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과 뉴스페이퍼와 함께 교육 및 실습을 진행했던 ‘화성시 다문화 이주여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끝났다. 이 시리즈 게시물의 마지막은 기사보다는 수기가 맞다고 생각했다. 이혜지, 김민지 에디터의 수기를 준비했다. 함께한 에디터 그리고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편집장 이민우
주말을 포기한 배움의 열정… 이주여성들의 도전
우리의 주말은 평일보다 길었다. 주 4일제를 외치는 시대에 황금 같은 주말을 배움에 할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이고 노력인지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완연한 여름은 아닌, 봄과 여름 사이를 오가는 5월에 중국·베트남·네팔·몽골 국적을 가진 15명의 이주여성을 처음 만났다. 조교 명찰을 달고 마주한 그들은 도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했고, 첫 만남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대하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얼마나 쉬운 단어로 어떻게 참가자들을 이해시켜야 할까. 수많은 걱정과 고민이 쓸모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아니 사실은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왔는지, 한국에 오기 전 타지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지.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자 했다. 다문화 인구가 109만 명임에도 아직 차별이 만연한 2021년 오늘날에.
이전 ‘화성시 다문화 이주여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장을 보도한 6건의 기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교육의 가치
편견은 어디에서 오는가. 미디어는 다문화 가정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그려낸다. 이주여성은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농촌에서 고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어린 부인으로 묘사되기 일수. 열악한 환경을 버티며 일하는 이주 노동자, 외모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다문화 2세 자녀와 같은 사례는 익숙하다 못해 일상이다. 동정 어린 시선을 벗어나 ‘다문화’ 프레임 속 감춰졌던 삶 혹은 꿈에 대해 조명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이는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다른 이의 삶을 평가하듯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주여성 스스로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유튜브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튜브에 관심 있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동영상 편집하는 방식부터 업로드 하는 방식까지. ‘화성시 다문화 이주여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여기서 출발한다. 미디어 학습과 기사 콘텐츠 체험을 통해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이주여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인 미디어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존의 의미
가끔 너무 당연해서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공존’이 그중 하나다.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 2차시 야외 사진 촬영 수업은 ‘공존’을 눈으로 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팀 사진과 개인 프로필이라는 결과물을 위해서는 배려의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이해하지 못한 팀원에게는 다시 설명을, 어울리지 못하는 팀원에게는 관심이 필요했다. 각기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겨우 두 번째 만남에서 해내야 하는 과제였다. 그들은 접점인 한국어를 이용해 빠르게 의사를 결정하기 시작했고, 다운받은 카메라 앱과 준비해 온 삼각대를 공유했다. “언니” 어느새 변한 호칭은 낯설지 않았다. 서로의 삶을 나누며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따뜻했다.
코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배움의 터에도 찾아왔다. 거리두기가 상향 조정된 이후 진행된 비대면 수업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듯 제약을 만들어냈다. 모든 것이 제로가 됐다. 줌(Zoom) 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교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기에 시간이 배로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녀였다. 참가자들의 자녀는 대부분 어렸고, 비대면으로 인해 공간 분리가 불가해 다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극복하고자 학교에 나오는 소수의 참가자도 있었다. “아이들을 남편한테 맡기고, 큰마음 먹고 나왔어요. 그런데 나오기를 잘한 것 같아요.” 소중한 주말 오후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코로나는 눈치도 없이 끼어들어 방해를 일삼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꿈꾸는 바를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는 그저 작은 돌부리였을 뿐이다. 뛰어넘으면 그만인.
배움에는 끝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막 더위가 시작될 무렵인 5월부터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11월까지. 그들의 사계절은 배움으로 빛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7번의 수업은 능숙한 동영상 편집자도 인기 유튜버도 만들어내진 못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세웠고, 그들이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와 자신감을 줬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첫술이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로 주변인을 기쁘게 하고 싶다’는 꿈은 수업이 모두 끝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디에 갈 때마다 좋고 귀여운 것을 남기는 데 쓰고 싶다는 소망이, 나중에 봉사 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들 사진이나 어려운 분들 사진을 찍어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희망이 인터뷰하던 우리에게까지 와 닿았다. 배움엔 끝이 없구나,
그곳의 소수자는 이주여성들을 돕겠다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사회는 이주여성을 소수자로 규정하지만. 사실 그런 분류는 필요하지 않다. 특별히 잘해줘야 할 이유도, 못 해줘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마음 맞추어 함께 살아갈 뿐이다. 이러한 교육의 기회는 편견의 당사자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상황을 타파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대상자들이 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사회가 추구하는 ‘건강한 사람’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움을 잘 주고,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분히 사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이 말로 교육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협성대학교 학생들이 작성하고 있다. 화성시 다문화 이주여성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돕고, 참여하며 기사 작성 실무 역시 배운다.
*기사 책임자: 이민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