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샘의 독자 리뷰]강병철의 "닭니", "어머니의 밥상"을 읽고
[늘샘의 독자 리뷰]강병철의 "닭니", "어머니의 밥상"을 읽고
  • 김상천
  • 승인 2021.12.31 18:42
  • 댓글 0
  • 조회수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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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죽고 못 산다니...사랑없이 어티케 사나

여기, 저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있다니...

첫째는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요, 둘째는 모성애에 바치는 감동 실화다

첫이야기는 이름도 특이한 <닭니>(작은숲, 2020)다 2003년 당시 '우수문학도서'에도 이름을 올린 명편이다 작가의 말대로 '도깨비밥풀처럼 달라붙던 유년의 사연'을 담은 것으로 닭니는 어미 닭들로부터 병아리를 보호하려고 닭장구멍을 막고 버티다가 잠든사이 닭니가 옮겨 벌어진 잊지 모할 추억을 담았다 여기, 약한 병아리를 보호하려는 남다른 본능이랄까 저항의식이랄까 어디선지 모르게 형성된 약자와 생명에 대한 문화유전자가 어린 나를 키우고 성장시켰다는 이야기가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환한 빛과도 같이 어린 나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의 빛은 바로 연화다 연화는 두 살 누나이자 나의 사랑이다 연화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지만 가난했다 아버지는 장님인데다 어머니는 굶다모해 집을 나갔다가 가족과 재회해서 살고 있는 노라실 아줌마 먹고 살기위해 아이스께끼 장사도 해보고 풀빵장사도 하고 세파에 휘청대는 가랑잎같은 인생이다 엄마곁에는 연화와 내가 늘 붙어다녔다 그런 가운데서도 연화는 일등을 거의 놓치지 않는 우수한 아이였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졸업식에서 도지사상을 받지 모하고 서울 식모살이로 가먼서 헤어졌다
이것은 그 누구와도 함께 나누지 모했던 나만의 경험이다 이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나에게 지울 수 없는 '그것'으로, 연화에 대한 안타까운 연두빛 사랑으로 남아있다 아, 연화라니! 그 중에 한 두 마디를 보자
"작은 키에 어깨는 좁았지만 옷맵시가 흐트러지지 않았고, 먹머루 눈동자가 호수처럼 맑았다"
"껍질을 벗기자 연화의 허벅지처럼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아크, 서울 복덕방 식모살이 간다며 연화가 손수건에 싸서 보낸 삶은 달걀 다섯 개를 대하고 있는 나, 연화의 사랑이 작가를 키웠음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어머니의 밥상>(작은숲, 2021)은 고종명을 앞두고 있는, 그러나 평생을 자랑스레 살아오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다 어머니는 군청서기로 일하던 모던하고 멋진 여성에서 남편 교장선생님을 만나 대가족의 살림을 무람없이 꾸며오신 여장부 같은 분이다 '여장부' 라니! 
뭐 그것은 이런 것이다 여기, 이야기 술자는 한때, 그러니까 저 스트롱맨이 권좌에 있던 무시무시한 시절 불온한 소설을 한 편 썼다는 이유로 80년대 그 유명했던 '민중교육지' 필화 사건(1985)의 피해자다 자식의 경난은 그대로 부모몫이었으니 민주화운동의 피해자와 그의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뭐라 말하리...그렇다니 이것은 작가에게 연화가 잊을 수 없는 자존의 중심이었다먼, 어머니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자존의 그 무엇이었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밥상>이 독자에게 읽을거리를 남겼다먼 바로 이것이 아닌가 

......

그 변두리 시영 아파트에 형사들이 도발하듯 가끔 찾아오곤 했는데 어머니는 그때마다 당당했다 어느 날, 웬 가죽 잠바 차림의 사내 하나가 댓바람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아들 어디 있소?"
"모르오"
"어디 갔냐구요?"
"그냥 밖에 나갔소"
"그런 짓을 했으면 행선지를 잘 살펴야 한다니까요. 보이지 않는데서 무슨 행동을 할지 어떻게 아냐구요? 어머니께서 철저하게 감시해야 합니다"
"여보쇼,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시오? '그런 짓'이라니. 공직에 있는 분이라먼 말씀 삼가시오. '보이지 않는데'는 무슨 생뚱한 소리요. 아니, 나이 삼십 넘은 사내가 외출할 때마다 늙은 부모에게 일일보고를 합니깟?"
냅다 눈을 부라리자,
"직업이 없을수록 위험하다구요"
"직업이 없다니 이봐요 내 아들은 선생님이라오 천성이 스승인 사람은 강제로 담장 밖에 쫒겨나도 몸만큼은 그대로 스승인 거요 당신들이 멀쩡한 사람을 쫒아내 놓고 '직업이 없을수록'은 무슨 뻔뻔한 소리요 그런 소리 지껄이려면 당장 나가시우 경찰에 신고하겠수다"
"내가 경찰인데 누구한테 신고를 해"
"그럼 경비실에 연락해서 끌어 내겠소 남의 집 현관 불법으로 쳐들어온 경찰께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쫒겨나면 꼴 좋겠수다 나가요. 나갓! 지금 당장 전화합니다"
"해 보쇼. 허참. 경비 아저씨가 잘 올라오겠수다"
"거기 경찰서장 이름이 뭐요? 당신네 상사한테 직통 전화로 야단을 치겠소 부하 직원에게 남의 집 방문하는 예법도 제대로 못 가르친 건 그쪽 책임자의 잘못이니 상부에 보고하겠소 멀쩡한 집에 쳐들어와 윽박지르는 건 무슨 대한민국 경찰이오"

모진 시상 어티케 견디고 살 것인지...

이렇게 해서 병아리를 지켜낸 아들처럼, 꼭 그처럼 아들을 지켜낸 어머니는 어미닭을 닮지 않았는가 어미닭은 작가의 모상이 아닌가 뭐 꼭 그렇다니...

난 그렇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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