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 우리의 사람들을 살펴보며
박솔뫼 우리의 사람들을 살펴보며
  • 박채은 기자
  • 승인 2021.10.31 21:56
  • 댓글 0
  • 조회수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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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의 사람들 표지
사진= 우리의 사람들 표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한 가지 길을 택한다. 하지만 문뜩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혹은 과거에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한다. 내가 실제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의 조건들에 대해 가정해보는 것. 친구들은 숲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숲에 갔을 수 있다. 나는 꿈에서 나온 ‘스기마쓰 성서’를 찾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박솔뫼의 소설 ‘우리의 사람들’은 상상 속 인물들과 현재의 인물을 오가며 실재의 경계를 풀어낸다. 박솔뫼는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우리의 사람들’은 박솔뫼의 네 번째 소설집이며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엮여있다.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

소설의 표제작인 <우리의 사람들>은 실제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 고민해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화자의 친구들은 후지산에 있는 주카이숲에 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 숲에 가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들은 화자는 후지산으로 간 친구들을 떠올린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숲으로 간 친구들은 붉은 여우를 만나고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다. 이후 화자는 자신의 삶도 상상해본다. 부산에 간 화자는 부산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인물들을 떠올리며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의 모습을 상상한다.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 단 하나의 길을 선택하여 걷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실의 문을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삶으로부터 동면하기’

이어 다음 단편작인 <건널목의 말>에서는 말 하는 일을 힘들어하고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화자가 등장한다. 화자는 날이 추워질수록 ‘말을 묻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삽을 들고 땅을 파서 말을 묻게 되면 말(言)도 추위도 다 달아날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화자는 ‘삶으로부터 동면하기’를 상상한다. 동면을 할 수만 있다면 후회하는 말들과 추운 시간들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려보았을 ‘삶으로부터 도피’를 상상해보라.

‘꿈속에서의 산책’

또 다른 단편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는 화자가 꿈속에서 본 ‘스기마스 성서’를 찾으러 부산으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말 박해받던 개신교인들이 몰래 성경을 베껴 쓴 글들을 구현한 종이인 ‘스기마스 성서’는 화자가 꿈에서 본 가상의 성서이다. 하지만 화자는 꿈에서 본 ‘스기마스 성서’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다. 물론 그곳에 ‘스기마스 성서’는 없었다. 정말로 꿈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화자는 “차라리 어디에도 가지 않고 스기마쓰 성서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성서의 이야기를 그려본다. 우리는 때로 꿈속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인다. 하지만 꿈속의 일을 현실로 만들었을 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깨고 만다. 그때부터 ‘꿈속에서의 고요한 산책’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꿈속을 들여다보아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오간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박솔뫼의 소설 <우리의 사람들>에서는 과거의 이야기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이 상상을 통해 재현되고 반복된다. <농구하는 사람>은 최인훈의 소설 속 인물들과 영화의 실존 인물들의 삶을 소설로 불러와 다시 재현한다. 마지막 수록작인 단편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 또한 ‘가보지 않았지만 가보았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곳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솔뫼의 소설 속 인물들은 ’상상 속의 삶‘을 상상한다. 하지만 ’상상 속의 삶‘ 또한 내가 상상하는 그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상상 속의 인물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우리의 사람들‘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는 꿈을 너무 믿는 것 같아, 꿈이 나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어디선가 동아줄처럼 내 눈앞으로 뭔가가 내려올 것이라 믿고 있었어.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그래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기는 하지, (생략) 여전히 잠과 꿈에 대한 믿음을 그대로 가진 채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고 바를 것을 바르고 입을 것을 입고 침대로 향했다. 나는 얼른 자고 싶었고 그래서 굿나잇 잠이 든다.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152p

박솔뫼의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을 읽으면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못하는 일들, 내가 한 선택에 책임져야 하는 일들. 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곳에 남아있어도 괜찮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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