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농부와 도시 시인의 생태일기 "고라니라니"
시골 농부와 도시 시인의 생태일기 "고라니라니"
  • 이민우
  • 승인 2021.07.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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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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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라우드 펀딩 사진
사진= 크라우드 펀딩 사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출판비를 모집한 지 단 한 시간 만에 목표금액 100만 원을 채우는 데 성공한 책이 있다. 현재는 5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바로 도시 시인과 시골 농부의 생태일지를 표방하고 있는 "고라니라니" 이다. 고창의 넓은 들판과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알라딘 독자 투표 시 부분에서 1위를 한 페미니즘 이소연 시인과 고창에서 유기농 농사를 하는 주영태 농부가 함께 집필한 산문집이다.

“눈을 뜨자마자 한 사람의 손바닥이 생각났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은 고창에 사는 나의 농부 친구가 보내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왼손바닥을 찍은 사진이었다. 손바닥 위에는 도정된 흰 쌀이 있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씻어 안치는 쌀이 저토록 눈부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세계가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마음은 뭘까? 생각하다가 그냥, 손바닥에 대해서 시를 써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못 썼다. 박사 논문도 써야 하고 시도 써야 하는데 자꾸 그 손바닥만 생각났다. 손바닥은 무엇 하나 움켜쥐지도 않은 채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프롤로그 중에서

 

주영태씨는 고창 마을에서 유일하게 유기농 농사를 하는 농사꾼이다. 그는 매일 같이 논에 찾아오는 황새와 자라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게으른 농사꾼이라고 오해한다고 한다.

사진= 책 속 고라니
사진= 책 속 고라니, 이소연 시인 제공

농사라면 의례 밭을 찾아오는 생명을 쫓아내고 막아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영태 농부는 우리에게 다른 것을 내민다. 바로 새끼 고라니다.

"제자리에서 각자의 양식을 먹으며 침범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순 없을까?"

그렇기에 페미니즘 시인은 그의 농사법을 그에 손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지나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페미니즘 시인과 자연주의 농부의 마음에 124명이 후원자가 같이하고 있다.
이번 펀딩은 아직 36일이 남아있다.

정세랑 소설가는 이 책에 대해 "고창의 들판이 읽는 이에게까지 특별한 공간이 되며 고민과 서운함까지도 시인들답게 오가기에, 이렇게 맛있는 에세이는 오랜만이다. 짚풀로 구워낸 서리태 맛이 난다"고 평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춘 지금 저 넓은 밭과 논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소연 시인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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