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책을 사라?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피해를 보는 작가와 출판사
출판사가 책을 사라?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피해를 보는 작가와 출판사
  • 전세은
  • 승인 2021.06.16 17:34
  • 댓글 0
  • 조회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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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최근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A 씨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서점에 책을 판매하기 위해 책을 위탁해놓은 유통사 측에서, 자신이 맡겨놓은 책을 도로 구매하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더욱이 그 책을 사지 않으면 다른 유통사에 책이 넘어가 출판사의 허락 없이 책이 판매될 수 있으며, 책에 대한 수익은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바로 인터파크송인서적 부도 사태 때문이다. 국내 도서 유통사 중 2위 규모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이 부도로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송인서적에 재고로 있는 책들이 모두 송인서적의 자산으로 처리되어 경매로 타 유통사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송인서적에 책을 맡길 때 책값을 선불로 받지 않고, 책이 팔렸을 때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종이 어음을 받는다. 그리고 송인서적을 통해 책을 받은 서점이 이를 팔았을 때 대금을 지급한다. 어음을 쓰는 이유는 책이 팔리지 않을 경우, 서점이 책을 모두 반품해서 미리 금액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8일, 경영난을 지속하던 인터파크송인서적은 대주주인 인터파크로부터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송인서적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0일 법원이 인터파크송인서적에 대한 견련파산, 즉 회생 절차 폐지를 선고하여 현재 파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송인서적이 파산하면서 출판사들의 어음은 모두 종잇조각으로 전락했고, 책 역시 송인서적의 자산으로 묶여버렸다.

지난 7일, 송인서적과 거래하는 출판사에 안내된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 대표자 회의에 따르면 인터파크송인서적에 있는 재고를 송인서적의 자산으로 판단하여 경매 등을 통해 현금으로 처분된다.

나아가 책이 도서유통 업체에 낙찰되었을 경우 책이 판매되어도 돈을 받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 역시 이러한 경우 도서가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출판사에 반품으로 돌아오는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여 각 출판사에게 재고 수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6월 14일까지 재고 구입을 신청한 출판사는 해당 출판사의 모든 도서를 정가의 8~13%의 금액으로 일괄 구입해서 받을 수 있으며, 신청하지 않은 출판사 재고는 폐기 처리된다. 단, 신청한 출판사의 책이 전체 재고 부수의 50%(약 36만 부)가 넘지 않을 경우 창고 처리 및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체 일괄 폐기된다.

폴앤니나의 김서령 대표는 안내문이 도착한 7일, SNS에 억울한 상황에 대한 울분을 털어놓았다. 대형서점과는 직거래 계약으로 책을 보내지만, 전국 각 서점에 일일이 계약을 맺기 어려워 유통사를 통해 책을 한 번에 보내는 것의 현실이라며 출판계의 유통망에 대해 한탄했다.

김 대표는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우리와 같은 작은 출판사는 손해액이 다른 출판사에 비해 크지 않아 돌려받는 것을 거의 포기했고, 출판사 단체 카톡에서도 소규모 출판사는 포기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또한,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판사가 유통사에 맡겨 놓은 책이 다른 유통사에 넘어갈 경우 출판사와 마찬가지로 작가들 역시 인세를 전혀 받지 못한다. 수천 종의 책이 타 유통사에 넘어가 책이 판매되더라도 그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송인서적의 부도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7년 1월, 구 송인서적은 80억 원의 어음으로 부도에 처한 상황이라 전해 출판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구 송인서적의 회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고, 그간 갚지 않은 출판사들의 어음도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주도로 탕감하기로 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은 출판기금 50억 원을 활용해 출판사들의 대출을 지원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추가 지원책으로 피해 출판사들에게 창작활동 지원금 20억 원과 도서 구매비 10억 원 등 총 30억 원을 지원했다. 

공적 자금으로 송인서적의 빚을 탕감해준 이유는 한국의 작은 출판사들이 대부분 유통사를 통해 각 서점에 책을 유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판기금 투입과 추가 지원, 출판계의 노력 끝에 송인서적은 인터파크에 인수되어 인터파크송인서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과거 송인서적은 기업회생 후 부도가 난 이유로 어음을 꼽으며 출판계의 어음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밝혔다. 하지만 어음으로 인해 유통 금액과 실제 판매금액이 달라 송인서적도, 출판사도 정확한 예산을 파악하지 못한 채 경영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송인서적의 두 번째 부도로 이어졌다.

이러한 도서 유통의 불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만들고 있으나, 출판단체들이 유통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송인서적의 첫 번째 부도 후 유통환경의 변화와 시스템적인 개선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부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서령 대표는 이에 대해 “송인서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유통사가 파산하게 되면 출판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또다시 책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페이퍼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송인서적 파산관재인에게 수차례 취재를 시도하였으나 회의 중이라며 답변을 피할 뿐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출판사들의 희생과 노력 끝에도 송인서적은 두 차례 파산한 상태이며, 현재 재고 처리 과정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출판 유통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정부의 출판기금 50억 원 지원' 워딩 수정 요구로 17일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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