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작가의 요청에 따라 ‘항구의 사랑’ 판매 중단 결정
민음사, 작가의 요청에 따라 ‘항구의 사랑’ 판매 중단 결정
  • 전세은
  • 승인 2021.06.03 17:35
  • 댓글 0
  • 조회수 1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한송희 에디저 제작
사진= 한송희 에디저 제작

지난 5월 13일, 민음사가 공식 SNS를 통해 김세희 작가의 자진 요청에 따라 ‘항구의 사랑’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는 추가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4월 25일에 이어 두 번째 입장문으로, 민음사는 이전까지 문학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이 사안을 정확히 판단할 사실 관계들이 충분치 않다며, “여러 압박과 피해들을 입어가는 상황에서는 진실이 선명해질 때까지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거 없이 책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문화와 문학이 서 있는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이라며 판매 중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입장을 바꾸었다. 작가의 요청에 따라 일시적인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민음사는 4월 25일 이후의 추가피해 폭로에 대하여 법적, 문학적 검토를 진행하던 중, 김세희 작가가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 ‘항구의 사랑’의 판매를 일시중단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민음사는 이를 받아들였음을 밝혔다. 하지만 판매 중단이 자신들의 판단이 아닌 김세희 작가의 요청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민음사 측은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판매 중단과 관련하여 추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입장문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동창생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김세희 작가와 아우팅을 당한 H씨의 고교 동창생들이 ‘항구의 사랑’의 아우팅 문제를 다룬 한겨레와 이데일리 기사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면 작품 속 인물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에피소드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일이 너무나 많으며 크게 각색하지도 않았다.” 등의 댓글을 게재한 것.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졌기에 김세희 작가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었다.

이런 가운데 댓글 게시 일주일여 만에 댓글이 삭제되었다. SNS에서는 출판사 측에서 삭제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며 민음사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뉴스페이퍼는 이에 대해 민음사에 문의했으며 민음사 담당자는 강한 어조로 “전혀 모르는 일이며, 무슨 근거로 민음사가 게시 중단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으며, 김세희 작가의 변호사 측 역시 “따로 조치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사태에 민음사 소유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인 브릿G에서는 입장문 발표 후,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불매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민음사는_피해자에게_사과하라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번지고 있다.

현재 민음사는 13일 발표한 입장문을 시작으로 2주간 중단했던 공식 SNS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재현의 윤리 등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많지만,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이 되기보단 민음사 측의 일관된 침묵과 무시로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다"며 "문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담론적 토론이나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창작의 자유가 훼손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들이 있다”며 문학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항구의 사랑
항구의 사랑

 

책을 판매하기 위해 ‘무해한 소설’, ‘당사자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썼다는 지적 역시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사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보단 이슈를 빠르게 해결 혹은 침묵하고 재현의 윤리 외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꾸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재현의 윤리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에세이’적 글쓰기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9일 김세희 작가 측 변호사가 “선제적 법적 조치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으며, 민음사 또한 추가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사태는 평행을 그리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음사의 문예지 릿터의 30호는 6월에 출간된다. 정치적 정의로움에 대해 예민하게 다루어왔던 만큼 이번 김세희 사태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언급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가 단순히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었다면 진지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