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서 시인은 2002년 시사사를 동해 데뷔하였다. 시집으론 "야만의 사육제"가 있다.
김명서 시인은 투병 중이었으며 빈소는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VIP 2호이다. 발인은 5월 19일로 예정되어 있다.
슬픔이 생기게 된 배경
김명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둔다
불면이 문장을 긁고 간다
링거를 꽂은 침대
살비듬을 털어내고
도둑처럼 다녀가는 불면에 대해 거미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달팽이관에 낀 소음을 꿈 너머로 돌려보내려는데
소음이 침대 모서리에 부딪친다
쨍그랑, 실금이 간다
꿈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이미 슬픔이라 불러도 되는 무저갱 시간들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치환하는데
비몽悲夢은 꿈이란 이름 뒤에 숨는다
또 한 차례
빗줄기가 문장을 긁고 간다
한참 후 ,
알게 된 사실들
슬픔에는 바닥이 없다는 것
바닥에도 바닥의 바닥이 있다는 것
발이 온전히 바닥에 닿아야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동지 지나고
난청이 심해졌는지 묵언마저 삐걱거린다
비상하는
새를 보면
새가 되고 싶다고,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붕새가 되고 싶다고
먼 곳에 눈길을 얹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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