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이 울린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이 책,차현지 트랙을 도는 여자들
“경고음이 울린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이 책,차현지 트랙을 도는 여자들
  • 박민호
  • 승인 2021.12.31 17:10
  • 댓글 0
  • 조회수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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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문학이란, 특히 소설이란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
소설의 가치는 읽는 이에 따라, 그 목적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에게 소설은 감동이 되고,
어떤 이에게 소설은 환상이 되며,
어떤 이에게는 그저 재미로 남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절망의 기록이 되기도 한다.
 
소설집 <트랙을 도는 여자들> 은 단순한 소설집이 아니다. 그것은 이 혐오의 가시밭길을 뒹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겪은 절망의 기록이고, 우울의 기록이며,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비명 지를 힘도 말라버린 그녀들의 덤덤한 호소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차현지의 문체는 차분하다. 그러나 그 고요한 서사 내에는 알 수 없는 불쾌감과 우울함이 가득하다. 마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안개를, 옷깃이 젖고 눅눅해짐에도 힘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이 안개는 그녀가 만든 안개인가?
아니다. 그녀는 그저 펜끝으로 그려냈을 뿐이다.
이 사회에 만연한 숨막힐 듯한 혐오와 차별을 작중에 그려냈을 뿐이다.
 
먹먹한 안개 속에에 젖어들고, 절어들고, 끝내는 짓이겨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쳇바퀴 돌듯한 숨막히는 삶이라도, 제정신을 가지고 견뎌내야만 하는 지옥. 차현지는 그런 고통받는 이들을 조명하며, 그 고요 속에 드문드문 분노를 반사해낸다. 긴 침잠과 간헐적이고 간접적인 분노 끝에 깨닫는 것은 냉혹하리만치 잔혹한 현실이다.
 
“나는 내가 결코 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현지는 끝없는 우울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희망없는 서사 가운데 회복을 꿈꾸고, 나아가 연대를 지향한다.
 
많은 평론가들이 그녀의 이야기에서 수많은 메시지를 도출해내지만, 그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타인의 전기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곧 사랑하는 사람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당신들은 이미 전기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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