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김명서 시인
[부고] 김명서 시인
  • 한송희 기자
  • 승인 2021.05.18 02:13
  • 댓글 0
  • 조회수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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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서 시인은 2002년 시사사를 동해 데뷔하였다. 시집으론 "야만의 사육제"가 있다.

김명서 시인은 투병 중이었으며 빈소는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VIP 2호이다. 발인은 5월 19일로 예정되어 있다. 

 

  슬픔이 생기게 된 배경

​                                           김명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둔다

  불면이 문장을 긁고 간다

  링거를 꽂은 침대

  살비듬을 털어내고

  도둑처럼 다녀가는 불면에 대해 거미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달팽이관에 낀 소음을 꿈 너머로 돌려보내려는데

  소음이 침대 모서리에 부딪친다

  쨍그랑, 실금이 간다

 

  꿈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이미 슬픔이라 불러도 되는 무저갱 시간들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치환하는데

  비몽悲夢은 꿈이란 이름 뒤에 숨는다

  또 한 차례

  빗줄기가 문장을 긁고 간다

  한참 후 ,

  알게 된 사실들

  슬픔에는 바닥이 없다는 것

  바닥에도 바닥의 바닥이 있다는 것

  발이 온전히 바닥에 닿아야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동지 지나고

  난청이 심해졌는지 묵언마저 삐걱거린다

  비상하는

  새를 보면

  새가 되고 싶다고,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붕새가 되고 싶다고

  먼 곳에 눈길을 얹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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