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갈등, 문체부와 출판계는 왜 싸우는 걸까?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갈등, 문체부와 출판계는 왜 싸우는 걸까?
  • 전세은
  • 승인 2021.05.22 15:16
  • 댓글 1
  • 조회수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우리나라 영화 중 역대 제일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는 무엇일까? 바로 약 1700만 명이 관람한 명량(2014)이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영화는 무엇일까? 2006년에 개봉한 한반도가 약 205억 원으로 가장 높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있는 통계를 관리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가 있기 때문이다. 문학계에도 이처럼 책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출판유통전산망(KOPDS)이 도입될 예정이다. 

오는 26일 수요일 2시부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사업 설명회 `지속 가능한 출판산업 전략, 빅데이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사업설명회’가 처음으로 개최된다. 

지난해 뉴스페이퍼가 진행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 전체의 53%가 자신의 출판물이 얼마큼 팔렸는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이는 서점의 반품 제도와 어음 등 국내 출판유통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출판유통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유통통합전산망(KOPDS)이 도입된다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과 같이 누구나 서점에서 어떤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등 출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산화 및 정보화함으로써 지금까지 분산되어 있던 출판유통정보를 통합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즉, 출판사-유통사-서점이 출판정보와 유통정보를 관리 및 공유하여 생산에서 판매까지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시스템 고도화 단계이며, 정식 운영은 올해 9월 이후로 예정되어 있다. 

최근 장강명 작가는 입장문을 통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출판사와만 거래하겠다고 밝혔다. 아작 출판사는 계약서에 표기된 연간 2회 판매내역 고지 및 인세 지급을 지키지 않았고, 그는 추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감시 아래 출판유통시스템이 투명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판계의 불만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출판유통시스템이 정부에서 진행한다는 것 이다. 

 지난 18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출판인들이 저자의 정확한 판매정보 확보를 위한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는 오해가 있어 해명하고자 한다”며 해명자료를 보내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출판인들이 더욱 정확한 계약이행을 통해 저작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교보 문고와 도서 판매 정보 공유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정부가 운영하는 출판유통시스템 대신 민간대형서점들의 시스템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들은 매일매일 서점들로부터 SCM 시스템으로 판매정보를 받고 있다"는 것 이다. 또한 "작가들도 동일한 방법으로 서점으로부터 판매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점의 의지에 따라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도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며 국민 세금을 동원하여 큰 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현재 전산망 사업과 무관하게 병행하여, 빠르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SCM 시스템은 공급망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고객의 주문부터 출고까지의 과정별 정보 및 거래 결과 확인 등에 대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다.이러한 시스탬은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과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 예스24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한기호 소장 역시 자신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대형 온라인 서점에 작가 코드를 설정해서 작가가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매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리딘 3사의 매출이 전체 출판 매출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으니 판단의 준거는 충분히 될 것이다. 온전한 출판유통통합시스템 전에 당장 이런 것이나마 가능하게 만들면 출판사들이 작가들의 인세를 내놓고 떼어먹는 짓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기호 소장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주장대로 SCM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교보와 알라딘과 같은 대형 서점 및 온라인 서점들만 포함될 뿐 지역 서점과 그 외의 출판 유통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보 공개에 한계가 있다. 

민간주도의 시스템에 대해 동의 하지 않은 작가와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장하듯.  "출판인들이 저자의 정확한 판매정보 확보를 위한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는 오해’가작가와 독자들에게  있는 것은 그간의 행보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태`를 계기로 출판사가 저작물 이용 권한 일체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 등의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지난해 6월부터 출판계와 작가단체들의 자문회의를 거쳐 지난 1월 26일,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발표한 것 이다. 하지만 구름빵 사태에 대해 출판계는 가짜 뉴스 라고 주장하며  지난 1월 15일, 출판계는 표준계약서를 반대하며 자신들 만의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를 제정하여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약서는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수익 비율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출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 출판계 통합 계약서라는 비판과 함께 어린이책작가연대를 비롯한 작가단체들은 이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출판계의 행보에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은 출판계가 노예계약서를 만들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에 표준계약서의 안착을 위해 ‘출판콘텐츠 창작자금 지원’, ‘우수콘텐츠 전자책 제작 활성화’, ‘오디오북 제작 지원’ 등 다른 3개 제작지원과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과 ‘청소년 북토큰 지원 사업’ 등 도서구매 사업의 요건에 정부 표준계약서를 포함했다. 

즉,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한 것 이다. 하지만 출협은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쓰게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상태이며,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고시 취소소송을 진행했다. 한기호 소장은 공식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제2의 블랙리스트’ 라며 강하게 반발 하고 있다. 

이에 어린이책작가연대 유영소 위원장은 “건강한 출판 시장을 위해 출판계와 저작자가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의 권리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는 문학 시장이 좋은 방향으로 커지는 것이 아닌 산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판단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작출판사가 장강명 작가에게 판매명세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인세 지금 등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났다. 문체부는 이 문제를 표준계약서와 출판 유통 통합전산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대한 출판협회가 반박 발표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라며 장강명 작가는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였으나 아작 같은 계약 위반은 없었다며 사건을 축소 시켰다. 

하지만 추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문을 발표하기 전에 장강명 작가와 소통해 아작 외 다른 출판사들에 부조리가 있던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거짓으로 성명서를 작성한 것이 알려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러한 일이 지속하자 일각에서 출판유통통합 전산망을 출판계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나 나오고 있다. 출판계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정부의 표준계약서와 출판유통통합전상망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3시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 '도서 공급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출판유통 현안 좌담회에서  한기호 소장이 이러한 문체부의 행동에 대해 "온갖 x랄"을 한다며 육두문자를 사용하며 문체부 해산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자 큰 비판이 있었다.  

한기호 소장은 표준계약서부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까지 정부 주도 정책이 출판사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문체부가 차라리 없애야 한다’는 등 거친 언행을 하며 정부의 출판계 개입을 반대했다. 자신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출판이라는 행위는 저작자와 출판사 간의 신뢰와 계약에 의해 근간이 유지되는 일이며 작가와 출판사 간에 벌어지는 문제들은 온전히 계약주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작가들과 장강명 작가의 주장대로 ‘정부의 감시 아래 출판 유통 시스템 ‘을 투명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출판사와 작가의 상호신뢰가 이미 깨졌다는 것. 

2019년 뉴스페이퍼가 진행한 ‘전자책 출판과 플랫폼에 대한 창작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이책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함께 출판한 경우 출판사로부터 인세를 받지 않은 경우가 47.2%에 달했고, 53.3%가 전자책 판매 현황을 보고받지 못했다. 또한뉴스페이퍼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 전체의 53%가 인세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인세를 현금이 아닌 기타 물건으로 받은 경험도 36.5%에 달했다 

다음 주 수요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대한 첫 사업 설명회가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발표 전에 출판계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미완성 혹은 잘못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업 설명 및 필요성을 설명한 후 바이브컴퍼니의 송길영 부사장의 출판 빅데이터 활용 방법에 대한 특강, 길벗 출판사 허두영 부장의 통전망 사용후기 및 기대효과, 바이브컴퍼니의 백영숙 부장의 출판데이터 통계 및 활용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출판산업 전략, 빅데이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사업설명회’는 5월 26일 수요일 오후 2시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다리소극장에서 진행되며, 유튜브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영진 2021-05-30 14:33:04
이 시스템으로 지역서점 재고 판매 통계 알기가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