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 이종만·조기조 시인 첫 공동수상
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 이종만·조기조 시인 첫 공동수상
  • 한송희 기자
  • 승인 2022.04.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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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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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만 시집 『양봉 일지』, ‘양봉과 詩’ 결합 양봉옹의 자연 예찬
조기조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은유로서의 기술(자) 예찬
사진은 천상병 문학상 제공시인 이종만시인
사진은 천상병 문학상 제공시인 이종만시인

 

2022년 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는 이종만 시인(73), 조기조 시인(59)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초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하였다. 천상병詩문학상 공동 수상자는 사상 처음이다. 수상작은 이종만 시인의 『양봉 일지』(실천문학사 2021), 조기조 시인의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도서출판b)이다.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 및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하였다. 이 가운데 1차 예심위원회를 통해 6권의 시집으로 압축하였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이종만 시인과 조기조 시인을 공동 수상자로 최종 선정하였다.

이종만 시인, ‘양봉과 시’ 결합해 자연 앞 겸손함을 담담하게 표현 

이종만 시인의 『양봉 일지』는 스스로를 “꽃 따라 전국을 떠도는 양봉옹(養蜂翁)”(「양봉 일지1)이라고 정의하는 것에서 보듯이,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한 마음을 깊은 심심함의 시적 태도와 표현으로 묘파한 시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양봉 일지」 연작시는 자연 앞에서 센 척하며 탐욕이라는 바이러스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겸손’의 덕목을 회복하라고 재촉하는 죽비 같은 서정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사십 평생 전국 산야를 떠돌아다니며/ 지도 같은 주름을 얼굴에 새기고”(「양봉 일지1」)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그동안 벌 치며 살아온 생이 자랑스러웠다”(「양봉 일지8」)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시인의 이와 같은 겸손한 당당함이 묻어나는 시적 선언은 요즘 시단에 드물게 시와 삶이 일치하는 케이스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2년여 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연 앞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태도는 바로 겸손이라는 덕목임을 강력히 환기한다. 시인의 시가 심플하지만 깊은 심심함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시인은 산속에서 벌치기 하나로만 사십여 년 외길인생을 걸어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표절 한 자 없는 나의 꿀벌 박사 논문”(「양봉 일지10」)을 써온 삶이라고 요약하며, “지도교수인 햇살과 바람”으로부터 박사 학위를 수여 받을 자격이 있노라고 말하는 장면은 인상 적이다.
이종만 시인의 시에는 천상병 시가 그러했던 것처럼, ‘가난’에 대한 메타포가 시집 곳곳에 산견되어 나타난다. “나는 빚진 자였다”(「진주 터미널에서」), “나는 하늘나라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사랑의 세금」), “입학금이 없는/ 봄 대학”(「봄 대학」) 같은 표현들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천상병 시와 그것처럼 ‘하늘’에 대한 지향이 여일하게 잘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흰 독수리를 기다리며」, 「사랑의 세금」 같은 시가 그러하다. “나는 토끼의 족속/ 큰 눈과 큰 귀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다”라고 시작하여 “나의 눈과 귀가/ 하늘을 향해 있는 까닭이다”(「흰 독수리를 기다리며」)라는 표현이라든가, “밤이면/ 세금으로 바친 마음들이/ 별이 되어 반짝거렸다// 하늘나라의 재정은/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사랑의 세금」) 같은 표현에서 저 ‘하늘’을 지향하며 겸허하게 살고자 하는 자발적 가난의 마음이 감지된다. 그러므로, 시집 곳곳에서 돌멩이에서도 “미세한 온기”(「우는 돌」)를 느끼고, ‘돌의 마음’을 헤아리며, “둥글둥글한” “자비의 언어”(같은 곳)를 구사하려는 여일한 태도를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눈부신 속도 숭배의 시대에 ‘거꾸로’(「거꾸로」) 역류하고자 하는 시인의 시정신과 상상력이 부디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사진= 천상병문학상 제공사진= 조기조 사진
사진= 천상병문학상 제공사진= 조기조 사진

 

조기조, ‘은유로서의 기술’을 통찰한다는 것       
   
조기조 시인은 1980년대∼1990년대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하며,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노동자시인’이다. 그동안 시집 『낡은 기계』, 『기름美人』을 출간했다. 시집 표제에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이채롭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기계는 세계라고 할 수 있고, 기름은 그 세계가 작동하는 힘의 원천이며, 기술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가 될 수 있겠다”라고 풀이한다. 이번 시집은 ‘기계→기름→기술’ 3부작인 셈,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로서의 ‘기술’과, 그 기술을 부리는 주체인 ‘기술자’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집이다. 시인에게 기술이란 ‘은유의 기술’이다. 「은유의 기술」에서 “은유의 리듬만 살려내면/ 어디든 공장이다”라고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위 진술은 이번 시집의 구성 원리에 해당한다. 시인이 기술의 의미를 ‘풀의 기술’이고, ‘반려의 기술’이며, ‘싸움의 기술’이고, ‘타자의 기술’… 등등으로 변주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자연 만물과 세상 만사의 원리로서의 은유의 기술인 것이다. 그것은 “기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을 견디는 기술”(「기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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