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겨울 2021 출간
소설 보다: 겨울 2021 출간
  • 정호랑
  • 승인 2021.12.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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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디자인
사진= 한송희 디자인

 

<소설 보다: 겨울 2021>이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한 후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이번 <소설 보다: 겨울 2021>에는 김멜라의 <저녁 놀>, 남현정의 <부용에서>, 이미상의 <이중 작가 초롱>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김멜라의 <저녁놀>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다. 의료용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딜도 ‘모모’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레즈비언 커플 ‘먹점’과 ‘눈점’은 5주년 기념으로 모모를 구입했지만, 실사용은 하지 않고 서랍행이 된다. 그런 뜻에서 모모의 이름은 ‘무쓸모의 쓸모’라고 지어졌다. 모모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커플의 만행을 고발하려 애쓴다. 그러는 동안 눈점은 출퇴근 중 버스 사고를 겪은 후 세상의 폭력을 인지하며 쓸모를 중시하던 먹점은 직접 대파를 키우면서 누군가와 함께해온 시간을 존중하게 된다. 결국 모모는 과일 그림이 그려진 안마기로 새 쓰임을 찾으며 자신을 구속해온 선언을 처음으로 선언을 처음으로 의심한다. 그리곤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리란 희망을 품는다. 


“저는 파도를 즐기며 높이 올라서기보다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리는 쪽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의 그 휩쓸림이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교본이 되어 많은 이들이 더 멋지게 파도를 즐길 수 있게 됐으면 랍니다. 그렇기에 넘어지는 것도 높이 들어 올려지는 것도 저 혼자가 아닌 ‘우리’이겠지요.” 


-<인터뷰 김멜라 x 김보경>에서 
올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남현정의 <부용에서>는 “거듭되는 장광설, 과잉된 자의식의 발화자”인 1인칭 화자를 다시 한번 등장시키며 삶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나’를 조명한다.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부용’이라는 낯선 공간에 도착한 화자는 ‘나’의 의지와 무관한 만남, 사건, 장소에 부딪히며 스스로조차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휩싸인다. 


의식적 착란을 겪는 ‘나’의 분열된 자아는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택시 운전사와 프런트 직원, 카페에서 춤을 추거나 싸움을 벌이는 타자의 얼굴로 형상화된다. 어느덧 여행의 목적조차 잊고 정처 없이 걷던 화자가 자신 앞에 놓인 유일한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우리는 무얼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매혹적인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 


“한정된 앎에 대한 불완전한 확신을 내리며 저는 약간의 타협과 망각의 힘에 기대 살아가고 있는데요, 제소설 속 인물은 저와는 달리 타협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우리는 어느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런 사람이라면, 자기의 감각과 기억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남현정 x 양순모>에서 


이미상의 <이중 작가 초롱>은 명망 있는 문학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작가 초롱이 6개월 전 습작 시절에 썼던 작품이 무단 유포되며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경위를 담고 있다. 등단작은 불법 촬영 피해 사건의 서술 없이 피해자의 감정 서술로만 진행되어 호평을 샀지만, 유포된 습작품에는 불법 촬영 피해자의 이야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전개하여 사람들은 초롱의 과거에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의 시점에서 초롱의 서사를 전개하는 한편, 초롱의 이름을 빌린 글이 우후죽순 발표되는 상황은 어쩌면 단순히 운이 나빴던 탓에 모든 억울함을 짊어지게 된 초롱의 운명에 우리는 정말 어떤 책임도 없는지 꼬집는다. 문학의 윤리를 둘러싼 담론을 폭넓게 오가는 이 소설의 매력은 무엇보다 “이처럼 무거운 질문들을 감당하면서도 문장 속의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데 있다며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밝혔다. 


“말의 뉘앙스에 예민한 만큼 그 뉘앙스를 말한 사람에게 귀속시키지 않으려 애씁니다. 말과 말한 사람을 분리시키고, 말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그럼으로써 말이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상상하는 일이 더욱 재밌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이미상 x 홍성희>에서 
이렇게 <소설 보다: 겨울 2021>은 세 명의 작가가 다르게 사유한 사건들이 들어있다. 다가오는 연말, 따뜻한 이불 안에서 책 속으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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