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을 위한 동시와 동화를 써온 윤수천 작가의 대표작들이 담긴 ‘윤수천 동화 선집’이 출간됐다. 생존 동화 작가로서는 최초로 선집이 출간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윤 작가는 “더이상 바랄 수 없는 기쁨”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윤수천 작가는 1974년 소년중앙 문학상에서 동화 〈산마을 아이〉로 등단,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항아리〉가 당선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엄마와 딸」, 「행복한 지게」 등이 있으며, 「별에서 온 은실이」, 「할아버지와 보청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은 초,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선집은 6권으로 구성되어 대표작 '행복한 지게', '도깨비 마을의 황금산', '도둑과 달님'을 비롯해 총 73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수천 작가는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 중에는 옛날 이야기 같은 동화('달이 생긴 이야기', '등불 할머니' 등)와 판타지 동화('도깨비 마을의 황금산', '피리섬' 등), 우화적 동화('세상에서 가장 큰 집', '소는 왜 풀을 먹고 사나' 등)가 많다. 특히 윤작가는 자신의 판타지 세계에 대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이라면서,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여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로 동화를 읽을 아동 인구가 줄어드는 지금, 동화 작가인 그는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대해 “노인을 위한 동화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50년의 세월 동안 동화가 담아내는 정서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의 작품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도, 노인들에게 지나가 버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작가는 밝혔다. 그는 인생을 홈에서 출발해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야구에 비유하며, “동화는 어렸을 때만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른이 읽어도 유치하지 않은 동화를 써야 한다는 그의 생각처럼, 작가의 동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재밌게 읽었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 왔고 지금도 창작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그는 50년동안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 10시에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논에서 떠나지 않는 농부처럼, 작가도 항상 글을 곁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작품을 써서 신춘문예에서 입상해 작가가 되더라도,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세기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가 후배 작가들에게 당부하는 듯한 이 말은, 그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꾸준하게 가치와 의미를 지켜오는 것, 그가 ‘인간의 단절’이라고 표현한 현재 사회에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