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코로나 특집 06] 이창봉 시인, “사유의 시작은 보다 작은 형태의 만남" 필요한 시기
[문학인 코로나 특집 06] 이창봉 시인, “사유의 시작은 보다 작은 형태의 만남" 필요한 시기
  • 이민우
  • 승인 2022.02.25 12:47
  • 댓글 0
  • 조회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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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더 많은 모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볼까? 코로나 시기를 건너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지금 우리에게 일상의 모임이란 것은 사라졌다. 모임이란 단순히 사교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담론이 모이는 것이고 담론이 모인다는 것은 사상과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모임은 진보의 다른 말이다. 이창봉 시인은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더 많은 모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안티백서도 그렇다고 코로나 음모론자도 아니다. 

코로나가 해체한 거시 담론 속에 다양한 미시 담론이 필요하다는 이창봉 시인. 그는 지금의 코로나 시대의 삶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사진= 이민우 촬영 이창봉 시인
사진= 이민우 촬영 이창봉 시인

 

“새로운 플랫폼을 포용해야... 결국 발전하는 문학 장르는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문학”

이창봉 시인은 “기술과 삶이 차근차근 발전되어 온 그간과 달리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오다가 코로나가 오면서 급격하게 삶의 변화를 맞이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기술은 계속 진보하는데, 시는 기술의 진보에 속도를 못 맞추고 미디어에 맞는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가 기존의 사유 체계 안에서 만족을 한 점도 적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대중이 기존의 미디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 시를 떠나고, 이미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 ‘문예지에 바란다’ 설문에 참여한 249명 중 92.9%는 문학 창작자로, 문예지의 독자는 대부분 창작자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예지와 시집은 문인들끼리 돌려본다는 농담은 이제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된 현실이다. 이런 지점에 대해 이창봉 시인은 “지금 이 시대가 진보적으로 발전해가는 기술에 어떻게든지 시가 따라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매체에 익숙해지고 있는 대중들의 흐름을 시 역시 따라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시 자체의 변화도 있겠지만, 이창봉 시인은 유통망의 변화를 꼽았다. 이전에는 시인 데뷔가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 많은 대중들은 포탈, SNS, 유튜브 등과 같은 다른 유통 경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창봉 시인은 “이러한 매체들이 너무 가볍고 대중적이라고 배척할 게 아니라 포용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웹소설이 조회수에 따라 페이가 나가는 것처럼 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피아나 네이버 웹소설과 같은 플랫폼에 들어가서 시를 읽고 감동과 조회수에 따른 집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만남과 시의 유통 역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담론을 우리가 만들어 내고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예술가들이 시인들이 안일하게 생각한다.”고 꼬집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다른 삶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가 아니어도 기술이 하겠지.’, ‘나는 시만 쓰면 돼.’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세계는 그 세계대로 존중하되 미디어에 맞는 시적 언어를 만들어 내고 거기에 맞는 배급망을 만들어 내서 대중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다.

실제로 기존의 유통망은 무너지고 있다. 2022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며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총 7곳으로, 지역 인천광역시 옹진군, 강원도 평창군, 경상남도 의령군, 경상북도 군위군, 봉화군, 울릉군, 청송군이다.
 
또한, 강원도 고성군 등 6곳, 경남 함안군 등 2곳, 경북 3곳, 전남 9곳, 전북 6곳, 충남 2곳, 충북 2곳 총 29곳이 서점이 없어질 가능성이 보여 ‘서점 멸종예정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창봉 시인은 이러한 질병과 인프라의 변화를 기원전 12세기 천연두, 기원후 14세기 페스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엄청난 사망자가 난 반면 페스트 이후 문예부흥이 일었다.”는 말과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의 선물이라면 제2의 시를 중심으로 한 문예부흥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문예부흥 운동의 하나의 신호탄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시인들이 모여 시만 쓸 게 아니라 미디어도 들여다보고 배급도 들여다보고 대중도 찾아보고 이걸 시인들이 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기존의 세계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이창봉 시인은 기업체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창작시를 브랜드 런칭 광고카피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첫 시도했던 사람이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 욕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통합을 해야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들도 할 것이고, 플랫폼도 만들어서 시범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유의 체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지 않는 한 지금의 문단문학은 더 침체할 것인 반면, 장르문학처럼 꾸준히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문학의 형태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창봉 시인은 이어 “새로운 미디어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많은 환경이 발전할 텐데 문단문학이 미디어와 시대를 따라잡아야 한다.”며 “그것이 갖고 있는 인간의 깊은 사유와 세계를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상업적이야.’, ‘문학이 아니야. 내 일이 아니야.’ 이렇게 가둬버리면 그렇게 함으로써 대중들이 정통문학이 가지고 있는 사유를 잃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을 내비쳤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대한 이창봉 시인의 전망은 어두웠다. 그는 문학계는 더 침체될 것이며 포스트 코로나는 1년 이상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봉 시인은 크든 작든 사회는 폐쇄되고 우리는 온라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반해 코로나 이전의 문학계에서도 시를 중심으로 인한 침체는 있어 왔다는 점에 눈을 돌렸다. 온라인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장르문학의 성장세에 비해 문단문학이 침체한 점이다.


“문학의 시작은 사유. 사유의 출발은 만남과 대화, 경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린 결론은 문단문학, 혹은 거대 담론들이 무너진 자리에 작은 미시 담론들과 다양성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창봉 시인의 제안한 것은 보다 작은 형태의 만남이었다. 이창봉 시인은 “사유는 만나야 이루어진다. 결론적으로는 만나야 한다. 만남과 글. 만나고 글을 써야 담론이 이뤄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 답은 뭘까. 과거에 크고 다양한 미시담론이 생긴 것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작은 모임들의 발생이었다. 지금의 4인 미만 만남은 소모임 형태의 작고 다양한 만남으로, 이러한 작은 모임의 점들이 연결되어 다양한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만남이 거대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다수의 인원과 함께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작은 미시 담론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창봉 시인의 주장은 이와 같은 만남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도 더욱 다채로운 화제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봉 시인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부딪히고 거기에서 의식을 갖고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것의 문학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코로나 거리 두기로 모든 모임과 만남의 중지된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메타버스로 넘어간 시대상을 이야기하지만 문학계는 아직 이러한 것을 따라가지 못했고, 고로 모임과 미팅들 역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다시 예를 들어 모든 수업이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네르바 대학을 언급했다. 이창봉 시인은 이를 두고 “세계 글로벌 대학인데 하버드대보다 아이비리그보다 유명한 온라인 대학”이라며 “미네르바 대학이 많은 인재를 키워낸 원리를 보니 간단하다. 온라인상에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는데, 뭐가 다르냐. 오프라인 상에서도 모인다. 어디서 모이냐. 파리에서, 싱가폴에서, 뉴욕에서, 베이징에서. 서로 온라인상에서 이야기해서 작은 모임들이 연대해서 모인다.”고 말했다. 의견이 맞는 작은 개인들이 저마다의 장소에서 함께 모여 공통의 화제를 나누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각자 자리에서 작은 모임으로 사유의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창봉 시인은 미네르바 대학을 떠올리며 “그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모인다. 하지만 기존의 모임같은 것이 아니다. 점조직처럼 각각의 작은 모임들이 생명처럼 여기고 모인다. 그들은 모여서 밤새 난상 토론을 하고 헤어진다. 그러면서 나눴던 이야기와 정보들이 현장에 가서의 자양분이 된다. 이것이 미네르바 대학의 발전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창봉 시인이 꿈꾸는건 해체된 담론들 사이를 채울 각각의 작은 담론들인 것 이다. 

그는 이어 “누구나 다 희미하게 느끼는 게 정답이다. 혹시나 하는 것, 그것이 정답이다. 작은 형태의 팀플레이. 연대. 동인 체제에 가까운 모양새가 정답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창봉 시인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교육은 연대가 잘 안 된다.”며 “핵심은 팀플레이, 작은 형태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거대한 담론이나 큰 모임이 아닌 소규모의 미시 담론과 다양성이 존중된 작은 모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모이면 커다란 문화적 융합과 네트워크, 거대한 르네상스가 이뤄질 수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그는 끝으로 “사회 체계는 소그룹이 끊임없이 만나면서 이어진다. 그러한 기반도 요즘은 잘 돼 있다.”고 갈무리 지었다. 그런 것을 통해 공감을 끌어내고 시의 매력을 드러내 대중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 시대에는 미시적인 담론과 모임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시선이다.

이창봉 시인은 “내가 기업체에 가지 않았다면 대중이 보이지 않고 내 시만 볼 것이다. 반대로 대중에만 있어도 치열하게 사유하지 않고 시를 생산했을 것이다.”며 “그렇지만 두 세계를 동시에 봤기 때문에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시. 미술,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제 실천을 해야 하는데 나는 교육자니까 그런 거를 우리 제자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많이 한다. 하나하나 밖에 나가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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