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13살에 죽은 그가 가상현실로 복귀?
[미래학교]13살에 죽은 그가 가상현실로 복귀?
  • 미와 사쿠라키
  • 승인 2021.08.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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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사쿠라키

 

일본 후쿠오카현 출신. 일본어정보지의 편집 업무를 맡으며 동남아 각지에 거주. 귀국 후 “겐론 오모리노조무 SF창작강좌”를 수강. 2018년 “아름다운 균”(Kodansha) 로 데뷔. 2021년, 무기하라 하루카와의 공동집필작 “바다의 양날개” (하야카와쇼보 “성군에 꽃다발을” 수록) 이 중국의 SF지 “커환스제(科幻世界)”에 번역되어 게재되었다.

출처: Pexels
출처: Pexels

 

썸머 무브

미라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마타에 가기로 결심했다. 남자라면 지긋지긋했다. 정확히 말하면 카부에게 질려버렸다. 미라이에게 있어서 인생에서 가장 가까워졌던 남자는 카부니까, 적어도 당분간은 그 마음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카부는 처음에는 친절했다. 미라이에 푹 빠져 있어서 미라이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하며 미라이를 기쁘게 만들고자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심한 말로 욕을 하며 물건을 던지거나 벽을 때리기도 한다.

미라이가 결정적으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젯밤이었다. 며칠 전, 카부가 난리를 치고, 웃으면서 미라이 방의 짐들을 버리기 시작했던 적이 있다. 미라이는 카부를 막으려고 하다가 몸싸움이 되었고 두 사람의 팔에 똑같이 비트색 멍이 생겼다. 미라이는 카부를 탓하지 않았다. 진정을 되찾으면 분명히 사과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젯밤 카부는 그때 일을 “미라이가 폭력을 써서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라고 말했다. 미라이는 놀랐고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다.

미라이와 카부는 둘다 “기록자”의 일을 하고 있다. 카부는 화려하게 언어를 구사하며, 재능있는 기록자로 촉망받고 있었지만, 이런 바꿔치기는 기록자로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미라이는 생각했다. 카부가 아무리 칭찬을 받아도 미라이는 이제 카부를 존경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아마타는 라틴어로 그녀라는 뜻으로 성적 정체성이 남성이 아닌 인간에게 거주권이 있는 가장 새로운 “도무스”이다. 신체는 어느 한쪽의 성이지만, 성적 정체성은 여성에 가까운 사람. 혹은 자신을 어느 쪽의 성으로도 규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아마타의 문은 열려있다. 성적 정체성은 남성이지만 다른 도무스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느낀 사람이 망명을 원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표자들이 협의를 해서 본인에게도 정중한 청취를 진행한 후, 난민으로서의 입주가 검토된다. 원래는 차별이나 폭력, 탄압으로부터 도망쳐 온 사람들의 셸터로 시작된 아마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편에 서주는 것을 그 이념으로 내걸고 있다.

튜브를 갈아타고 처음으로 방문한 아마타는 인공호수 기슭에 만들어진 천연대리석 마블모양이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기존 수도에 있었던 상업시설의 석재를 재사용했다고 한다. 출입국관리국에서 미라이는 카부와 살고 있었던 히노모토도무스의 전출 데이터를 제출하고 아마타로의 전입수속을 했다. 

홀로그램으로 비춰진 담당자는 흑발에 검은 눈동자로 미라이와 동일한 아시아계 인종으로 보였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인 것 같지만, 중성적인 분위기이다. 나이는 미라이보다 조금 어린 19살이나 20살 정도.

“15살까지의 기록이 없는데 히노모토 이전에는 어느 도무스에 계셨나요?”

“ ‘밖’에 있었습니다”

미라이의 답변에 상대방은 놀란 듯이 이쪽을 봤다. 검은 눈이 반짝였다.

재해나 오염, 그리고 다양한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된 안전하고 위생적인 거주동 도무스는 기존에 있었던 “국가”의 모습을 서서히 이어 받아 구축된 것으로 지금까지는 모든 인간이 어딘가의 도무스에 속해서 살고 있다. 다만 7년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도무스에서의 생활을 스스로 거부하고, 혹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리스크가 큰 바깥 세상에 계속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지만 존재했던 것이다. 미라이의 부모님도 밖에서 살아갈 것을 선택한 소수파였다. 모든 것이 멸균소독된 곳에서 위생적인 인공푸드를 주식으로 하고 사는 도무스에서의 생활은 인간을 신체적 문화적으로 약하게 만든다. 그것이 미라이의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미라이의 부모님은 도무스의 아이들이 면역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여름 중 며칠을 밖에서 지내도록 하는 썸머스쿨의 지도자였다. 어렸을 때 미라이도 여름마다 그 스쿨에 참가했다. 도무스의 아이들과 노는 것은 미라이에게 있어서는 즐거웠지만 도무스의 아이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계곡에서 놀거나 들판 산책은 미라이에게는 일상적인 놀이였지만 도무스의 아이들은 헤매거나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가 많았던 것 같다.

느릅나무에 올라서 장수풍뎅이를 잡았더니 도무스에서 온 또래 여자아이에게

“으악 무서워!”

라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토와라는 아이만이 혼자 빛나는 눈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미라이는 대단해! 엄청 활발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구나”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미라이는 놀랐지만 그 말은 가슴에 계속 남아 있어서 특히 도무스에 살기 시작하고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가슴 속 모닥불처럼 떠올리고는 했다.

미라이의 가족이 도무스에 들어온 것은 7년 전, 어딘가 멀리 있는 도무스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철저한 예방을 위해서 바깥 거주자들도 전원 도무스에 살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미라이는 자신이 밖에서 자랐다는 것을 다소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미라이는 본인이 도무스의 규칙이나 풍습을 사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다들 좋아서 먹고 있는 인공 음식도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카부도 미라이는 밖에서 자라서 이상하다고 말하고는 했다.

“미라이 넌 자기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 알고 있어? 조금은 자각하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무시하는 듯한 카부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담당자인 청년의 홀로그램은 랄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과 똑같은 아시아계 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봐서는 아닌 것 같다. 랄은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주세요”

라며 미소 지었다.

“저는 부지 안에 여러 곳 있는 <랄라리아>에서도, 댁에서도 호출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지원이 있는 건 다양한 도무스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을 받아 들이는, 새로운 장소이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살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미라이는 이 아마타가 자신에게 굉장히 지내기 편한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양한 뿌리를 가진 자들이 노고나 핍박을 피해서 이주해 왔다는 점. 일반적인 남성이 기본적으로는 없다는 점. 이 두 가지 배경이 아마타를 다채로우면서도 심신 모두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있는 듯 보였다.

인공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스파에서 미라이는 화려한 무늬의 수영복을 입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도무스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미라이처럼 어렸을 적 밖에서 살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거니와 기록자로서도 이러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미라이에게는 행운이었다. 어느 시대든 가장 자극적이며 의의가 있는 이야기는 생각치 못한 곳에 있는 법이다.

미라이가 기록자로서의 일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하자, 랄은

“좋은 생각이네요”

라며 눈을 반짝였다.

“미라이 자신의 밖에서의 기억이나 부모님의 이야기도 기록해 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그렇다. 랄과는 홀로그램 통신으로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그 시간이 미라이의 가장 큰 낙이다.

“랄은 아마타의 어디에 있는 거야? 직접 만날 수는 있어?”

어느 날 그렇게 묻자, 랄은 한참의 침묵 뒤에

“저는 미라이와 만난 적이 있어요”

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썸머스쿨에서”

“어?”

“미라이는 멋진 아이였어요. 저는 미라이를 다시 보고 싶어서 밖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부모님께도 부탁했었죠. 부모님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으셨고, 저를 당분간 먼 도무스에서 공부시키기로 하셨어요. 7년 전, 그 도무스에서 발생한 감염병에 걸려서 저는 사망했습니다. 13살이었어요. 지금 미라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생전에 저장된 저의 영상기록과 사고패턴이 엮어진 계산식이에요”

랄이라고 하는 것은 수호신이라는 뜻의 아마타에서의 직함이며 본인의 진짜 이름은 토와라고 랄은 말했다. 미라이는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눈물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토와라는 것은 히노모토도무스의 옛말로는 “영원”이라는 뜻이 있다. 

일한 번역 최다원

일영 번역 김혜진

미와 사쿠라키
미와 사쿠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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