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반시 사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측 불공정 관행 논의할 자리 마련 예정
시와반시 사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측 불공정 관행 논의할 자리 마련 예정
  • 전세은
  • 승인 2021.06.04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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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세은 작업
사진= 전세은 작업

희음 시인이 지난 3월 10일 아르코미술관 앞에서 문예지 시와반시의 지원금 회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는 시와반시의 노동착취와 원고료 미지급에 대한 공론화를 위한 것으로, 문예지 운영의 고질적인 문제인 원고료 및 무급 노동 관련 관행을 수면 위에 드러낸 사건이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3월부터 시와반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현장소통위원회 회의를 열어 부당노동 및 원고료 문제에 대한 논의와 사실 조사를 진행했다.

시와반시는 과거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지원사업에 따라 모든 원고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문예위는 사실 조사 과정에서 시와반시가 교환 필자 시스템을 운영하며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은 필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환 필자 제도는 해당 문예지 출신의 작가로 하여금 파트너 문예지에 원고를 싣도록 하는 제도로, 시와반시는 교환 필자 제도를 통해 원고를 게재한 타 문예지 출신 문인에게는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시와반시 측은 창작활동을 시작한 신인들에게 지면을 제공하기 위해 문예지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지면을 공유하는 형태로 교환 필자 시스템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문예위는 희음 시인의 공론화를 계기로 문예지발간지원사업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문예지 관계자들과 함께 지원사업 체제 점검에 대해 논의할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음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문예위가 시와반시의 원고료, 노동착취, 교환 필자 시스템 사안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한 바 있으며, 이 문제들이 몇몇 문예지 측에서 자신의 영세함을 이유로 오랜 기간 유지해온 고질적 관행이었다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금 회수는 어려운 상태다. 문예위 측은 현 지원금 체제에 지원금 회수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나 법적 근거가 없어 직접적인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르코 현장소통위원회 이시백 위원 역시 “문예위는 개별적인 민원성의 해결보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선을 노력하는 기관에 가깝다”며 노동 착취 문제와 교환 필자 제도 등을 해결하는 데 제도적, 법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문예위는 희음 시인이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해결권을 가진 예술인복지재단의 문화예술공정위원회에 문제를 전달했다. 문화예술공정위원회는 예술 활동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조정하는 기관으로, 희음 시인에게 법무 및 노무 담당자를 연결해주어 노동 착취와 관련하여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 시위 하는 시인
사진= 시위 하는  희음시인

 

또한, 문예위는 문학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문학계의 불공정 관행을 다루는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학상, 문예지 운영, 계약 관계에서의 불공정 등으로 섹션을 나누어 실질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문제가 확인되었음에도 시와반시 측은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이미 다 끝난 일이다”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사건 당시 시와반시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희음 시인의 공론화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희음 시인은 “일차적으로 시와반시로부터 정확한 공적 인정과 사과를 받는 일을 목표로, 작품 발표 지면을 볼모로 신인 또는 무명작가에게 무상으로 원고나 노동을 요구하는 비도덕적 관행을 바로잡아나가는 데 일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문예위는 앞으로 문예지발간지원사업 등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쌍방 간의 계약서를 의무화하고, 지원을 받지 않은 자부담 원고의 정산도 증빙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 단체와 출판사에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출판사가 아닌 일부 작가 단체들은 문예위의 의무사항에 반대하며, 민간 영역의 계약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성명서 발표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히려 작가를 보호해야 할 작가 단체들이 작가를 보호할 계약서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작가 단체 역시 자신들의 기관지(단체의 대표 문예지)를 운영하며 문예지발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기관단체라고 불리는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는 문예지발간지원기금을 꾸준히 받아왔다. 문예지발간지원사업은 2015년 블랙리스트 사태로 폐지된 후 2018년에 부활했다. 사업이 재개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개의 문학 단체가 지원기금을 받지 않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특히 한 문학단체는 1년에 평균 3,6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상호 간의 서면 계약은 이미 법적으로 제도화된 조항이기 때문에 조속히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9년 11월 3일에 개정된 예술인 복지법 제4조4에 따르면 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계약의 당사자는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계약서를 쓰지 않을 시 당사자의 신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출판계의 투명한 관리를 요구하는 장강명 작가의 공론화와 더불어 희음 시인의 시와반시 노동착취에 대한 공론화는 문학계에 자리 잡은 부당한 관행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작가들이 원래 누렸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달라는 요구가 번번이 기존 관행이란 이름으로 가로막히고 있다. 지면 제공 및 권력 관계 등을 이용하여 작가에게 부당하게 요구되는 부조리한 관행이 조속히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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