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정현우
바람이 부는 곳에서 천사는 선을 당긴다.
처음부터 돌이켜 세울 수 없는 것.
유리창을 두드리면 손톱은 깨진다.
천사의 뒷모습은
곤충의 눈을 엎어 놓은 틈.
등이 없는 사람은 천사를 자르고
천사가 엎어진 자리 인간은 선명해진다.
식물은 빠르게 죽었다 피고 인간은 느리게 죽어서
바깥의 바깥은 울음소리에 골몰하느라
천사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발밑에 지렁이들을 긋는다든가
국경을 넘다 죽은 소녀
늙은 개에게 손짓하는 소녀를 핥고 가는 아침,
나는 빛을 머금은 나무와
겨울의 햇빛을 모두 당겨서
그런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면
<시작 노트>
인간이 울 때, 뒤에 천사는 서성인다. 나는 그것을 슬픔이나 겨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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