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 시인의 신간 시집 ‘쥐와 굴’이 NFT로 발행, 경매 시작.
배수연 시인의 신간 시집 ‘쥐와 굴’이 NFT로 발행, 경매 시작.
  • 이민우
  • 승인 2021.06.02 12:55
  • 댓글 1
  • 조회수 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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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술계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최근 몇 주 사이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중섭의 황소부터 래퍼 도끼의 3D 아바타, 팝핀 현준의 팝핀 댄스 영상까지 콘텐츠의 그 종류와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체 불가 토큰이 발행되고 거래되고 있다.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한 작품의 토큰이 783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이런 흐름에 문학계에도 첫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배수연 시인의 신간 시집 ‘쥐와 굴’의 NFT 발행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NFT로 발행 된 쥐와 굴
NFT로 발행 된 쥐와 굴

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 체인기술로 만들어진 토큰으로, 일종의 증명서다. 이 증명서가 화젯거리인 이유는 "원본"의 '아우라'를 다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미디어 복제 기술의 발달로 원본과 복사본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배수연 시인의 시 역시 인터넷에 검색 몇 번으로 찾을 수 있다. 시집에 인쇄된 시 "여름의 집"과 가정용 프린터기에서 인쇄된 시 "여름의 집"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보는 "여름의 집"은 모두 같다.

극장에서도 넷플릭스에서도 원본과 복제품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지금, 벤야민은 원본이 가지고 있던 아우라가 소멸되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NFT가 발행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고윳값이 생기며 복제 불가능한 '원본'이 된다. 디지털 세계의 원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쥐와 굴'은 초판 1쇄로 찍은 책 페이지 전부를 이미지 파일로 변환한 뒤 NFT로 발행되었다. 낙찰자에겐 이미지 파일과 이에 연결된 NFT를 준다. 이를 통해 배수연 시인의 신간 시집 '쥐와 굴'은 낙찰자만 가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가치, 즉 소멸해버린 아우라를 되찾고 다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수연 시인은 2013년 시인수첩으로 데뷔하였으며, 미술을 전공했다. 시집으로는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이 있으며 현재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배수연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NFT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문학작품이자 디지털 아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NFT에게 마켓은 갤러리이자 유통망이기에 그렇다. 배수연 시인은 이번 행위가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하고 가치를 부여하게 할지 궁금하다며 이것을 다원 예술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학과 미술 기술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배수연 시인의 시집이 발간되고 NFT를 발행한 그 자체가 행위로써 예술이라는 의미다.

디지털 세계에서 되찾은 원본에 대한 아우라는 그녀의 초판본의 존재론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런 시인의 행위처럼 배수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쥐와 굴’은 쥐라는 시적 화자로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연작 시 ‘쥐와 굴’에서 시적 화자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에서 등장하는 도시의 쓸쓸함, 절대론적 존재 앞에서 마주하는 허무함, 방황은 시인의 에세이 ‘원데이 클래스’와 이어지며 독자에게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를 던진다.

NFT의 발행은 그녀의 시집과 닮았다.

쥐와 굴. 종이 시집
쥐와 굴. 종이 시집

 

이번 경매는 토요일 3시까지 진행되며, 수익금 전부는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배수연 시인은 시집 초판본을 미술 작품처럼 단 1부 NFT로 시작가 1ETH에 경매 형태로 발행하는 이 퍼포먼스가 일종의 이벤트이기 앞서 세상에 던지는 여러 층위의 질문이라고 한다.

이 질문에 무엇이라 답해야 할까? 이 블록체인 기술은 정말 우리에게 원본의 아우라를 돌려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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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 2021-06-04 11:06:08
찾아보니, 11일전에 배수연 작가님이 작품을 등록하였고,
NFTbook의 Pi8이라는 분이 13일 전에 한국판을 등록하고, 그 이전에 영문판을 올리셨는데.
이틀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런 흐름에 문학계에도 첫 사례가 등장했다."
의 문구 중, 첫 사례라는 단어가 Pi8이라는 작가님의 도전을 물거품만들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