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등과 마른미역
-류휘석
점
멸하는 실내
등 아래 태어난 일
을 축하하며 우리는 촛불을
꺼 폭발할 것처럼 끓어오른
주전자가 우리의 영혼을 데리고
실내를 배회하는 광경을 방관했다 다 같이 생일 노
래를 부르며
요람처럼 몸을 흔들며
눈 마주치지 않고 처음 듣는 것처럼 너와 나의
이름을 자꾸만 부르며
아름답게 아름답게
퍼져나가는
서로의 그림자 오늘은 마른
미역 불어난 것을 미
래로 착각하여 국그릇 바닥 보일 때까지 긁어 마시는 날 수증기가 앞을
가려 얼굴 보이지 않아도
사는 일 포기하지 않아 고맙다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사
라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 책임감 없이 미래는 더 나아
질 거라 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 날 의자를 밟고 올라선 네가 실내등을
만지다 사라진 날
같은 날 같은 테이블 점멸하는 실내 다 탄 초의 그을린
은박 나는 눈이 부셔 끝내 너를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시작노트
거리를 배회하던 우리는 비좁은 집에 모여 생일을 마저 축하했다. 은밀한 주황빛. 꼰 다리를 풀 때마다 몸이 스치는 비좁은 테이블. 우연히 쫓기다 만난 초식동물들처럼 허겁지겁 목을 축이고 금세 취한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제 축하도 다 했고 목도 마르지 않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했던 건지. 아무튼 미래와 마른안주는 마르지 않고 오래오래 우리를 지속시켜주었다. 우리를 쫓아오던 건 무엇이었을까. 분위기를 깰까 봐, 꾹 참다 여기에 몰래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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