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아작 사태 그 후, 대한출판협회 대응에 걷히지 않는 공분
장강명-아작 사태 그 후, 대한출판협회 대응에 걷히지 않는 공분
  • 정두현
  • 승인 2021.05.27 00:11
  • 댓글 1
  • 조회수 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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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소설가 장강명과 출판사 아작(대표 박은주) 사건으로 출판업계의 부조리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해당 사건을 ‘특정 출판사의 일탈 행위’로 축소하려 했던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의 면피성 대응에 공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협 측은 지난 13일 문체부 보도자료에 반박 발표문을 낸 이후 재차 완곡한 해명 입장을 내놨지만 여전히 그 진정성에는 의구심이 걷히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준계약서 활용을 강화하고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강력하게 추진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25일 현재 해당 국민청원은 3250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그간 가시권에 들지 않았던 출판계의 출판·유통 관행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원인은 “최근 장강명 작가와 출협의 논쟁에서 밝혀졌듯, 인세 미지급의 문제는 공공연한 출판계의 악행”이라며 “장 작가와 같은 유명 작가도 피해를 보는 현실에서 나머지 99%의 작가들은 과연 어떤 대우를 받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출협과 출판인회의는 ‘일부 사장님들의 카르텔’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체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대로 된 견제를 하지 않으면 출판산업 전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개입에 출판協 “아작 사태는 출판계 일탈 사례” 반발
출판사 아작의 공식 사과문 발표 이후 국내 출판업계의 오랜 부조리 관행을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의식한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및 콘텐츠분쟁조정제도 확산과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도입을 공식화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전 문체부는 ‘출판 유통의 투명성 제고로 불공정 관행을 개선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출협은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제기’ 입장문을 내고 “(장강명-아작 사건은) 한국의 출판계에서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며 “이런 사례를 들어 (문체부가) 표준계약서나 통전망을 강요하고 그에 순종하지 않는 출판인들에게 사업적 불이익을 주려는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협은 “마치 출판계에서 불공정한 일들이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곤혹스럽다”며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인데 그런 왜곡을 방조하는 듯한 주무 관청 자료가 배포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다.

또 출협 측은 문체부가 추진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사업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정착되지 못한 이유로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무능을 지목하면서, 정부가 장강명 작가와 아작 사태에 개입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문체부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으로 운영해 왔다.

출협은 “문체부에서 수년간 60억원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진행 상황이 오리무중”이라며 “출판계는 사업 시작부터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능력 문제를 지적해왔는데, 문체부가 묵살하고 강행해왔다”고 했다.

이어 “통전망 본격 가동을 공언한 시점이 몇 달 안 남은 상황에서 예산 낭비와 사업 파탄, 무능의 책임을 출판계의 비협조와 불투명한 유통 관행 탓으로 전가하고 예산과 기한을 더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작가와 출판사 간 한 사건에 이렇게 개입하고 나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부연했다.
 
‘아작 꼬리 자르기’ 나선 출협에 장강명 작가 재반박
출협이 이처럼 장강명 사건에서 밝혀진 인세 지급 누락 등의 문제가 “출판업계의 관행이 아닌 아작 출판사의 개별적 일탈 행위”라는 꼬리 자르기 식 반응에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앞서 SF소설계 메이저 출판사인 아작은 지난달 공식 입장문을 통해 그간의 논란을 시인하고 장 작가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여기에 본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서도 이미 출판계 폐습이 만연하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아작의 일탈로 치부하는 출협의 입장문에 공분이 극에 치달은 것.

본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문학창작자 1,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9%가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고, 청탁서 없이 구두로만 원고 청탁이 이뤄진 경우도 56.6%에 달했다.

장 작가 역시 이 조사 사례를 들며 출협이 반박한 바와 달리 아작과 같은 사례는 “출판업계에 만연한 문제”라 지적했다.

장 작가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출협이 문체부 보도자료에 반박한 발표문을 언급하며 “출협은 문체부의 대책을 비판하며 인세 지급 누락이나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아작 한 회사에서 일어난 일일 뿐, 결코 출판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출협도 그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절대 아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다. 1000명이 넘는 작가들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52.9%가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 작가는 출협에 현실 부정에 앞서 왜 이런 일이 빚어졌는지 자체적인 실태 조사부터 선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발짝 물러선 출협 “문체부 보도자료 반박문, 표현 거칠었다”

이후 출협은 문체부 보도자료 반박문에서 드러냈던 강경한 반발 기조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출협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최초 반박문은 다소 격앙된 부분이 있었다며, 작가와 출판사 간 상생과 신뢰를 강조했다. 

한국출판문화협회 공보팀 양창섭 팀장은 뉴스페이퍼와 통화에서 “앞서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문은 표현이 거친 부분이 있었다. 현재로선 이후 재배포한 입장문으로 협회의 입장을 해석하시면 될 것 같다”며 “(장강명 작가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고 그게 아작 만의 문제일 순 없다. 저자와 출판사 간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고, 출판업계에 대한 작가들의 불신이 지속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장강명 작가의 출판계에 아작과 같은 사례가 만연하다는 지적에 출협 측이 ‘거짓선동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후문에 대해 묻는 기자 질문에는 “그런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해 출협은 2019년 하반기, 2020년 상반기에 걸쳐 대단위 회의도 거쳤다”며 “자체적으로 메이저 3대 도서 판매사인 교보문고·알라딘·YES24의 도서 판매량 데이터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을 저자들에게도 공유하는 방침을 추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큰 성과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출협이 저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협은 정부의 출판업계 유통구조 개선 정책을 두고 문체부와 갈등을 빚는 등 잡음이 끊기지 않고 있다. 이는 출판계의 고질적 문제 개선에 대한 출협 등 출판업계의 자성과 실체적 대응이 없는 이상, 그 진정성에 의문이 잔존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음은 문체부 보도자료 반박문을 낸 이후 출협이 본지에 보내온 2차 성명 전문. 

최근 장강명 작가의 책을 냈던 아작 출판사의 출판계약 위반, 판매 및 인세 보고의 누락 등과 관련한 사건, 그리고 그에 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논평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반박 이후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출판인들이 저자의 정확한 판매정보 확보를 위한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는 오해가 있어 해명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저자와의 출판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판매 정보 및 인세보고를 정확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출판사에서 부실한 계약위반이 적지 않게 발생하여 출판사에 대한 저작자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출판인들은 더욱 정확한 계약이행을 통해 저작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가능한 한 그러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출판유통전산망(이하 통전망)의 경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 시스템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안한 당사자였으며 해당 연구조사 보고서도 당시 대한출판문화협회 임원진의 주도하에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여 진행하였기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있지 않을 뿐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소속 일부 회원들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통전망 사업의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관련 출판단체들은 이와는 무관하게 저작자들에게 정확한 판매정보를 신속히 알려줄 방법을 강구하던 중 이미 2019년 말 실질적으로 단행본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에 저작자에게 서점의 판매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을 촉구하고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일부 대형서점 등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일부 사정상 진행이 중단됐습니다.

현재 출판사들은 매일매일 서점들로부터 SCM시스템으로 판매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작가들도 동일한 방법으로 서점으로부터 판매정보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서점의 의지에 따라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도입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국민세금을 동원하여 큰 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현재 전산망 사업이 지체되고 차질을 빚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그 사업과 병행하여, 빠르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이는 이 문제를 논의할 당시 서점들에서도 동의하는 바였습니다.
 
이와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출판단체 9곳은 물론 한국작가회의와 공동 명의로 교보문고에 공문을 통해 협력과 도입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2020년 2월 교보문고에 보낸 공문을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판은 작가와 우호적 관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작가와의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출판인들이 정확한 판매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반대하고 있다는 일각에서의 오해를 조금이나 불식시키고자 그간의 사정을 해명하고자 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작가들과의 관계에서나 출판문화 발전을 위한 출판인들의 노력이 여러모로 부족함은 우리 자신이 절감하고 있는 것입니다만, 사실과 다른 점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인들은 책 문화의 한 주체이자 작가들의 동반자로서 성실히 의무를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출판 일선에서 활동하며 매일 저자를 만나는 현역 출판인들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정부에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저자와 강하게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란 사실 힘든 일입니다. 현 상황의 흐름이 사실과 다른 오해를 바탕으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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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2021-05-31 20:31:23
대한민국 출판산업이 작가들에게 가야 하는 정당한 인세를 빼돌리는 것으로 수익성을 충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