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공동슬픔-김연덕
[특집] 공동슬픔-김연덕
  • 편집 담당 이민우
  • 승인 2022.02.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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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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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슬픔

-육호수와 유이우에게

-김연덕

 

아름다운 식당에 들어선 셋은 조명과 식기, 낮은 그림자를 침범하며 자리를 잡지 

냅킨에는 
구불구불한 펜선을 따라 비현실적인 
크기의 손이 인쇄되어 있고
도자 물병에도 역시 
같은 그림체 

같은 이상함의 손이

전염의 이미지
주름 많은 소망에
중간중간 
댐으로 뒤섞여 가라앉아 있는 

굴곡들

그것을 셋의 손이 조용히 보고 듣고 
만진다 
충분한 범절을 갖추었으나 
거추장스러운 음악처럼 
목재식탁에 놓여

*

손으로 범벅된 물병의 차가운 얼굴은 이 안의 모두를 자유로이 등진 채 
물과 살을 끝까지 맞대고 있다 
꿈속 나무의 불을 
꺼트리는 눈으로 

가만히
셋을 응시하고 있다

입과 달리 손이 늘 
드러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식당의 주인은 손을 사랑하는 사람이군 
요리나 설거지 
원한과도 같은 
계산의 타이밍에 하지 못하는 것을 
도자기의 꿈으로 옮겨두었군 

난데없이

셋은 
투명한 액체를 손에 나눠 뿌리고 
마스크를 벗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요리를 칼로 가른다 
저녁시간을 존중하듯 이미지를 
침범하듯 
터지는 외피

게걸스럽다
그때 셋 중 하나가 말하지

게걸스럽다

그 말이 
듣기에 슬프고 좋다 

 

<시작노트>
지난 주말 마스크를 쓴 채 친구인 육호수, 유이우 시인과 만났다. 우리는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근사한 식당 내부와 내부의 디테일과 메뉴판을 구경했는데, 식당을 채우고 있던 귀여운 디테일이 바로 ‘손’이었다. 작은 손이 그려진 냅킨과 도자기 물병, 그리고 그것을 때로는 만지며 때로는 식탁에 놓인 채 무더기로 응시하며 자유로이 움직이던 우리들의 손. 코로나 19는 손으로도 입으로도 감염된다고 하는데, 압도적인 마스크의 강제력 때문인지 손의 드러남과 가게를 채운 손의 장식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사랑하는 친구들을 조심스레 만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동시에, 분명히 우리의 식사에 다른 긴장감을 제공했을 공기 중의 무엇에 관해 써보고 싶었다. 
 

편집 담당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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