H 님의 ‘여전히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삶을 보호할 마땅한 대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존하는 한 개인의 삶을 동의 없이 소설의 소재로 도구화하고 있는 일, 이로 인한 실질적 피해와 그에 대한 사과 및 조치 요청이 있었음에도 대처를 피하고 있는 일은 명백한 폭력”이라며 지난해 김봉곤 작가의 아우팅이 공론화된 사례를 들어 퀴어문학의 장에서 반복되는 일련의 피해 사례와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2021년 04월 29일 8:30 기사수정:  법무법인 지평의 박성철 변호사가 입장을 전해 기사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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