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제가 말하는 청춘과 미래, 서이제 작가의 소설집 0%를 향하여 출간
서이제가 말하는 청춘과 미래, 서이제 작가의 소설집 0%를 향하여 출간
  • 정호랑
  • 승인 2021.10.23 00:43
  • 댓글 0
  • 조회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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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책 표지
사진= 책 표지

 

'아프니깐 청춘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위로로 통하지 않는다. 매일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청춘들은 새로운 고난을 각자 떠안는다. 그 무게를 덤덤하게 재현해낸 책이 있다. 서이제 작가의 소설집 '0%를 향하여가'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본 도서는 서이제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단편 소설 일곱 편과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해설로 이뤄졌다. 


소설은 장르 별로 매체의 변화를 보여주며 젊은 층들의 삶을 녹여낸다. 말만 잘 들으면 아우디를 사준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노량진 경찰 학원으로 들어간 ‘나’는 그곳에서 수철이라는 친구를 사귀지만, 얼마 안 가 입대를 하게 된다. 휴가 때 들린 엘피바에서 만난 미도리라는 인물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전역 후엔 머리를 예수님처럼 기른다. 이는 “사운드 클라우드”의 줄거리이다. 문학과 지성사는 소설 그 자체로 마치 하나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의도한 듯 “SP”“LP: SIDE A” “iPod” 등의 소제목을 달고 있음을 전했다. 매체가 변화하는 순서에 따라 엘피에서 시디로, 음원 파일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해가던 중 작가는 작품 후반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카세트테이프”를 끼워 넣는다. “어쩐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있는 것 같”(p.211)은 느낌은 사운드 클라우드가 단일한 시간순을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그룹사운드 전집에서 삭제된 곡”에서 화자는 유튜브를 통해 부모님 세대가 즐겨 들었던 ‘마그마’ ‘건아들’ ‘활주로’의 음악을 만난다. 레트로가 유행하는 시대 속에서 더 이상 ‘소멸’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언제든 유튜브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집에선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흐름도 발견된다. 필름 영화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며 코닥은 필름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에서는 극 중 등장인물인 유미 선배가 그간 자신이 찍었던 마스터 필름과 DVD를 태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어쩐지 매체에 대한 장례식으로 느껴지는 장면이다. 


“0%를 향하여”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한국 영화의 외형적인 성장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실제 자료를 인용하여 제시하지만, “나”는 영화를 그만두고 싶을 뿐이다. “독립영화 망했어” “언제나 독립영화의 미래는 상업영화였다”(p.347)라는 자조적인 말들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청년들의 비관과 열악함을 짐작게 한다고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밝혔다. 그럼에도 화자는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의 첫 영화를 관람하며 영화에 대한 순수한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이 밖에도 선생님의 죽음에 거짓과 진실을 혼동하는 인물(미신)과 집이 없어 친구의 기숙사에서 몰래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토목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인 인물 ((그)곳에서), 동묘 걷기를 좋아하는 연인들(임시 스케치 선)이 등장한다. 이들의 일상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덤덤한 문체로 진행되어 현실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작가는 동시대의 감각으로 현 젊은층들의 현재를 포착해 낸다.


소설집을 읽으면 어쩐지 감각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작가가 텍스트라는 기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만 이해할 수 있는 부제목들과 말장난 같은 동의어, 관용어가 자주 나오기도 하며 “(그)곳에서”는 소설 중간에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종이책의 제한적인 물성을 넘어 소설의 세계를 확장 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젊은 층들의 현실 속에서 이런 도전적인 지점들은 새롭고 미래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비관과 좌절 속에서도 서로의 가능성을 믿을 때 비로소 다가오는 희망이 있다. 이 책의 독자 모두가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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