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SSS급”, “이혼 후~” 웹소설의 트렌드, 독자들의 욕망 반영한다.
“망나니”, “SSS급”, “이혼 후~” 웹소설의 트렌드, 독자들의 욕망 반영한다.
  • 박민호
  • 승인 2022.04.20 19:23
  • 댓글 1
  • 조회수 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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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키워드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유

금일 4월 20일, 웹소설 유저들의 커뮤니티 <장르소설 갤러리>에는 웹소설 트렌드 짤(클릭 시 이동)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장르소설 갤러리

 

해당 사진은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작품 목록을 캡쳐한 것으로써, 작품의 제목마다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각각의 키워드들을 꼬집은 게시물이다. 업로드된 이미지에는 “나 혼자~”, “주인공이 ~를 숨김”, “망나니” 등의 키워드로 저마다 목록을 꽉 채우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단 유저들은 저마다 웃긴다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 가지 키워드가 유행하면, 천편일률적으로 너도나도 따라 하는 세태에 생각이 복잡해진 듯 보인다. 사실 이는 새로울 것 없는 새삼스러운 것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웹소설의 독자들은 물론 작가들마저도 자조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그것은 웹소설이 기존의 문학과는 그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웹소설에 있어 키워드란 그 작품의 접근성을 결정한다.(출처:노벨피아)
웹소설에 있어 키워드란 그 작품의 접근성을 결정한다.(출처:노벨피아)

 

웹소설은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형식이 자유롭고 문체가 가볍다. 긴 시간 읽고 그 서사와 문장력을 음미하는 기존 문학과는 달리,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쉬는 시간 잠시 꺼내들어 읽기 쉬운 구조를 지녔다. 그렇기에 그 특성상 상업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문학 작품 중 대중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컨텐츠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웹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라며 비판하기까지 하지만, 이는 기존의 문단문학과 장르적 특성을 가진 웹 소설이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를 무시한 발언이다.

웹소설의 일차적 목적은 최대 독자에게 최대 수입을 거두기 위함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간편해야 한다. 이는 작품의 제목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작품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축약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신속하게 어떤 작품인지를 파악하게 한다. 

여기서 ‘키워드’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작품의 플롯 구조와 그것을 구성하는 클리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독자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한 작품을 보면 비슷한 작품으로써 못다한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콘텐츠 유저들의 특성 상, 히트작 하나가 나오면 그와 비슷한 플롯 구조와 클리셰를 내세우는 작품들을 탐독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동일한 키워드로써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또한, 웹소설의 트렌드를 이루는 제목의 ‘키워드’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독자들의 욕망이 무엇을 향해 있는가이다.

 

현재 '이혼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출처 : 문피아)
현재 '이혼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출처 : 문피아)

현재 문피아에는 ‘이혼’키워드가 유행하고 있다. <이혼 후 로또 1등>, <이혼 후 대마법사> 등으 작품들은, 대개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토리로, 복수물과 동시에 성장물의 플롯 구조를 지닌다.

이는 수개월 전, “아내에게서 외면받고 그저 돈만 버는 내 신세”의 의미를 담은 ‘설거지남’, ‘퐁퐁남’등의 표현이 유행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간에서는 이를 그저 남녀갈등의 일환으로 치부하였을 뿐이지만, ‘나를 무시하는 아내와 이혼한 뒤 성공하는’ 플롯인 이혼물이 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현상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설거지론’에 따르면, 경제적 능력은 있을지라도 성적 매력은 전혀 없는 남성은 연애 시장에서 도태되어,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로 결혼을 맞는다.

반면, 연애시장에서 유리한 여성들은 경제적 능력은 없을지라도 외모적으로 뛰어난 남자와 연애를 즐긴 뒤, 혼기가 차면 앞서 언급한 남성과 결혼을 하며 경제적인 안정을 취한다. 이때 결혼한 남성은 ‘퐁퐁남’, ‘설거지남’ 혹은 ‘전용 ATM’이라 칭하며, 성관계를 대가로 경제적인 착취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설거지론은 이러한 결혼의 현실에 대해 자조적인 풍자가 섞인 주장으로써, 작년 10월 경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였다.

'실시간 퐁퐁 갤러리.manhwa'라는 만화 속에 묘사된 '퐁퐁남'.설거지론을 접하고는 사실을 부정하듯 분노하는 표정이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실시간 퐁퐁 갤러리.manhwa'라는 만화 속에 묘사된 '퐁퐁남'.
설거지론을 접하고는 사실을 부정하듯 분노하는 표정이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82년생 김지영이 여성 입장의 결혼의 파국이라면 “설거지론”과 “퐁퐁남”은 남성들이 느끼는 결혼의 파국이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2021년 보고에 따르면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 3,000건으로 전년보다 2만 1,000건, -9.8%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3.8건으로 전년보다 0.4건 감소한 것이다. 이 모두 1970년도 통계가 처음 작성 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자는 30대 초반, 여자는 20대 후반의 결혼율이 제일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작금의 시대에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결혼은 이제 선택이 되었다"며  지금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마주해야할 경제적 문제를 생각 하면 결혼을 리스크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결혼한 남성들이 책임져야할 지점과 정상적 가정이라면 받게 되는 압력"도 더 이상 견디고 싶어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현실세계에 결혼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대로 소설에 투영된 것이다. 결혼을 벗어나 우월한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웹소설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결혼율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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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환 2022-04-21 16:19:19
유익한 기사네요.