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닛 백은선, 서윤후, 황인찬 시인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코로나를 이야기하다.
긋닛 백은선, 서윤후, 황인찬 시인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코로나를 이야기하다.
  • 정호랑
  • 승인 2021.10.0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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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우 촬영
사진= 이민우 촬영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에서 2021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리미티드 에디션,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조연주 레제 출판사 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백은선, 서연후, 황인찬 시인이 연사자로 참석했다. 이 행사는 2021 서울국제도서전 한정판으로 발간된 ‘긋닛’이라는 도서 속에 수록된 시들을 함께 읽기 위해 개최되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도서명이자 본 행사의 주제는 ‘긋닛’이다. 긋닛의 뜻은 ‘단속’의 옛말로 끊어짐과 이어짐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조연주 사회자는 이 주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끊어진 일상과 다시 이어져야 할 일상을 담아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민우 촬영
사진=이민우 촬영

황인찬 시인은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오후의 온화한 빛 아래로 결별 중인 연인들 심각하고 슬픈 얼굴이군요.
이별 후의 자유를 기대하고 있어요.
공원 외에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은 계속됩니다.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으니까요.
물에 빠진 사람이 물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황인찬의 시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일부

시 안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황인찬 시인은 과거 보라매 공원에 갔던 이야기를 꺼냈다. 마스크를 쓴 채 일렬로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에겐 잠시 멈춰 묶여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 후 긋닛이라는 주제로 청탁을 받은 후 우리는 무엇이 끊어져 있으며 무엇을 다시 이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고 했다. 그 궁금증으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의미를 밝혀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을 때 자신의 시는 실패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백은선 시인은 ‘적심’이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나선의 박차를 부수는 붉은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물 위에 쓴 글씨.
주저 앉은 체온 거꾸로 매달린 총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기에 아픔도 좋아요.
축축한 귀 사각 안으로 빨려들며 소녀는 눈을 감는다.
돌을 꼭 쥔 채.
-백은선의 시 “적심” 일부

적심은 초목의 곁순을 잘라 내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백은선 시인은 식물이 잘 크는 중인데 잘라내기가 겁이 나서 자신은 적심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시작으로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못 하는 일을 구분하는 마음이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유효하다고 말했다.

홀로 시소에 앉아 있는 아이는 솟구쳐 오르는 자신을 마주 보기 위해
아직 우리가 되어 본 적도 없이 약속 시간을 어기기도 한다.
서로를 지내다가 떠날 무렵이 된다면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구경하는 소실점 되어 우리는 매듭의 자리로 돌아가야지
서로를 가로지르는 뒤엉킴을
끄덕이기 위해
한 쌍의 그네가 동시에 흔들린다
같지 않은 거리에서 엇갈림을 환호하다가 아무도 오지 않는 기억을 나눠 갖고
아이의 흰 마스크
-서윤후의 시 “아무도 없는 우리” 일부

서윤후 시인의 ‘아무도 없는 우리’라는 시에는 홀로 놀이터에서 기구를 타는 아이가 등장한다. 서윤후 시인은 이 시는 고향 놀이터에 갔던 기억이 시초가 되었다고 했다. 혼자 놀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우리 이제 가야해’라고 말하자 아이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여기 아무도 없는데 무슨 우리야’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서윤후 시인은 ‘우리’라는 소속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사라진 요즘 계속 혼자라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때문에 계속 ‘아무도 없는 우리’라는 같은 제목으로 시를 쓰게 된다고 했다. 

사진=이민우 촬영
사진=이민우 촬영

 

시 낭독이 끝난 후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황인찬 시인은 먼 미래에도 한국어 사용자가 있고, 그때에도 자신의 시가 읽힐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게 아닐 경우 어떤 마음으로 시쓰기에 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백은선 시인은 자신의 어린 자녀 이야기를 꺼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뛰어노는 것과 같이 팬데믹 시대에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고 했다. 

사진=이민우 촬영
사진=이민우 촬영

 

시작이 있다면 시대의 끝도 있는 법이다. 결국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 놓여 일상 속에서 많은 것들이 끊어졌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이어진다. 그 수많은 이어짐과 끊어짐이 반복되며 우리에겐 또 다른 미래가 도약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되는지 시의 도움을 받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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