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인세 미지급 등 ‘폐습’ 여전…출판계 부조리 관행 개선 시급. SF 출판사 아작, 장강명 작가에 계약위반 등 공식 사과
계약금‧인세 미지급 등 ‘폐습’ 여전…출판계 부조리 관행 개선 시급. SF 출판사 아작, 장강명 작가에 계약위반 등 공식 사과
  • 정두현 기자
  • 승인 2021.05.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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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쥐고 흔든 출판업계 민낯은
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작가들에 대한 출판업계의 계약금‧인세 지급 지연 및 누락, 불공정한 계약 조항 제시, 불투명한 도서 판매량 고지, 2차 저작권 무단 사용 등 오랜 폐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장강명 작가와 과학소설(SF) 전문 출판사 아작 사이에 불거진 계약 위반 사건으로 그간 음지에 침전돼 있던 출판계의 악질적 관행이 드러나면서, 작가와 출판사 간 계약 구조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출판사 아작(대표 박은주)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자사와 계약을 맺은 소설가 장강명 등 저자들에게 인세 및 계약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의 상습적 계약 위반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아작 측 입장문과 장 작가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아작은 장 작가의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의 발췌형 오디오북을 무단 발행했다. 또 장 작가에게 오디오북 제작 및 판매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다, 판매 요율이나 선인세 등에 대한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 

아울러 아작은 장 작가를 포함한 모든 저자들에게 대한 계약금 지급과 연간 2회 판매내역 고지 및 인세 지급 등의 계약 사항들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저자들의 사실 확인 요구와 항의가 있었음에도 후속 조치가 미비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작 측은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장 작가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또 이같은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가입과 이달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표준계약서’에 준한 계약 체결 등을 약속했다.

아작 출판사는 사건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다방면으로 연락을 시도한 끝에 박동준 아작 출판사 전무와 연락이 됐다. 박 전무는  “공교롭게도 금일 (회사가) 이사하는 날이라 경황이 없었다”면서 “이번 일에 대해선 공식 사과문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 아작 출판사 사과문
사진= 아작 출판사 사과문 (사과문 전문:https://arzak.tistory.com/306)

 

장강명 작가 “출판계 부조리 개선 시급…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돼야”  

아작 측 사과문에 장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뢰 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려워 출판계약은 해지하고, 책은 당분간 절판 상태로 둘 생각”이라면서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했지만, 잘못이 계속 이어졌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2차 저작물 무단 발행과 계약금 지급 누락은 처음 겪는 일이지만, 인세 지급 누락은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몇 번 겪었다”고 출판업계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장 작가는 무엇보다 국내 출판업계에 만연한 유통 관행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효과가 불분명한 예산 나눠주기식 지원 사업을 지양하고, 대신 출판계 인프라를 개선하고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인세 지급 누락과 2차 저작권 침해, 그 외 계약 위반을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상설 전문센터를 두면 좋겠다”면서 “600억 원짜리 국립한국문학관을 짓는 것보다 이게 한국 문학에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출판사와 서점들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준비 중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 개인적으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으려 한다”고 출판계의 자정 노력도 강조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출판사와 서점은 시스템을 통해 신간 도서의 정보와 판매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통합관리 시스템은 현재 시범 운영 단계로 아직 가입할 수 없다. 출판사들의 시스템 도입이 미진한 상황에서 향후 출판계 유통구조 개선에 미칠 파급력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장 작가는 뉴스페이퍼와 취재에서 “이번 건은 아작에 사과 요구해서 받아 냈고, 다른 작가들이 인세 지급과 오디오북 계약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장강명-아작 계약위반’ 사건에 대한 외부 시각은

이번 장강명-아작 사건을 통해 출판계의 인세 누락, 계약금 미지급, 2차 저작권 도용, 투명성 없는 도서 판매내역 고지 등 오랜 악습과 조직‧체계를 앞세워 작가 개인에 행한 일종의 ‘갑(甲)질’ 논란과 같이 창작과 상업주의의 충돌에서 기인한 구조적 문제들이 투영됐다. 

이에 공론화를 거쳐 사회 전체가 문학‧출판계의 풀리지 않은 난제에 엄중한 인식을 갖춘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본지 취재에 응한 공병훈 협성대 교수는 “영상 등으로 재현, 재창조되는 2차 저작권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최근 더욱 중요해졌고, 이에 대한 작가들의 문제 제기는 계속 있어왔다”며 “그게 그동안 공론화되질 못했는데, 이제는 드러내놓고 얘기를 해야할 때라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장강명 작가와 같은 출판사 계약위반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법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종이책을 기반으로 하는 저작권자(작가)들과 출판업계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출판사가 작가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제보도 받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출판사로부터 계약 선금을 늦게 받거나 심지어 계약금을 1년 넘도록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도 출판사 규모가 크거나 그 분야에서 영향력이 크다면 더더욱 작가 입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겪었어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그는 “장강명 작가께서 이번 사건으로 출판계의 고질적 관행들을 밝히신 것은 출판업계 문제와 작가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작가들과 출판사 간 계약 관계에 얽힌 뿌리 깊은 악습이 고쳐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과학소설(SF)작가연대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일로 출판계의 오랜 관행이 개선되길 바란다”면서도 “이 일은 작가와 출판사 당사자 간 합의가 된 일로, 장강명 작가가 SF작가연대 소속이 아닌 만큼 연대 입장 표명에 제한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출판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장강명-아작 사건과 관련해 해당 출판사의 악의적 계약위반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펙셀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펙셀

 

한국출판인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장강명 작가 사례의 경우 출판사가 기본적으로 이행해야 할 선급금, 인세 등 계약사항에 대해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작가들과 출판사 사이에서 점차 공유되는 분위기고, 표준계약서가 시대 상황에 따라서 정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당 문제들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장강명 작가과 아작 출판사 간 계약위반 사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계약상으론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면서도 “계약 이행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이는 출판사 측의 악의적 계약 불이행이라기 보단 실무 진행상의 간과가 있지 않았느냐는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9년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와 본지가 전자책 출간 창작자 3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이책과 전자책을 공동 출간한 경우 인세를 못 받은 작가가 47.2%, 보고 받지 못한 작가가 5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과 같은 사건이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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