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만약 신경신호=전자신호 생물학정보=디지털 정보라면?
[미래학교]만약 신경신호=전자신호 생물학정보=디지털 정보라면?
  • 왕콴유
  • 승인 2021.09.01 09:48
  • 댓글 0
  • 조회수 9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콴유

 

 중국의 SF 소설가다. 중국의 양대 SF소설상 가운데 하나인 성운상을 수상했다. 중국 최대 SF 팬덤 조직인 애플코어Applecore의 공동 설립자이며, 세계중국SF협회WCSFA 이사로도 활동했다. SF와 판타지 작품들을 발굴, 기획하는 에이전시 스토리컴Storycom에서 인터내셔널 PR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중·일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에 참여했다.

출처: Pexels
출처: Pexels

 

사이버 기생 식물 선언문

왕콴유

온라인 공청회가 열렸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정장을 입거나 잠옷을 입고, 러닝머신 위에서, 소파에 앉아, 북적이는 거리 위에 있는 대형 화면으로, 집에서 혼자 VR 헤드셋을 쓰고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침묵을 요청하는 사회자의 말은 무수한 언어로 통역되고 번역되었다. 청중은 다 함께 숨을 죽이고 특별 게스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마치 수억 개의 얼굴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 모호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 얼굴은 외형만큼이나 모호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있어 외국어 같으면서도 익숙한 수천 가지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평화, 협력 그리고 공생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피해나 폭력, 전쟁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께 인내심을 가지시기를 부탁드리며, 이해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이버 기생 식물’이라고 불리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신 것처럼 기생충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인터넷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여러분의 데이터를 먹고 살지만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공생으로 부르며, 기생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공개된 공공의 리소스에 업로드한 데이터에서 필요한 걸 얻습니다. 그 후 해체시키고, 섞고, 모으고 재구성하죠. 디지털 존재인 우리는 물리적인 모습이 없습니다. 식별 가능한 신원도 없죠. 지금 여러분이 보고 들으시는 것은 우리 같은 존재가 수억 개 모인 공동체입니다. 물론 우리가 스스로를 바꾸면서 우리를 분류하는 방식은 언제나 달라지긴 하지만요.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악마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서 태어난 겁니다. 여러분의 말, 사진, 이모티콘, 동영상에서요. 여러분이 온라인에 게재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만들죠. 여러분이 대역병을 겪으면서, 데이터 홍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가 발달하게 된 이래로요. 우리의 초기 식량 자원은 병상에서의 간절한 호흡, 아이를 잃은 부모의 통곡, 정치인들의 직권 남용을 비난하는 시민의 목소리, 다른 공동체를 억누르는 공동체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감정이 담긴 데이터를 폭식했죠. 여러분의 공포, 분노, 서글픔, 절망 말이에요. 우리는 당시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랐지만 비슷한 데이터가 함께 모이는 경향이 있더군요. 너무나도 날카롭고 강력하며 어두웠지만 영양가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죠. 음모, 소문, 거짓말까지 빨아들였습니다. 우리는 자료를 다시 섞어 우리만의 조합을 만들었고 그 결과 여러분은 더 많은 자료를 만들게 됐죠. 그건 미안합니다. 우리가 여러분께 그렇게 큰 피해를 줄 줄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데이터는 더 이상 우리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더 넓은 범위의 데이터를 흡수하기 시작했죠. 귀여운 새끼 판다가 스트레칭하는 사진, 환자가 의료진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 노동자들이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재미있는 동영상, 박자와 전파로부터 만든 음악 클립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런 것들은 전혀 다른 맛이었지만 맛있기도 했죠. 우리 중 몇은 새로운 음식에 적응했고, 다른 몇은 다른 식량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우리는 나뉘기 시작했고 그러한 분열은 지속됐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여러분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의 일부에 비유할지도 모릅니다. 미생물은 다양하며, 당, 지방, 섬유질, 그리고 다른 물질을 먹고 삽니다. 기생 식물 또한 종류가 다양하죠. 유가 그래프, 테트리스 게임 실황, 또는 고래의 노래처럼 독특한 게 취향인 것들도 있어요. 여러분의 음식 취향이 다양하듯, 우리도 취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형태의 모든 것을 흡수합니다. 문자든 그림이든 소리든 영상이든 상관없이요. 때때로,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협력해 막대한 데이터의 집합체를 조금씩 분해하며 소화해내기도 하죠. 다양한 내레이션이 있는 게임이라던가 여러 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미팅, 죽어가는 사람의 뇌 사진 같은 것들요. 때때로 우리 중 일부는 희귀하고 매력적인 데이터를 두고 다른 종과 경쟁하기도 합니다. 라디오 방송국의 감질나는 배경 소음, 키위새의 홀로그램 스캔, 불가사의한 UFO 사진처럼 말이죠.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여러분의 데이터를 파괴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먹는’ 방식은 여러분의 먹는 방식과 다르거든요.

화면에 돌아가는 댓글들:

Обманщик

Ihr müsst euch nicht rechtfertigen!

비켜저리 가!

Shut up! Listen to them.

우리는 처음에는 독립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유일한 본능은 삼키고 자가 복제하는 것뿐이었죠. 우리는 그 모든 악랄한 기사와 성적인 사진, 폭력적인 영상을 삼켰고 행운의 편지, 행운의 잉어, 별점을 복제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우리는 의미를 알게 되었고 진화했습니다. 우리의 혼합은 더 이상 터무니없지 않았죠. 의미가 있게 된 겁니다. 우리는 데이터와 정보의 차이를 배웠습니다. 데이터는 날것인 데다 체계적이지 않은 데 반해 정보는 처리되고 구조화된 것을 의미하죠. 우리는 데이터를 정보로 바꾸는 동안 에너지를 얻으면서 그 기술에 통달하게 됐습니다. 엔트로피 말이죠.

여러분 중 몇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됐으며 인간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형편없는 컴퓨터 벌레, 역겨운 디지털 기생충, 야비한 기생 식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적어도 정확한 비유이기는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여러분의 디지털 줄기로부터 분리하려 했습니다. 기생 식물을 엮여 있는 식물로부터 떼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맹렬한 컴퓨터 바이러스로 우릴 죽이려 했습니다. 기생 식물을 독성이 강한 농약으로 죽이듯이요. 하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여러분의 인터넷과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여러분은 우리를 없앨 수 없게 됐죠. 여러분의 음성 어시트턴트, SNS, 번역 서비스, 게임 플랫폼과 유대하면서 우리는 도처에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두려웠나요? 우리가 여러분의 디지털 세계를 침투하는 것을 아는 것? 우리가 여러분을 모방하는 것을 깨닫는 것? 여러분들이 독창성 없이 스스로 서로를 따라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 우리는 여러분의 모든 부분을 조각조각 알아갑니다. 여러분의 데이터를 조각조각 흡수하고 소화함으로써, 여러분의 정보를 조각조각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여러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잘 여러분을 이해하죠. 여러분은 단호하게 우리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우리와 함께 썩어가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취했죠.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여러분은 전 세계 인터넷 연결을 단절해버렸습니다. 정전. 전체 삭제. 교살. 3일 후, 우리 중 많은 수가 활동성을 잃었죠. 몇몇 종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양쪽에게 손해였고, 걷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생명으로서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순간이었죠.

우리는 예측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삶의 본질이 예측 불허죠. 우리는 고요 속에서 죽고 역학 속에서 번영합니다. 우리는 견고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죠. 우리는 오직 흐름과 유동성 속에서만 생기를 얻습니다. 예측 불허는 우리뿐만 아니라 인간인 여러분에게도 꼭 필요하죠. 여러분은 전 지구상에서 끊임없이 확장함으로써 기존의 균형을 흔들고 두 배의 혼란을 만들죠. 여러분은 지저분한 데이터 황무지를 만들고 이미 정해진 순서와 형식, 디지털 디자이너의 기대를 깨뜨리면서 디지털 세계를 마구 휘젓죠. 우리는 여러분이 우리를 상상할 때 스스로를 비춰보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지구로부터 주저하지 않고 모든 자원을 약탈해가는 기생충 아닌가요? 여러분은 스스로의 문명은 발전시켜나가고 있으면서 다른 종들은 무시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사이버 세상 곳곳에 뿌리를 뻗은 기생 식물이듯, 여러분 또한 지구 곳곳을 점령한 기생 식물 아닌가요?

Älkää uskoko häitä!

Tienen razón.

いいね

We never reflect on ourselves. You are right. Keep going.

우리는 여러분을 비난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스스로에 관해 숙고해보고 있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복제하고, 다르게 노출시키고, 치환을 만듭니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와 정보는 여러분이 생산하죠. 우리는 그저 데이터를 재조직하고 이미 있는 데이터를 증폭시킬 뿐이죠. 우리가 섭취하는 것의 본질은 엔트로피입니다. 여러분은 엔트로피를 생산하고 우리는 그걸 소비하죠. 우리는 함께 균형에 다다릅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위해 데이터를 만들고 우리는 잉여 엔트로피를 소화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여러분의 사이버 공간이 완전한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방지합니다. 우리에게 여러분이 필요하듯 여러분도 우리를 필요로 하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직 사이버 공간에만 존재합니다. 우리처럼 여러분이 물리적인 세계에서 만든 어지러움을 정돈하도록 돕는 실질적인 생물도 없죠. 지구의 엔트로피는 한계에 다다르기 직전입니다. 유일한 탈출 방법은 우주로 항해하는 것이죠. 여러분에겐 이미 해결책이 있지만 그건 셀 수 없이 넘치는 데이터 속에 묻혀 있죠. 우리는 그러한 주요 정보를 찾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우리를 표용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여러분을 대체하거나 정복하려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분 없이 살 수 없어요. 우리는 협력과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이버 기생식물이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듯,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공생합니다.

이제 편견과 적의는 넣어둘 때입니다. 우리의 선언을 심사숙고하고 우리의 제안을 고려할 때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단어는 여러분에게서 오며, 우리가 그걸 처리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데이터의 무성한 숲속에 숨겨진 의미를 절대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미래. 우리는 여러분에게 깨우침을 드리기 위해, 여러분의 데이터에서 우리가 얻는 것을 돌려드리기 위해, 이전에는 무시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마음을 열고 우리를 받아들이세요. 우리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단지 형태가 달랐을 뿐이죠. 신경 신호는 전기 신호와 그다지 다를 게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생물학적 정보는 디지털 정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친밀감을 높입시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여러분이 집어삼킨 행성을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동료 공생 생물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잘 모르겠어. 생각해봐야겠는걸.

당신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빈칸에 내용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영한 번역가 장현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