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백의 그림자' 12년만의 복관
황정은 '백의 그림자' 12년만의 복관
  • 박채은 기자
  • 승인 2022.02.1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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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의 그림자  이미지 작업은 한송희
사진= 백의 그림자 이미지 작업은 한송희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지난 2월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가 새롭게 정제된 문장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황정은 작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표작으로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피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백의 그림자’ ‘계속해보겠습니다’ 등이 있다.
‘백의 그림자’는 황정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2010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출간 당시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 43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프린지페스티벌(스코틀랜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독립예술축제)에서 각색된 극을 선보이는 등 독자들의 2차 창작물이 제작될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소설은 총 7개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으며 황정은 작가의 다시 쓰는 후기가 포함되어있다.
작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대와 풋풋한 연애 감정을 절묘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오래된 전자상가. 그 낡은 건물을 지키는 사람들. 백의 그림자는 이러한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들과 그들에게 일어나는 폭력의 양상, 그에 맞서 살아가는 끈질긴 삶을 이야기한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인 은교와 무재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철거 직전 전자상가에서 일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떠난 여행에서 이들은 길을 잃게 되고 여기서 은교는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나 저절로 움직이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소설에서 ‘그림자’는 환상성을 부여하는 존재이자 인물들의 아픔을 드러내는 실체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림자가 저절로 일어서는 비현실적인 일에 대해 익숙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그림자가 일어서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폭력과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은 현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그림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따라가려는 충동을 느끼거나 그림자로 인해 죽어버리기도 한다. 소설에서 은교의 그림자가 처음 일어섰을 때 무재는 은교에게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10면)라고 말한다. 이는 은교와 같은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여씨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림자가 일어섰다는 말에 “따라가지 말았어야지.”(33면)라고 말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족의 해체, 일터의 상실, 사랑하는 이들의 상실 등 다양한 위기를 직면하여 보여준다. 황정은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 애쓴다.
소설 ‘백의 그림자’는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이 일하는 전자상가라는 삶의 터전에서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도시의 폭력성과 그것을 ‘저절로 일어서는 그림자’로써 표현한다. 인물 각각이 지닌 그림자의 내력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장면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황정은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가? 라는 질문을 내던진다. 폭력과 현실의 무게에 맞서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 작가는 그들과 함께하는 풍경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번 복간을 맞이해 황정은 작가는 ‘다시 쓰는 후기’를 통해 “세상의 폭력이 더욱 노골적이고도 교묘한 방향으로 변해왔지만 글쓰기를 단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꾸준히 이 소설을 읽어준 독자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해당 작품과 짝이 되는 새로운 소설을 2023년 출간할 것임을 밝혀 독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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