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해배상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한일 지식인, 1심 판결에 성명문 발표
강제징용 손해배상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한일 지식인, 1심 판결에 성명문 발표
  • 전세은
  • 승인 2021.06.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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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전진하며 항의시위하는 일본의 시민단체(2007년 나고야재판소 앞), 사진 제공 = 김정훈 교수]
[법정으로 전진하며 항의시위하는 일본의 시민단체(2007년 나고야재판소 앞), 사진 제공 = 김정훈 교수]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지난 10일, 한일 교수들과 문인들이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은 2015년부터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2018년, 대법원 합의체는 일본 제철기업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 승소를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6개의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자체를 각하한 것이다. 각하란 소송요건의 불충족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청구 자체를 본안으로 다루지 않고 종료시키는 것이다.

지난 10일, 대학교수들과 문인들은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한일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징용피해 관련 소송의 역사를 설명한 후, 판결의 배경에 어떠한 의혹이 있는지를 철저히 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전범 기업인 가시마구미와 니시마쓰 건설사는 각각 1994년과 2010년,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 및 배상금을 지급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징용피해자들과 16차례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그렇기에 한일 지식인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이러한 노력과 선례를 무시한 결과이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한국의 선례가 일본의 북한에 대한 배상에도 영향을 끼침을 사법부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며, 민족 동질성과 주체성 회복 문제로 인식하기를 촉구한다”고 판결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개인의 청구권마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등장하는 자체가 역사 퇴보이다"라고 규탄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및 징용피해와 관련하여 지원활동과 금요행동에 힘쓰는 야마카와 슈헤이 작가와 국립 아이치교육대학교의 나야 마사히로 전 교수 등 일본 지식인도 참여했다. 특히 야마카와 슈헤이 작가는 병상에 누워 거동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흔쾌히 한일 지식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아래는 한일 지식인들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한일 지식인 성명

2021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34부 김양호 부장판사 판결은 한일의 진보적 역사를 무시한 것으로 본다. 한국 사법부의 최종심 주체인 대법원에서 재판부가 2018년 선고한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을 무시하고, 한일의 진보적 시민과 법조인이 연대해 이룬 결과를 어찌 뒤엎을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역사의 퇴보에 다름 아니다.
징용피해 소송 건과 관련해서는 우여곡절의 역사가 있다. 같은 이국인 노동피해에 대해서 일본은 엄연히 사죄와 배상을 한 바 있지 않던가. 해방 후인 1990년 중국인 생존자와 유족들은 하나오카 사건의 가해 기업인 가시마구미 측에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시마가 사죄하자 피해자들은 사죄 성명으로는 부족하다며 배상을 요구, 1995년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중국인 피해자들은 도쿄고등재판소 판결을 이끌어 냈고, 2000년 가시마구미는 피해자 측의 대리 주체인 중국적십자회에 5억 엔을 배상하고 화해한 바 있다.
2010년에도 일본 니시마쓰(西松)건설사는 일제강점기 니카타에서 노역에 시달리며 피해를 입은 중국인 징용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배상금을 지불했다. 이처럼 같은 피해자 입장의 중국인들도 배상과 사죄를 받은 투쟁의 역사가 있어서 우리도 그런 예를 참고로 끊임없이 피해배상을 요구해왔고 드디어 대법원의 승소 판결도 이끌어내지 않았는가.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세를 바꿔 근로정신대 할머니 피해자 측과 2010년부터 도쿄와 나고야 등에서 16차례나 협상을 진행한 것은 한일시민단체의 연대와 노력의 결과였다. 어찌 이러한 징용피해 해결의 역사, 그리고 그 해결 과정과 선례를 무시하고, 1965년으로 되돌아가 일본 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판결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일본 내에서 징용피해자를 지원하는 양심적 일본 시민단체에는 너무나 면목이 없는 판결이다.
징용피해자를 지원하는 양심적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과 근로정신대 역사를 밝힌 야마카와 작가의 기록을 보고 의견을 모은 몇몇 한일지식인들은 이번 판결을 주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음을 밝힌다.
나아가 이러한 판결의 배경에 어떠한 의혹이 있는지를 철저히 규명하고자 한다. 한국의 선례가 일본의 북한에 대한 배상에도 영향을 끼침을 사법부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며, 민족 동질성과 주체성 회복 문제로 인식하기를 촉구한다.
몇몇 한일지식인들이 발신하는 이 성명서가 이 문제에 관심 있는 국내외 모든 이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이번 국내 판결을 규탄하며,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호소한다.
외교 보호권에 관한 한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기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일본을 비롯한 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개인의 청구권마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등장하는 자체가 역사 퇴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이번 판결을 내린 판결 주체의 책임을 묻고, 엄중히 대처하고자 한다.

2021년 6월 10일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한일 지식인

연명자
나야 마사히로 전 교수(국립 아이치교육대학교)

리명한 소설가(전남·광주 작가회의 고문)
김준태 시인
박맹수 원광대 총장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한승훈, 김춘식 동신대 교수
형진의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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