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눈썹 외계인
[미래학교]눈썹 외계인
  • 하성하
  • 승인 2021.08.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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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하:필명

커피와 평행세계를 좋아합니다. 독립출판<우울한 요다 컬러링북>을 펴냈습니다. 드로잉과 글쓰기의 경계선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개글 –

눈썹을 만지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든 생각.

나는 눈썹 미용사다. 같은 인류지만 지구인과는 다른 행성인. 그들의 눈썹은 쾌감을 위해 존재했다. 본인이 아니라 남이 뽑아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남이 행성인이 아니고 멀리서 온 지구인일때는 더더욱.
오른쪽 눈가의 뿌리는 잘 뽑히지 않았다. 유독 질긴 놈이었다. 핀셋을 더 세게 잡으니 한 가닥이 움찔거리며 피 한 방울과 함께 뽑혔다. 나는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져 누워있는 여자의 눈을 응시했다. 목구멍에 침을 삼키었다. 이 여자가 나에게 던질 말은 뻔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 달만 버티면 된다. 이번 달만.
여자는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 않고 곤히 잠에 들었다. 이 여자의 눈썹이 자라기까지의 기간을 계산해보았다. 그럼 오늘이 마지막 날이지. 이제는 내 꿈 속에서 눈썹과 핀셋이 괴물이 되어 나를 공격할 일은 없겠지. 이 지긋지긋한 눈썹을 뽑는 일도, 이 행성 주민들의 쾌감을 위해 만들어진 살롱도.

 

어느새 눈썹 시술이 끝났다. 나는 핀셋을 던져버리고 카운터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여자는 무거운 엉덩이를 흔들며 돈을 계산했다.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십만 크론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팁이었다. 행성인 특유의 지독한 암모니아와 코카인이 섞인 향 때문에 팁을 준 여자의 뒷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여자의 비행 모바일 경적 소리가 울렸다. 여자의 비행선 환풍기는 코카인 향처럼 빙긍빙글 돌며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여자는 입 밖으로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내뿜을지 코카인을 더 많이 배출할지 계산해보았다. 내 손에 난 굳은살들을 커터칼로 찔렀다. 하얀 굳은살 껍데기들이 눈처럼 발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의 먼지를 털었다. 그들의 눈썹도 바닥에 다닥다닥 보였다. 밝은 조명이라 쓰레기들이 유난히 잘 보였다.
이 여자를 비롯한 콜로니153 주민들은 눈썹을 뽑힐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정신을 제어할 수 있는 마약이 상용화된 뒤 주민들은 자신들의 눈썹을 뽑을 인력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눈썹만 뽑으면 하루에 오십만 크론을 챙겨간다.

아무 생각 없이 한가닥 한 가닥 뽑으면 하루 일당이 소세지 두 개와 우유 한 개를 사고도 조금 남는 돈이다. 우리 엄마가 내가 이 외계인들의 눈썹을 뽑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절할 게 눈에 선했다.

하루 한 끼에 소세지 두 개와 우유 한 개. 나는 가끔 소세지 한 개를 꼬리가 짧은 주민에게 던져주었다. 소세지를 먹으면 기분이 좋은지 헥헥 소리를 냈다. 그들을 품에 안으면 페퍼민트 비누 향이 났다. 먀약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냄새였다. 이들이 성장하여 눈썹 살롱에 오는 마약쟁이들이 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단백질 가루를 섞어 그들의 입 안쪽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비즈로 반지나 팔찌를 만들었다. 그들은 두꺼운 손으로 작은 비즈 알갱이들을 실에 채워서 넣었다.

엄마. 가끔 보육원 아기들은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할아버지는 내게 사람이 가진 인간의 정은 무섭다고 했다. 먼저 아이들이 가장 그리웠다. 마리화나, 코카인 각종 마약에 찌들어 눈썹 털에 흥분하는 이들을 떠나는 것도 조금은 정이 들기도 했다.
지금 나는 보육원장에게 꼬리가 잘려 붕대를 감고 있는 아이와 함께 정류장을 걷고 있다. 발바닥 밑창이 아팠으나 계속 걷다 보니 정류장이 나왔다. 이 아이는 말이 느렸다. 아니, 느리기 보다는 언어 구사를 하지 못했다. 아이는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나를 따라 묵묵히 걷기만 했다. 자잘하고 날카로운 행성 자갈 때문에 발바닥이 더 아픈 듯 느껴졌다. 참고 또 참았다.

거북이 행성 버스가 도착했다. 거북이처럼 느린 게 아니라 모양이 거북이 같아서 거북이 버스인데 주황 광선을 터트리며 엉금엉금 기어 들어왔다. 엄마가 콜로니hope로 갔을 때 탔던 그 버스였다. 버스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지구에서 멸종 된 동물 호랑 거북이를 기린다며 줄무늬 반사판이 군데군데 그어진 모습. 알게 모르게 기괴한 모습이었다. 기능적인 장점은 탑승자가 머릿 속으로 생각한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버스의 승객은 나와 이 아이 둘 뿐이었다. 의자는 쿠션이 별로 없었지만 포근했고 영화도 골라 볼 수 있었다. 밖에는 내 옆에 있는 아이처럼 꼬리가 짧은 외계인들도 보였다. 그들의 눈썹을 관찰해보니 전부 뽑을 필요가 없는 눈썹들이었다. 나는 안도의 심호흡을 내쉬었다.
“선생님. 눈썹 뽑는 알바는 이제 그만 하세요.”
“그래. 나도 그러고 싶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한순간 들어온 노란 공기가 폐를 습격했다. 도시의 공기는 점점 질이 안 좋아져서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마약을 하는 이들이 이해가 됐다.
“너는 커서 뭐가 될 거니”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커서 뭐가 될 건데요?”
아이가 되물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노란 하늘을 보았다. 나는 보육원의 선생님이 되는 나를 상상했다. 마약쟁이가 되지 않을 아이들을 키우는 나.
버스는 멈췄고 아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고 밖으로 나갔다. 노란 안개가 곧 아이를 감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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